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힌츠페터, 우리들의 뜨거운 기록
동료 기자 여러분, 우리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일반 시민들이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 왔습니다. 한 해 두 해 경력이 쌓이면서 당연 하다는 듯이 청와대, 국회, 정부청사, 법원 등을 출입했습니다. 불법계엄사태를 겪으며 내가 지금 왜 이곳에 발붙이고 서 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냉혹하게 추운 겨울 밤, 시민 분들이 기자들보다 먼저 국회 앞에 모여 장갑차를 막고 계엄군과 싸우며 우리를 국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시커먼 헬기들이 국회 하늘 위로 날아오는 모습을 각 종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국회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민들을 위해 우리들이 할 일은 국회 내부의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드리는 것 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시민들에겐 자유롭지 않은 장소를 출입하는 이유였습니다. 계엄군에 둘러싸인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출입증의 무게감을 느꼈습니다. 익숙함을 당연함으로 여기고 어깨에 힘주었던 지난날들의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동료애를 느꼈습니다.
마치 미리 훈련이라도 한 듯 그 혼란 속에서도 서로의 눈빛을 읽고 필요한 포지션을 찾아 역사적인 취재를 해냈습니다. 우리는 원팀이었고, 하나의 팀이어야만 했습니다. 사명감에 힘든 줄도 모르고 카메라를 들고 밤새 뛰어다니던 영상기자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2024년의 힌츠페터(들) 이었습니다.
우리는 곧 또 다른 역사의 큰 변곡점 앞에 서게 됩니다. 취재를 하면서 늘 ‘원 팀’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때론 치열한 경쟁도 하게 되겠죠. 어깨는 부딪히겠지만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 항상 간직하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힌츠페터는 1980년 5월의 광주취재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슬픈데도 촬영을 하는 자신을 혐오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슬픔과 참담함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뒤로하고 계속 찍을 수밖에 없었다. 슬퍼하기만 했다면 자료를 많이 모으지 못했을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져 가는 모습에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지만 그 감정들을 억누르며 계속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영상기자의 사회적 사명이고 국민들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영상기자 여러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JTBC 김영묵 기자
(제 120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뉴스특종단독보도부문
/ 제 38회 한국영상기자상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