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제 취미는 자전거 타기입니다. 올해로 자전거를 탄 지는 꼭 십 년이 되었습니다. 강인하고 날렵한 신체. 현장을 누비는 영상기자에게 미덕이자 사명에 가깝다는 지론 속에 건강과 체력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여러 가지 운동에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게으른 탓에 중도에 전부 흐지부지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변함없이 자전거 타기만은 늘 좋았습니다. 설렁설렁 페달을 굴려서 바람을 가르는 맛과 주변 풍경이 서서히 바뀌어 가는 재미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평소 퇴근 후 한 시간 정도 약 20km를 달리면, 한 달이면 적지 않은 거리가 쌓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은 550km를 달렸고 이는 서울에서 부산을 넘는 거리입니다. 출퇴근도 자전거로 하고 있기에 어쩌면 제 자동차에 누적된 주행거리보다 많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과하게 힘들지도 않으며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전거의 장점이자 오랫동안 함께 한 이유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자전거에는 생각보다 수많은 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또한 흥미를 갖고 푹 빠져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자연과 도전의 MTB, 경쟁과 열정의 로드, 자유로운 영혼의 투어링과 그래블, 귀엽고 실용적인 미니벨로 등등 알아가면 갈수록 즐거웠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 십여 대가 넘는 자전거를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집안 곳곳이 자전거로 넘쳐나지만, 평소 술 담배도 하지 않고 골프도 치지 않는 중년 가장의 유일한 취미라는 점을 이해해주는 와이프 덕에 오늘도 자전거를 골라 타며 즐기고 있습니다.
자전거로 덕질을 한 지 십여 년째. 특히 오래된 빈티지 클래식 로드 자전거의 기계적인 멋과 우아한 모습에 관심이 많아져 수집과 정비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전거로 여행과 캠핑을 하는 바이크패킹에도 빠져 시간이 날 때마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건강과 힐링을 누리고 있습니다. 평소 나름 친아웃도어적인 삶을 살고 있었기에 무거운 백패킹 장비들을 짐받이에 거치 하고, 사람의 속도보다 서너 배 빨리 이동하는 자전거야말로 신세계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은퇴 후 자전거 세계 일주도 슬쩍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아 버렸습니다. 낡은 자전거에 텐트와 짐을 싣고 사막을 건너고 고원지대를 오르는 모습. 달빛 가득한 광활한 초원 작은 텐트 속에서 길게 자란 수염을 쓸어내리며 외로움을 떨쳐 내고자 SNS 라이브 방송을 켜는 제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이렇듯 식지 않는 자전거에 대한 사랑 중에서도 요즘 최고 관심사는 라이딩할 때의 자세와 페달링입니다. 더 정확히는 피팅이라고 해야겠군요. 자전거 안장과 핸들 및 페달 위치를 내 몸에 정확히 맞추는 작업을 뜻합니다. 좋아하는 자전거를 길고 오랫동안 편안하게 즐기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들입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비로소 자전거 타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페달링만 봐도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알 수 있다니 열심히 굳어져 버린 자세를 교정 중이랍니다.
뭐든지 조금 깊게 들어가면 어려워지는 게 당연지사. 때로는 숙성하듯 이렇게 긴 시간이 있어야 하는 것도 더러 생기고는 하는가 봅니다. 되돌아보니 우리네 영상기자도 이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토록 원해서 힘들게 들어온 만큼 기본에 충실하시되 너무 과하게 무리하지 마시고 항상 사고와 부상을 조심하시면서 오랫동안 즐겁고 건강하게 이 일을 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은 주말이라 어김없이 거실에 공구 통과 자리를
펴고 손때묻은 자전거를 살펴봅니다. 등 뒤에선 한 대
만 더 사면 집에서 쫓아낸다는 잔소리가 들려오지만
이렇게 자전거를 어루만지는 시간이 저에게는 제일 행복하답니다.
노영석 / 포항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