도덕적 해이... 인간적인 기자를 꿈꾸며

by 이창훈 posted Jan 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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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뉴스 부문 수상 소감>

도덕적 해이... 인간적인 기자를 꿈꾸며

 사건 사고의 현장은 카메라기자에게 한없는 흥분 그 자체다. 특히 사건사고 현장의 대부분은 발생 후에 달려가기 때문에 이제 막 발생한 사고 현장은 더없는 큰 흥분을 느끼게 한다.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 모습, 즉 그림에 한없이 빠져들기도 하고 그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거나 혼자여서 그 현장을 나만이 기록하는 경우 즉 특종 또는 소위 단독취재(독고다이)의 경우 느끼는 흥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지난 7월 고시텔화재가 발생한 잠실 상공에 있었을 때에도 묘한 긴장감과 흥분이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기분 좋은 흥분이었다. 헬기에서 불이 한창 붙기 시작하는 건물을 선회 하면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을 촬영하는 동안 그리고 약간 긴박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구조하는 현장의 모습을 찍으며 카메라기자라면 누구라도 느낄 흥분감에 젖어 있었다. 이때까지는 그저 불을 보며 달려드는 불나방과 같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건물을 한 바퀴 더 선회를 하는데 유독가스가 창문을 통해 품어져 나오고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여자가 제대로 시도도 못해보고는 창문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반사적으로 카메라는 사람이 떨어지는 땅까지 틸 다운을 하면서 팔로우했다.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 카메라에 사람이 죽을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 찍혔고, 나는 본능적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찍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바로 직전까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도 비인간적이라 생각됐다. 한동안 카메라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촬영모니터에 슬라브 지붕에서 불길을 피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년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너무도 처절했다. 이 사람만큼은 구조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헬기의 체공시간이 벌써 20분을 향해가고 있어 기장은 이제 그만 철수하자고 했지만 이 남자를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카메라에서 이 사람의 모습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기자가 현장을 지키고 있으면 구조도 더 신속하고 기민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바람으로 끝까지 현장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방차와 소방관들이 어느 정도 안전하게 상황을 만들어놓고 구조를 시도하지만 위치상 구조가 어려웠다. 중년남자가 구조되지 못하는 상황이 30분이나 넘게 소요됐고 헬기의 연료도 이제 완전 바닥이라 더 이상 비행 고집할 수 없었다. 미련을 남기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남자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행이 그 중년남자는 바로 구조가 되었지만 창문에서 떨어진 여성은 바로 사망했다고 한다. 나에게 큰 상을 안겨준 어떻게 보면 고마운 화재였지만,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동안 ‘특종이다’ 라며 한껏 들떠 있던 내 자신이 한없이 속물스럽고 작게 느껴진다. 기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상황에 부딪히게 되겠지만 좀 더 내가 인간적인 기자로서 행동할 수 있길 바라며, 이렇게 큰 상을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MBC 보도국 영상취재2팀 기자 이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