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을 다녀와서
미국에서의 LNG 취재 - 특파원의 취재영역 확대
워싱턴 특파원 3년을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후배 기자가 “L.N.G 매뉴얼”을 주었다.
“L.N.G” Laptop News Gathering. E.N.G 카메라를 이용해 얻은 취재 영상물을 S.N.G (Satellite News Gathering)밴을 통해 송출하는 대신 인터넷을 이용해 휴대용 Laptop 으로 전송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내가 워싱턴으로 부임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했던 LNG의 사용법을 좀 더 개선한 것이다.
23년 전 뉴스취재에 필름을 사용하는 시대가 끝나고 E.N.G(Electronic News Gathering) 시대가 시작 될 무렵 입사하여 필름 자르는 가위를 버리고 막 수입한 전자효과기에서 디졸브 효과를 사용해 84년 LA올림픽 하일라이트를 밤을 새워 만든 시절처럼 지금 신입후배들은 랩톱에서 다양한 영상효과로 자신의 영상을 재창조하고 인터넷으로 영상을 주고 받는 새로운 영상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L.N.G라는 용어도 모른 채 이 L.N.G 를 처음 사용해 본 것이 3년 전 워싱턴 특파원시절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계열사 네트워크가 잘 되어있었고 오지에서는 전화국에서 K.T케이블망으로도 송출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느린 전송속도인 인터넷을 뉴스영상송출용으로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통신시설이 취약한 섬에서는 늘 배편으로 취재TAPE을 직접 가지고 나와야 했다. 특히 서해교전 이후 백령도는 중요한 취재지역으로 떠오르고 그곳에서 취재한 보도영상을 배편보다 빠르게 보내기 위해 개발한 인터넷 송출 시스템을 시스템 개발부의 홍성추부장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워싱턴 특파원 발령을 받으면서 먼저 떠오른 것이 이 인터넷 송출 시스템이었다. 회사의 네트워크 같은 망을 사용할 수 없는 미국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한 영상전송시스템 L.N.G가 통할 것 같았다. 넓은 미국 지역의 다양한 취재를 하려면 반드시 비싼 위성을 사용해야 하기에 뉴스 가치를 먼저 따져 취재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 송출 시스템을 사용하면 송출비용이 없고 낯선 곳에서 영상위성송출 Feed Point를 찾아 헤매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생생한 취재화면을 보낼 수 있어 부담 없이 출장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보시스템부로 가서 노트북을 신청했으나 당시 인터넷 영상 송출 개념이 없었고 단지 기사송고용으로 노트북을 지급하므로 카메라특파원에게 줄 수 없다고 했다. 분명 미국에서 인터넷 영상 송출이 가능하며 노트북을 주면 반드시 그 값어치 이상을 할 거라 설득하여 중고 노트북을 차용증을 쓰고 빌려갔다.
워싱턴 특파원 근무는 늘 워싱턴 에서 일어나는 한국 관련 일정을 따라가기 바쁜 생활이었으나 노트북을 가지고 온 이상 워싱턴이 아닌 곳에서도 취재하고 싶었다. 덕분에 인터넷 송출로 몇 가지 사건을 단독 취재할 수 있었다. 허리케인 취재, 하인즈 워드, 최경주 P.G.A 우승, 미 프로야구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선수 등 스포츠취재도 있었다. 미국 허리케인 관련 뉴스가 국내에서 관심이 있을까 했으나 우리나라 태풍의 계절과 맞물려 허리케인 뉴스가 먹혀들었다.
