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4년…‘다사다난’은 ‘현재진행형’

by KVJA posted Feb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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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4

다사다난현재진행형



12.3 비상계엄’, ‘대통령 구속과 탄핵 심판’, ‘서부지법 폭동사태’,

제주항공 참사’, 그리고......

 

의대 증원 논란, 아리셀 화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말 그대로 다사다난2024년이 지나 다시 새해가 밝았지만, 취재현장은 대형취재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3일 있었던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한국 사회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극우 세력은 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켜 헌정 질서를 유린했고, 헌재 판단에도 불복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해 동안 현장의 영상기자들을 진두지휘해 온 영상취재 사회데스크(영상 캡)들은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지난 17일 서울 은평구에서 간담회를 열어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자리를 가졌다. 다음은 간담회 참석자 명단이다. - 편집자 주

 

데스크1.jpg


MBC 현기택(협회보 편집장)

SBS 양두원

YTN 윤원식

MBN 변성중

OBS 이시영

 


비상계엄이 불러온 살인적 업무 강도

밥 굶고 차디찬 거리에서13시간 취재해도교대 불가 



현기택 : 늘 그랬지만 아리셀 화재부터 시청역 역주행 사고, 12.3 내란에 여객기 사고까지 정신없던 한 해였다. 평소 내가 캡이 되면 후배들에게 시간을 좀 더 많이 줘서 미리 작품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년 동안 나름대로 프로젝트를 몇 개 진행했는데,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니 모든 게 다 리셋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항공기 사고까지 터지면서 123일부터 쉬지 않고 업무가 돌아가다 보니 몸살도 자주 걸렸다.


양두원 : 113일에 캡이 되었는데, 15일에 윤 대통령이 체포됐다. 회사를 20년 다녔는데, 설날 전까지의 2주가 회사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만약 이 노동 강도로 계속 일하면 진짜 잘못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까지 물리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 압박받던 시기가 있었나. 예전 광우병 사태 때도 힘들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시영 : 123일 밤에 뉴스를 보고 바로 회사에 들렀다가 국회에 갔다. 원래는 회사 내부에서 라이브를 걸고 조정을 하는데, 내가 현장에 나가면 안에서 라이브를 조정할 사람이 없으니 노트북을 들고 나갔다. 국회 앞에서 카메라에 연결해 유튜브 라이브 걸고, 백팩 메고 취재와 라이브를 다 했다.

 

윤원식 : 정신없는 상황에서 국회 팀이 전체 풀로 간다고 결정하더라. 전체 풀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순발력 있게 초유의 사건을 커버해 주었다. 국회 풀팀, 그날 야근자들이 제일 고생 많았다. 탄핵안이 가결되고 초반까지는 전 기자들이 총출동한 상태라 교대도 못 해줬다. 지금은 집회가 8번 정도 반복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 오전-오후로 나눠 일한다.

 

변성중 : 추가 근무가 최근에야 없어졌다. 3주 전까지만 해도 한두 명씩은 꼭 나왔다. 추가 근무는 지원자를 먼저 받고, 지원자가 없으면 그냥 순번대로 짜는데, 근무자는 당일 날 불려나올 것을 예상하고 아무 곳도 못 가고 대기상태로 있었다.


현기택 : 예전에는 대형 사건이 생기면 서로 취재 경쟁을 했는데, 이번에는 포인트별로 경쟁을 해서 특종을 하기 보다는 전체 풀로 운영했다. 풀 취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원식 : 풀을 안 하는 게 좋지만 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인원이 부족하거나 제한된 공간인 경우가 그렇다. 풀단이 있으면 방송사 입장에선 취재 인력 1~2명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코리아풀하고 6개사 풀단이 더 고마운 것 같다.

 

현장 그래도 보여주는 것 의미 있지만

라이브 늘면서 다양한 취재 못한 점은 아쉬워

 

양두원 : 라이브를 많이 하니까 그쪽에 투입되는 인원이 많아져서 정작 현장을 다양하게 담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 대형 이슈가 있을 땐 특보가 들어가는데, 하루에도 특보가 4~5번씩 들어가게 되면 영상기자들이 특보 자리에서 위치를 지키고 있어야 해 다른 취재를 할 수가 없다.

