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혼 이종범, V 10 의 꿈을 향해

by KBS 안용습 posted Nov 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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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혼 이종범, V 10 의 꿈을 향해


기아 타이거즈가 해태시절인 97년 이후 12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만끽했다. 정규리그 종료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1위를 확정지은 기아는 19연승을 거두며 맹렬하게 추격해오던 2위, SK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한국시리즈로 직행했다. 팬들은 12년 동안 참아왔던 함성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한국시리즈 직행을 자축했다. 운 좋게도 가까운 거리에서 감동의 현장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사회팀원인 내가 스포츠 취재 현장에 갈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촬영기자들이  KBS인터넷뉴스 “온새미”를 통한 1인 제작 시스템에 대한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인 제작시스템이란 촬영기자가 아이템 구상, 콘티 구성, 연출, 촬영, 편집 등 전 과정을 혼자 해내는 것을 말한다.

사실 매일 매일 취재현장을 누비고, 하루에 한 개 이상의 뉴스를 제작하고 있지만 촬영기자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란 분명 한계점이 존재한다. 설령 역량을 제대로 펼친다고 하더라도 취재기자 대 촬영기자의 역학관계로 인해 촬영기자가 의도한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 중 하나는 촬영기자 스스로가 기획하고 취재하고 편집해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팀 캡과 젊은 촬영기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부문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한 결과 기존 온새미에 새로운 형태의 포맷을 만들어 취재현장에서의 자투리 영상뿐만 아니라 인물이라는 코너를 새롭게 만들어 1인 제작시스템을 정착시키고자 했고 그 첫 번째 주자로 내가 나서게 됐다.

그동안 뉴스를 수도 없이 제작했건만 막상 시작하려니 10분이 넘는 프로그램을 혼자서 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생겼다. 더불어 새로운 시도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심리 또한 생겼다. 모든 작업을 혼자 해야 했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 많은 고려를 해야 했다. 어떤 소재를 택해야 하는지, 주제를 이끌어 내기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등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고려가 선행되어야 했다.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정규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아타이거즈의 1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돌풍의 중심에는 이종범 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종범 선수의 역할을 조명해 보고자 했다.

1. 준비 단계 - 아이템 선정과 섭외
  인물이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라는 성격에 맞추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거나 누구나 공감하는 인물을 선정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섭외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기아 타이거즈가 1위를 확정지을 무렵, SK는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고 기아는 연패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기아 홍보팀과 선수단 분위기는 근접취재를 허락하지 않았고 1위가 확정된 후에라야 취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처음 의도한 다큐형식의 인물 조명은 물 건너가고 이런 분위기라면 1위를 확정하고도 섭외가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운동장이 아닌 실내에서 20분 정도 이종범 선수와의 인터뷰 시간을 허락 받았다.

2. 구성 안 작성
먼저, 구성을 하기 이전에 소재를 표현할 다양한 이야기 구조와 흥미로운 극적 전개 방식에 대한 사전 조사가 필요했다. 주제를 이끌어갈 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 또한 장소나 주변인물에 대한 섭외, 주제와 관련된 자료들, 그 이야기를 이끌어갈 접근 방법에 대한 사전조사를 한 후에 기획서를 작성하고 구성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사회팀 일을 하면서 사전 조사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  작성한 구성안은 다음과 같다

- 이종범의 꿈에 대한 이야기: 이종범 선수 인터뷰 시작
- 기아타이거즈 우승 확정 경기: 관중 열기와 인터뷰 및 이종범 선수 활약상
- 기아 우승의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종범 선수의 역할
- 예전의 해태 타이거즈 화려한 시절 -9 번 한국시리즈 우승
- 해태 시절의 이종범 선수의 활약상-아직도 깨지지 않는 한 시즌196개 안타와 84개 도루
- 절정의 시기에 일본으로 건너가고 부상과 슬럼프를 경험
- 기아타이거즈유니폼을 입고 국내 복귀:  프로야구 흥행 돌풍을 몰고 옴
- 이종범 선수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의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고 나이와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구단으로부터
  은퇴를 종용 받고 플레잉 코치직 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이종범 선수는 20살이나 어린 후배들과의 경쟁을 선택하고
  땀을 흘리고 그 결과 기아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고 바람의 아들에서 근성의 상징으로 각인 될 수 있었다
- 이종범 선수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소망 :인터뷰로 구성

3. 현장 취재 및 편집
처음 약속과 달리 우승을 확정 한 후에도 선수단의 분의기는 한국시리즈를 대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동장에서의 자유로운 취재는 허용되지 않았다. 한 선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약간의 연출은 꿈도 꿀 수가 없었고, 제한된 시간에 빨리 취재하고 이종범 선수를 인터뷰 하는 것으로 촬영을 끝내야 했다. 주변 선수의 인터뷰와 선수단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영상이 필요했지만 선수들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라 홍보팀에서 난색을 표명했다. 거듭 반복되는 요구로 인해 다행히 3명의 동료 선수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많은 자료와 짧은 취재 원본을 가지고 10분이 넘는 분량을 편집했다. 영상에 맞는 음악을 선곡 하고, 기사를 쓰고,  NLE 편집을 하고, 자막을 넣었다. 며칠에 걸친 편집으로 힘은 들었지만 그야말로 1인 제작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촬영기자 생활 8년, 적지 않은 그동안의 경험은 모든 취재에 자신 있어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생각과 달랐다. 섭외는 쉽지 않았고 글쓰기도 익숙하지 않아 한자 한자 써 내려 가는 것은 너무나 힘든 작업이었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었지만 세부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았기에 한계도 있었다.  혼자 힘으로 프로그램 전 과정을 해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변했다. 그동안 각 방송사 특성에 맞게 ‘영상’이라는 코너로 촬영기자 1인 제작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 다행히 KBS의 경우 ‘온새미’에서 촬영기자들이 기획/취재/편집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 다만 어렵게 제작된 프로그램이 KBS 인터넷홈페이지가 아닌 공중파방송으로도 전파를 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기존시스템에서 촬영기자가 아이템을 직접 선정, 제작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방송장비의 발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촬영하고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취재현장에서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6mm 카메라들과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들은 VJ 라는 이름으로 각 방송사의 사정에 맞게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더이상 방송사 촬영기자라는 말이 독점적인 위치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래된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이번 온새미 제작의 결과는 작지만 과정은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KBS 안용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