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와 정년 없는 세상이 올까?’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by TVNEWS posted May 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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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와 정년 없는 세상이 올까?’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7면 은퇴 최종.jpg


100년 전에는 은퇴라는 개념이 없었다. ‘은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 산업혁명을 거치고도 한참 뒤이다. 옛날 농경 사회에서 사람들은 농사를 짓다 나이가 들면 텃밭을 일구고, 그것도 힘이 부치면 방안에서 새끼를 꼬았다. 일을 손에 놓는 법은 없었다. 은퇴 개념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70살 정도가 되던 시기로 추정한다. 50살에서 60살 이후 직장을 떠나 여생을 편하게 보낸다는 생각이 퍼지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평균 수명 100살을 말하는 시대다. 지난 2015년에 평균 수명은 이미 80세를 훌쩍 넘겼다

세계보건기구는 오는 2030년 태어날 한국 여성의 기대 수명을 무려 90살로 예상했다. 조만간 우리나라가 세계 최장수 국가로 등극할 날도 머지않았다. 앞으로 평균 수명이 100살에 이르게 되면 은퇴라는 낡은 사회적 개념을 버려야만 할지도 모른다. 은퇴해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야 할 30년에서 40년이라는 시간이 실로 잔혹하리만큼 긴 탓이다. 이 같은 잉여의 시간은 자칫하면 인간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뇌와 기억에 관한 연구자인 트레이시 앨러웨이는 은퇴를 재고하라고 잘라 말한다. 은퇴가 사회적 활동을 감소시켜 인간의 지적 능력을 현격히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이다.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업무를 맡아 책임지고 수행한다. 또 승진을 위해서는 복잡한 사내 정치도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스트레스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뇌를 자극해 일정한 수준의 인지 능력을 유지하게 한다

그러나 은퇴자는 지적 능력을 단련할 상황이 크게 줄어든다. 미국과 유럽 12개 나라의 은퇴자 연구를 보면, 대체로 60살에 은퇴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인지 능력이 20% 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프랑스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은퇴하는 나이가 비교적 빨라 서구 노동자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그 대가가 너무 컸다. 은퇴한 뒤 사교 모임과 같은 사회 활동이 줄어드는 것도 지적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이다. 대화할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인지 능력이 감퇴한다는 것이다. 은퇴 후의 삶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래서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을 앓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런 사회적 환경은 은퇴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다.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제안한 두 인생 체제는 이처럼 절망적인 은퇴자의 미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관심을 끈다. 최 교수는 평균 수명 100살의 도래에 맞춰 인생을 아예 50년씩 둘로 나누어 살 것을 제안한다. 생식 능력을 잃는 50, 즉 폐경기를 기준으로 여성은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산다. 이러한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인간의 삶을 번식기번식후기로 나눠 두 인생 체제로 살자는 것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변화를 무시한 채 60살이나 65살을 무작정 은퇴의 시점으로 잡고, 인생 절반을 놀고먹는 체제로 보낸다는 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가 그리는 두 인생 체제라는 청사진에는 은퇴 개념이 없다

또 제1인생의 직업을 제2인생으로 끌고 가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는 50살을 기준으로 제2인생을 위한 새로운 직업에 뛰어들 것을 제안한다. 물론 작가나 예술가가 굳이 직업을 바꿀 필요는 없다

2인생을 사는 이들은 미래 지식 사회에 알맞은 창의적인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새 직업을 갖기 위해 대학에서 재교육도 받는다. 2인생은 자신이 번 돈을 편안히 다 쓰고 세상을 떠난다

원한다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수도 있다. 은퇴나 정년은 없다. 1인생과 벌이는 직업 갈등도 없다. 모두가 끊임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창조적인 일을 추구하며 살게 된다.

지혜로운 번식후세대가 인류를 풍요롭게 했던 시기가 있었다. 진화인류학자들은 번식후세대가 급증했던 3만 년 전쯤, 당시 현생 인류가 다른 영장류 혹은 인류보다 훨씬 오래 살고 많은 자손을 낳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지혜로운 번식후세대는 손자의 생존을 돌봄으로써 인구 증가에 기여했고, 동굴 벽화를 그렸으며 장신구를 사용하여 장례 의식을 치렀다. 지금 우리 세대가 기억할 만큼 위대한 문화적 빅뱅의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번식후세대, 즉 제2인생을 사는 고령 세대가 장차 인류의 문화 발달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인생을 잘만 준비한다면 우리도 그런 영화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제2인생을 맞이하려면 먼저 챙겨할 게 있다. 우선 건강해야 한다. 노화는 40, 50대가 아니라 사춘기 직전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고령화에 대비한 건강관리는 제2인생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시작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관리하자. 과음과 흡연을 삼가하고 부지런히 운동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제2인생에서 어떤 직업을 갖고 살 것인지 부지런히 궁리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지혜를 총동원해보자. 잠깐이라도 짬을 내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자. 그 속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인가? 나만의 고유한 능력이 드러났던 독특한 에피소드는 없었는가?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나만의 재능과 매력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다보면 번뜩이는 기막힌 아이디어가 반드시 떠오른다. 그런 나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손에 쥐고 제2인생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자.


조영권 전북대 강의전담 교수

YTN 기자로 20년 일한 뒤 퇴직해 전북대학교에서 인간관계전략’ 과목을 수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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