 

현기택 : 전엔 라이브에 대한 수요가 이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요즘은 취재 인력이 제한적인데 라이브 수요가 워낙 많다보니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물론 상황이 벌어지는 것 자체를 보여주는 역할도 분명히 중요하다. 실제로 이번에 국회에서 라이브가 없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단지 그림을 찍어서 보내주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취재를 좀 더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시영 : OBS는 취재를 하고 나서는 휴일 스케치 같은 영상은 편집을 직접 하고 있다. 특히 요즘 우리가 유튜브에서 팀 채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촬영해 온 영상을 뉴미디어용으로 편집할 수 있도록 각자 편집을 배우고 있다. 우린 지역방송이다 보니 콘텐츠가 많이 들어와도 내부에서 소화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의 10분의 1도 못하고 있는데 지역 방송들 보면 요즘에 뉴미디어를 엄청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 관저 촬영 못하게 한 법은 문제

현장기자 개인에게 법적 대응, 취재자유 위축케 해

 

현기택 : 이번에는 대통령 관저 촬영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다. (대통령실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불법 촬영했다며 JTBC, MBC, SBS 등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권력에 대한 감시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현행법상 관저 촬영이 불법인 것은 맞지만, 대통령실의 얘기를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고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매일 파파라치처럼 취재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스스로 너무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두원 :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관저 촬영은 불법이니 하지 말라고 분명히 공지가 왔고, 여러 차례의 경고를 듣지 않고 취재를 하다 누군가가 연행이 된다면 그 당사자와 취재 지시를 내린 데스크는 어떻겠는가. 다른 건으로 소송이 진행 중인 후배들이 각 사별로 있을 텐데, 회사 법무팀에서 도와준다지만 몇 년 동안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다. 이제는 소송을 제기하는 쪽도 영리해져서 회사를 상대로 하지 않는다. SBS MBC KBS를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개인한테 건다.

 

변성중 : 소송을 당한 기자가 얼마나 힘들지 알고 있으니까, 상대방을 시달리게 하려는 목적으로 소송을 내는 것 같다.

 

양두원 : 관저 촬영을 못하게 한 현행법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후배들에게 하라고 할 수는 없다. 누가 개인한테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라고 할 수 있겠나.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된 전례를 믿고 취재하고 있는 상황인데, 취재 건마다 법적 해석이 다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윤원식 :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도 때 YTN 국장단은 정문만 취재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방송사 입장은 어떤가?

 

양두원 : 처음에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타사에서 어떤 그림이 나가면 바로 연락이 오고, 취재기자들도 그림을 쓰기를 원하니 안할 수가 없다.

현기택 : 관저 라이브 당시 우리는 내부적으로 해당 사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현장 장면이 국민들이 알아야 될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찍어놓고 안 쓴 영상이 꽤 있다. 예전 같으면 그림이 있는 걸 알면 바로 연락와서 영상을 쓰자고 했을 텐데,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기로 우리가 결정했다. 그런 판단을 취재기자들한테 맡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하기 시작했다. 예전하고 조금 달라진 분위기다.

 

변성중 : 처음엔 불법 촬영이라 다 하지 않는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3관문이 밀착 취재된 장면이 나오고 아파트에서 부감 찍은 게 올라오고 하니까 우리가 법을 지키겠다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부터는 부감 장소를 섭외해 놓고 대비를 하고 있다.

현기택 : 영상기자들에게 현행법을 어기고 취재하라고 시키려면 취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가 모든 걸 끝까지 책임진다는 내용을 공식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지금은 개인을 대상으로 소송이 제기되는데, 전혀 다른 성향의 사장이나 보직자가 오면 결국 힘든 건 당사자뿐이기 때문이다. 현장의 기자에게 소송과 법적 처벌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취재자유의 위축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헌재 선고일 앞두고 초긴장

양두원 : 헌재 최종 변론 기일을 앞두고 준비하고 있다. 계엄 당일이나 윤 대통령 구속 당시에 비하면 조금 덜 긴장하고 있지만, 헌재 탄핵 심판 선고일은 사실 벌써 걱정된다.

