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MBC서울-지역영상기자 교류 프로그램 참가기>
서울 영상기자에게 지역 뉴스 제작 경험이 필요한 이유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내일 뵙겠습니다.”
늘 하던 인사에 생소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서울에선 한 취재기자와 일하면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부산에서 ‘내일’을 말할 수 있는 건, 인구 330만 부산의 뉴스 영상을 단 여섯 명의 영상기자가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MBC 내에서 서울과 지역사 영상기자를 일대일로 교환하여 단기간 근무할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 생겼습니다.
운 좋게 첫 순번이 되어 부산MBC 박현진 영상기자와 2주간 자리를 바꿨습니다.
부산에서의 첫 출근날, 범일동 사옥을 돌며 정신없이 명함 반통을 비웠습니다.
신입사원이 된 것 같았습니다. 지역사의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오후엔 첫 출근이라도 예외 없이 리포트 제작을 나갔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함께 다녀온 취재기자에게 낯선 마무리 인사를 듣자, 그제야 파견 왔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부산에 내려가기 직전, 한 선배는 ‘각자 맡은 지역에서 잘하면 되지, 교류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대답은 있었습니다. 상경하기 전까지 제가 본 뉴스는 항상 후반부터 지역 앵커가 등장하며 지역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지역 뉴스를 보고 자랐기에 제작 과정이 서울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수도권 과밀화가 심화된 현시점에서 지역 뉴스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업무적인 부분 외에도 치열한 수도권을 잠시 벗어나 다른 도시에서 일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개인적인 이유이지, 다른 영상기자들도 홀로 낯선 지역사에서 일하기를 자처할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파견 2주 차에 배정받은 대형 도시개발사업은 저출생·고령화, 청년 유출로 골머리를 앓는 부산에 희망이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이전을 준비해야 하는 농산물시장과 화훼단지의 소상공인들이 있었습니다.
평생을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했지만, 비교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사람들.
저를 놀라게 한 취재기자의 말은 이미 부산에선 많이 다룬 주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선 뉴스 후반부에도 지역 뉴스로 넘어가지 않기 때문일까요?
수도권에선 접하기 힘든 지역 내 소수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지역 뉴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지역의 문제는 오롯이 지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일자리,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거시적인 지역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을 조명하는 지역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결국,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 ‘균형 발전’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주변에서 여러 의문이 따랐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같은 MBC라는 이름 아래 가족같이 챙겨주는 선후배들, 그리고 ‘뉴스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 라는 하나의 목표였습니다.
이러한 공통감을 느끼게 한 교류 프로그램의 지속을 위해 3년 차 기자가 짧은 감상을 남깁니다.
MBC 김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