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YTN 이상은 기자

by 안양수 posted Jan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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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인터뷰 - YTN 이상은 기자>

“카메라기자로서의 영광, 제대로 된 특종해보고 싶어”

1. 이어지는 인터뷰에 추천된 소감

 추천한다는 조금의 귀띔도 없었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박동혁 선배가 날 차기 인터뷰 주자로 뽑아 주었고, 추천사에 전부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쑥스럽게도 개인 사정까지 걱정해주니 너무 고맙다. ‘나이에 비해 순수한 사람’이란 부분만 좀 걸리는데... ‘철없는 사람’은 아닐 거라 믿는다. (웃음)

2. 이상은 기자가 생각하는 박동혁 기자는?

 내가 아는 박 선배는 참 성실한 사람이다. 처음엔 학자를 연상시키는 샤프한 외모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취재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고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외모와는 달리 속마음은 정말 푸근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주저 없이 함께 하고픈 선배다. 현장에서 볼 때마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던데 매번 점점 더 밝아지는 것 같다. 결혼 이후 웃음이 더 보기 좋던데, 일 때문에 힘들어도 신혼은 신혼인가 보다. 부러울 뿐이다.  

3. ‘공정 방송 수호’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근황은?

 ‘공정방송’ 배지를 가슴에 달고 사측에 입바른 말을 했을 뿐인데 엄청난 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해직자, 정직자, 감봉자, 모두 의로운 일을 하신 분들이며 이 일이 있기 전엔 YTN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일만 하셨던 분들이다. 보통은 10여년 넘게 이 회사에서 근무해 온 분들이 대부분이다. 집에선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을 텐데… 하지만 이런 탄압성 징계 조치에도 힘을 잃기는커녕, 그럴수록 더 큰 힘을 내는 그들이기에 나 역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것 같다. 선택한 길을 믿고 계속 따라갈 뿐이다.   

4. 입사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 그 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2005년 1월에 입사했다. 이제 4년차도 며칠 안 남았다. 5년차에 이르면 모든 취재에 자신감이 붙고 가장 좋은 그림이 나온다고 그러던데, 더 노력해야 가능할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입사 초기에 취재했었던 동대문 시장 동문 상가 화재이다. 새벽에 작은 신발 가게에서 시작된 불은 늦은 오후가 되서야 꺼졌고, 결국 시장 건물 3동을 태우고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였다. 야근에 지친 몸이었지만 매캐한 냄새를 맡아가며 영상취재 팀의 막내로서 뭔가 보여줘야겠다, 몸 사리지 말아야겠다는 의지로 시장 곳곳을 뛰어 다니며 열정적으로 취재에 임했었다. 1년 차에 나간 힘들었던 일정이라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이 사건이 내게 다른 일정보다 먼저 생각나는 건, 화재가 일어나기 2주 전에 발화 건물 건너편에 있는 한 의류 상가를 취재해 ‘재래시장 화재에 무방비’라는 리포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전에 상가 상인회 측에 통보하지 않고 전문가와 함께 화재시 재래시장이 갖게 되는 취약점을 진단하는 것이 목표였다. 취재를 시작한 지 이 십 여분이 지나자 내부 CCTV를 보고 왔는지 검은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 3명이 다가와 상가 측 허락 없이 들어왔으니 건물 밖으로 바로 나가라는 경고를 보냈다. 다시 들어오면 무단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으름장에 좀 위축되긴 했지만 몇 가지 부족분을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갔다. 그리곤 곧 잡혔다. 관리 사무실로 끌려가 2~3시간 동안 감금(?)당하며 깍두기 아저씨 5명과 촬영한 테이프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상가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중재한 후에야 겨우 풀려났는데, 이렇게 어렵사리 제작된 리포트 방송 날짜는 상가 측 반발을 줄이기 위해 2주 정도 미뤄졌고, 방송이 나간 이틀 후 새벽에 대형 화재가 난 것이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면서도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욕 먹어가며 감금당하며 어렵사리 만든 리포트가 나갔는데도 이틀 후에 4명의 귀한 목숨이 사라지다니 도대체 난 무엇을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포트 한 건 채우려는 마음만 갖고 있었던 건 아닌가?

5. 앞으로의 계획 또는 목표가 있다면?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동안 영상 특종을 해본 적이 없다. 주위에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는 하지만 그건 성에 안 찬다. 수상 여부를 떠나 특종 화면을 잡았을 때 온몸을 타고 흐른다는 희열을 느끼고 싶다.

 보통, 최신 핸드폰엔 수백만 화소의 고성능 카메라가 달려 있어 방송에도 손색없는 좋은 동영상을 담을 수 있다. 또, 캠코더를 이용해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해가 바뀔수록 영상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남에 과거 카메라기자만이 할 수 있었던 영상 특종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홀로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정도로 가치가 있는, 내가 아니면 세상에 소리 소문 없이 묻혀버렸을 지도 모를 일을 기록할 수만 있다면 내게 그만한 영광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7. 협회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카메라기자 일을 하면서 아직도 카메라기자 협회의 많은 선후배들을 모른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취재 일정에 쫓기다 보면 서로 눈인사하기에도 어려울 때가 많고, 협회에서 주관하는 수중촬영 교육 같은 이벤트에 참여해도 폭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협회에서 정기적으로 체육대회나 등산 같은 모임을 마련해 준다면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협회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8. 다음 이어지는 인터뷰 주자를 추천해 주세요.

 KBS 왕인흡 선배를 추천하고 싶다. 정말 정 많고 인간성 좋은 선배이다. 2년 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취재를 마치고 복귀하다가 양평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목 디스크 판정이 나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이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왕 선배였다. 진심 어린 말로 안부를 묻던 왕 선배, 몇 달 후 순환 근무 차 지방으로 내려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제때에 충분히 전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지면을 통해 전하고 싶다. ‘타사 후배인데도 신경 써줘서 고맙고요, 선배도 교통사고 후유증 조심하세요.’

안양수 기자 soo1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