 

현기택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압사 사고 등으로 사망자가 여럿 나왔다. 헌재 선고일도 그렇고, 탄핵심판 청구가 인용돼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그 상황도 걱정이다.

윤원식 : 군중심리가 정말 무섭다. 박근혜 탄핵 때 헌재 앞을 취재했는데, 탄핵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눈빛이 변하더니 헌재로 몰려 갑시다하면서 군중을 선동하더라. 그때 사람들이 흥분해서 버스를 흔들고 그러다 스피커가 떨어져 2명이 깔려죽기도 했다.

양두원 : 특히 지금은 유튜버가 있다. 유명한 극우 유튜버 몇몇이 사람들을 선동하면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비상계엄에 가려진 아리셀 화재여객기 참사환경 뉴스

지역방송에선 한때 지역 뉴스 사라지기도


현기택 : 비상계엄 때문에 가려진 사안도 있었다. 아리셀 화재가 발생하고 일주일 뒤에 시청역 교통사고가 터졌다. 사망자는 아리셀 화재가 훨씬 더 많은데, 외국인노동자들이어서인지 뉴스가 묻힌 느낌이다. 내란 사태 와중에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도 내란 사태가 없었다면 좀 더 집중 보도되고 있을 것이다.

 

양두원 : 환경 뉴스도 사라진 아이템 중 하나다. 역대급 폭염에 11월 폭설이 있었지만 기후와 관련한 아이템을 거의 보도할 수가 없다.

 

변성중 : 노벨문학상도 상대적으로 조명을 못 했다. 당시 현지 취재를 다녀왔는데, 국내 상황이 워낙 급박해서 언제 들어가야 하나 불안하기도 했다.

 

양두원 :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이 다 이쪽에서 취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요즘 사건 뉴스가 없다. 사회에서 미담이나 의미있는 일을 취재해서 보도할 여력 자체가 지금은 없는 상황이다.

 

이시영 : OBS는 지역 방송이기 때문에 항상 메인 뉴스에 경기인천 뉴스가 3~4 꼭지씩 나갔다. 그런데 비상계엄 이후 지난 두 달 동안 지역 뉴스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중앙에서 발생하는 리포트를 쓰다 보니 지역 뉴스가 다 없어졌다가, 요즘 다시 지역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워낙 큰 이슈이다 보니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지역 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지역 뉴스를 다뤘어야 했다.


영상기자 르네상스 시대

취재부터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장점 살려 성장하길


이시영 : 신입 때부터 영상기자는 촬영, 편집, 구성 등 다 잘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후배들에게도 같은 얘기를 해주고 있다. 요즘 유튜브나 뉴미디어 쪽을 하다 보니 편집에 종편 과정까지 다 한다. 영상기자라면 소스를 생산하고 가공해 내보내는 것까지 전부 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는 뉴스 편집 위주로 배웠는데, 요즘에는 후배들이 편집, 디자인, 자막, 제목 달기 등 모든 과정을 다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양두원 : 항상 가르쳐야 하고 부족함이 느껴지는 그런 후배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큰 사건을 닥쳐보니 되게 믿음직스러운 부분이 있어 놀랐다. 특히 라이브, 드론 같은 장비에 대한 습득력 등은 젊은 기자들이 더 좋다. 현장에서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훨씬 더 다이나믹하게 잘 하고 있더라. 이 친구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안 들 정도로 시스템 내에서 잘 성장했다.

 

현기택 : 올해 들어 후배 영상기자들에게 2의 르네상스 시대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몇 번 했다. 하는 일이 다양해졌고, 우리한테 거는 기대도 생겼다. 장비도 다양해지고 사건도 많이 벌어지고 유튜브도 생기면서 한때 취재 부문의 스텝 역할 정도로 생각했던 영상기자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재능있는 후배들이 한국에서 영상기자라는 직업이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정리=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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