나의 노트북 송출장비를 믿고 유재용 차장이 기획한 2004년 9월 14일 알라바마 모빌시를덮친 허리케인 “아이반” 취재. 모든 사람들이 떠난 도시를 지나 모빌시 해변까지 가서 허리케인 “아이반”이 지나갈 때 해변에서 넘치는 파도를 배경으로 한 현장 스탠드 업과 2004년 9월 24일 마이애미에서 미국대통령 선거 기획취재하면서 만난 허리케인 “진“의 눈을 추적해 새벽 0시 20분 웨스트 파암 비치까지 달려가 시속 185km의 강풍과 폭우 속에서 허리케인의 눈이 지나가는 순간 현장을 포착해 LNG로 송출했다. 당시 워싱턴의 타사 언론들은 그런 허리케인이 지나가는 열악한 곳에서 어떻게 어디서 취재영상을 빠르게 송출했는지 궁금해 했었다. 2005년 8월30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때 도시의 80%가 침수된 곳을 최명길 부장과 먼저 들어가 가장 빨리 한국에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L.N.G의 기동성 덕분이었다. 위성송출 FEED POINT도 다 날아 가버리고 또 찾아다닐 시간도 없었기 때문 L.N.G시스템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영상송출 문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니 취재 결정을 쉽게 하게 되어 빨리 현장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그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FedEx Kinko(사무업무 지원 상점)에서 에어컨 바람에 덜덜 떨며 공짜 인터넷으로 밤새워 전송했던 일이다. 미국에서는 스타벅스 커피점, FedEx Kinko나 고급 호텔 로비에서 공짜로 빠른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단지 길거리 같은 개방된 장소에서 작업하는 초라한 장면을 연출해야 했지만 현장에서 가까우면 장소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인터넷 전송속도만 좋으면 되는 것이었다. 한번은 공항 쓰레기통 옆에서 송출한 적도 있었는데 이유는 애틀란타 공항 출국장 입구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압축하기위해 사용하는 전원이 있어서였다. 노트북과 송출장비에 전원공급이 되기에 애틀란타 공항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2006년 봄 하인즈 워드가 한국으로 첫 모국방문 떠난 그 자리 취재현장 바로 그 곳에서 영상을 본사로 날려 아침뉴스에 바로 방송할 수 있었다. 일부 기자들은 위성를 사용해 편하게 영상을 전송하고 쉴 수 있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는냐, 내일 취재를 위해 빨리 위성송출하지 왜 밤새워 인터넷을 잡고 씨름하느냐는 비난도 있지만 청약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Feed Point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자유롭게 취재한 후 방송 시간에 맞추어 인터넷 잘되는 숙소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송출하는 것이 더 편해서였다. 2005년 10월 1일 토요일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 에서 열린 클라이슬러 클래식골프대회 3라운드, 선두로 나선 최경주를 TV에서 보고 노트북과 취재장비를 싣고 5시간 달려 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경주의 주특기인 벙크샷 버디를 잡으며 우승하는 것을 완벽하게 취재해 보낼 수 있었던 것은 L.N.G의 경비부담 없고 별 준비 없이 현장으로 달려 갈 수 있는 자유로움 때문 이었다.
워싱턴의 취재 환경
워싱턴특파원들의 주된 활동 무대는 백악관도 국무부도 아니다.
