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지난 11월 7일 광주전일빌딩서 열려
-목숨 걸고 진실 전하는 팔레스타인 언론인 모두에게 주는 상”기로에선 세계상(대상) 수상 살라 알 하우 기자 외 뉴스상, 특집상, 오월광주상(공로상) 수상자들에게 시상
-12월 12일부터 내년 3월까지 광주서 수상작 전시회 개최
▲ 지난 11월 7일 광주 전일빌딩 245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80년 5월,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민주화 운동을 취재했던 광주 금남로에 올 한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자들이 모였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와 5.18기념재단(이사장 원순석)이 주최하고 광주광역시가 후원하는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이 지난 11월 7일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렸다.
올해 경쟁부문 대상인 ‘기로에 선 세계상’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 내부의 민간 구조대와 소녀의 눈으로 본 전쟁 상황을 취재한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Vocies from Gaza)>에 돌아갔다.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캐시 개넌(前 AP통신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보도국장)은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에 대해 “가자의 응급 구조원의 시점에 이어 순수함과 공포가 대비되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정말 뛰어난 보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상자 결정문 발표에 앞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족을 잃고 자신들 또한 표적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의 동료 기자들은) 꿋꿋하게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경의를 표했다.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의 취재진 가운데 한 명인 마르완 알 사와프 기자는 작품을 취재하던 도중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부모와 형제자매 등 48명의 가족을 잃고도 취재를 이어가다 본인도 대인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모하메드 사와프 기자와 살라 알 하우 기자 역시 이번 전쟁으로 수십 명의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대표 수상자로 시상식 연단에 오른 살라 알 하우 기자는 “오늘 저는 팔레스타인 언론인 동료를 대표해 그들의 피와 희생으로 그 땅의 일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 왔다”며 “이 상은 비단 우리 팀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폭격 속에서, 죽음의 위험 속에서 가자 지구의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모든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의 노력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살라 알 하우 기자는 이어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은 세계 어느 언론인도 겪지 않았던 일을 겪고 있다”며 “(이에 대해) 세계는 연대 성명을 발표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언론인을 보호하고 그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널리스트의 역할, 사람들이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저항하는 일
뉴스부문 역시 전쟁 상황을 보도한 팔레스타인 프리랜서 영상기자 유세프 함마쉬의 <지금 가자에선(Inside the Gaza Siege)>에 돌아갔다. 함마쉬 기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첫날인 2023년 10월 7일부터 사흘 동안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발생한 가자 지구의 민간인 피해 상황을 취재했다. 심사위원들은 “인터뷰 중이던 여성의 머리카락이 폭발의 충격으로 휘날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폭탄이 폭발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보도하는 엄청난 용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유세프 함마쉬 기자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단순히 사건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저항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 “20만 명 이상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 고통을 끝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 무릅쓴 이란인권시위,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것 상기시켜
특집부문에는 이란 히잡 시위를 통해 여성의 인권 문제를 보도한 <인사이드 이란: 자유를 위한 투쟁(Inside Iran: The Fight for Freedom)>이 선정됐다. 게스빈 모하마드 등 4명의 기자들은 지난해 히잡 착용 문제로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과 이란 시민들의 투쟁, 정부의 탄압을 현장 취재했다.
심사위원단은 “감옥에 끌려가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대를 인터뷰하고 촬영한 매우 용감한 기자들의 작품”이라며 작품 제작에 기여한 영상기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네 명의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인 네치르반 만도 기자는 “용감한 이란 여성들이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시위에 나선 모습은 우리에게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곧 자유를 얻기를 희망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공로상인 오월광주상은 베트남 전쟁을 현장 취재한 NBC 전 영상기자 보 수, 딘 푹 레와 영국 ITN 영상기자 故 알랜 다운스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베트남전의 한 가운데에서 TV 저널리즘과 영상 저널리즘의 새로운 위상과 영향력을 세상에 인식시키고, 이를 세계적 관심이 쏠린 문제들에 대한 여론과 정책적 변화를 만들어 낸 현장의 개척자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가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하며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며 “힌츠페터 기자의 영상 보도와 유영길 기자의 영상이 한강 작가의 글 속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 우리가 함께 기념하고 격려하는 수상자들의 영상보도들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생생한 역사적 증거이자 소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힌츠페터상국제보도상 조직위원회는 올해의 수상자가 참석하는 수상작 상영회를 11월 12일과 13일 서울 국회와 대구, 부산에서 각각 열었다. 또, 오는 12일부터 내년 3월30일까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과 영상실에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작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 수상작 뿐만 아니라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 이후 지금까지 4년 동안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수상작 상영회는 영상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민주주의·인권·평화의 발전을 위해 싸우는 현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영상기자를 발굴하고, 1980년 군부독재에 의한 시민 학살의 참상을 기록해 전세계에 알린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제정됐다.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가 후원한 올해 행사는 주한독일대사관과 광주광산구청 등이 특별후원했다.
힌츠페터상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1만 달러와 트로피가 수여되었으며, 짝수 해인 올해의 시상식은 광주에서, 홀수 해에는 서울에서 열린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