그 주변 가까운 곳에 있는 National Press Building에 사무실을 두고 CNN과 미국 주요 방송사 뉴스를 모니터하고 미국 국무부가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FNS, (Federal news service)와 미 의회가 보내오는 일정메일, 미국 국제 외교 전문 연구소들의 사이트에서 한국관련 일정이 있는지 확인하고 관심이 있으면 R.S.V.P 을 보낸다. 응답을 하지 않아 그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북핵 청문회나 위안부 청문회를 미 의회에서 하면 일본 방송사에서 대거 몰려들어 취재카메라 대수를 한정하고 R.S.V.P 도착순으로 배정한다. 배정 못 받을 경우는 녹화기를 가져가 다른 언론사가 촬영하는 카메라에서 A.V 를 뽑아 녹화하기도 한다. 한국 방송사들은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취재물을 서로 공유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로 싱크 위주로 취재 분량이 많고 취재가 끝나는 시간이 워싱턴 오후시간 곧 한국 아침 뉴스 시작 시간이라 각사로 돌아가 제작 송출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취재 도중에 아침 뉴스용으로 Tape을 먼저 보내 송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현장 취재는 카메라 특파원 혼자서 나가는 일이 많다. 오디오 겸 현장 코디를 맡고 있는 나의 Assistant는 사무실에서 내가 보낸 원본 Tape을 편집해 송출하고 또 다른 곳을 섭외해 나에게 정보를 주면 이동해서 취재한다. 그래서 워싱턴 미 의회나 정가 주변에는 2인 1조로 기자가 트라이포드 들고 카메라기자가 카메라와 장비가 든 배낭을 메고 다니는 취재팀들이 눈에 많이 띈다. 주로 싱크위주의 취재이며 취재 현장이 격렬하지 않아 Assistant의 도움을 받을 상황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서는 일반적 탐문 취재보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내는 취재가 많다. 통신사의 외신 기사나 Yahoo News의 기사에서 또 뉴욕 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서 검색어로 Korea 혹은 North Korea를 넣어 관련 기사와 코멘트가 있는지 확인하여 뉴스를 만든다. 결국 인터넷으로 흘러드는 정보의 가치와 경중을 빠르게 판단하여 제작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통신사에서 전송되는 AP, REUTER 화면과 워싱턴 지사에서 녹화된 CNN, NBC 등 사용계약을 맺은 언론사의 화면에서 관련 화면이 있는지 체크한다. 한국 언론사 대부분이 사무실을 두고 있는 National Press Building 8층에는 미국 국무부 외신 언론 지원 사무실이 있어 미국 각 정부 부처의 주요 브리핑 Tape을 원한다면 바로 구할 수 있어 이를 가지고 뉴스를 제작하게 된다. 그래서 CNN과 미국 주요방송사의 뉴스 녹화가 주 업무이며 녹화기는 카메라 장비만큼 중요한 장비가 되었다.
3년 전 부임 당시 워싱턴 지사의 방송제작환경은 비교적 좋지 않았다. 노후된 V.C.R 녹화기로 녹화한 방송 자료는 오디오에 노이즈가 있고 비디오는 상태가 나빠 자주 지적받곤 했다. CNN, NBC에서 관련 뉴스를 Tape 녹화기를 사용하여 수동으로 하루 종일 열 받으며 녹화하던 시절이었다. 나의 특파원부임에 맞추어 출장 와 준 보도기술부의 박찬열 차장 권유로 막 시장에 나온 P.V.R (디지털 녹화기)제품으로 교체하여 고화질로 하드 디스크에 자동 예약 녹화할 수 있어 디지털시대의 혜택를 톡톡히 맛보게 되었다. 사실 워싱턴 카메라 특파원 임무 중 가장 힘든 것은 지사내의 장비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현장 취재만 하던 것과 달리 편집은 물론 송출 까지 그리고 생방송이 될 경우 화상전화까지 원활히 처리해야 되며 그에 관련된 장비를 정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관리해야한다. 그래서 본사 보도기술부의 장비관리팀의 조언을 늘 받아왔다.
3년, 그 후
미국 방송영상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발로 뛰며 영상취재하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주요 미국 관리의 한국관련 Comment를 그날그날 다급하게 처리하는 워싱턴 특파원들이 그들을 직접 섭외해서 취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미국인에게 한국이라는 나라와 특파원은 그다지 중요할 게 없을 수도 있다. 3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워싱턴 특파원의 취재한계를 인정하고 대신 L.N.G 시스템을 활용해 워싱턴을 벗어나 정치외교 뉴스뿐만 아니라 휴먼스토리와 허리케인, 스포츠 등 다양한 뉴스를 다루어 보고 조금이나마 특파원의 취재영역을 확대했다는데 자부심을 갖는다. 이제는 더 진화된 L.N.G 시스템이 나와 광속으로 전송되는 인터넷으로 지역 간의 거리감을 허물며 HD급 화면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송출에 장애 없이 마음껏 다니며 취재할 수 있는 시대를 기대한다.
심재구 / MBC 보도국 영상취재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