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부산MBC 이태곤 부장

by 이종호 posted Sep 0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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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인터뷰 - 부산MBC 이태곤 부장>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자!"


1. 요즘 많이 바쁘시죠? 근황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나는 4년 전부터 영상취재부 데스크를 맡고 있다. 부산 MBC는 보통의 지역사와 달리 인력이 허용되어 데스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데스크 업무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데스크는 영상에 대한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보통의 지역사에서는 데스크가 취재를 나가다 보니, 카메라기자 개개인이 영상 촬영에서부터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한다. 아직 지역에서는 ‘인격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별 무리 없이 넘어가고 있으나,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는 분명 ‘영상’의 인격권 침해에 대한 분쟁이 빈번히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장치가 ‘데스크’이다. 카메라기자들이 취재해 온 영상물들을 보고,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는지 체크하며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역할, 지역사에도 분명 이러한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내 생각이 이렇다보니, 스스로를 더욱 바쁘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치열하게 바쁜 생활을 즐긴다. 여러분도 즐겨라! 즐기다 보면 진짜 즐거워진다.


2. 카메라기자의 미래에 대해 많이 고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부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나는 카메라기자가 미래에도 스스로의 자리를 확보하고, 왕성히 활동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문성 강화이다.

 같은 카메라기자라고 해서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자신 있는 부분을 선택해서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유일한 자’ 그리고 ‘최고인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다. 앞으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유일한 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고인 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카메라기자로서 ‘원맨시스템’이 가능한 사람, 즉 아이템 기획, 기사 작성, 촬영, 편집, 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도록 그러한 기회를 많이 부여해야 한다. 또한 문화, 예술 분야의 촬영에 있어 특히 미적인 감수성을 보이는 사람은 그것을 더욱 살려주어야 할 것이다. 이는 데스크나 윗선의 배려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카메라기자의 미래를 위해 현업 카메라기자는 카메라기자대로, 데스크는 데스크대로 서로 노력하여 이 부분을 반드시 현실화시키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카메라기자의 조직력 및 역량 강화이다.

카메라기자의 조직은 타 조직에 비해 아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본다. 특히 지방사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영상취재부가 독립되어 있는 지방사가 거의 없다. 각 지방 방송사의 여건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것은 우리 카메라기자의 조직력 문제이다. 텔레비전 방송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영상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카메라기자가 여전히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의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도록 노력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알리고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자. 우리 조직의 힘을 길러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라는 생각도 필요하다. 스스로 본인이 편한 것만 찾고, 그것에 안주한다면 조직의 미래 뿐 아니라, 카메라기자로서 개인의 미래도 없다.

 업무에 쫓겨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카메라기자 간의 교류 그리고 대외적인 교류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교류를 정보의 창으로 삼아라. 기자는 정보가 자본이다. 카메라기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것이다.

 대외적인 교류를 통해 카메라기자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기자로서 자본이 되는 막대한 양의 정보를 보유하며, 우리 조직의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한다면 카메라기자의 조직력과 역량은 자연히 강화되리라고 생각된다.

 세 번째는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영상 풀 문제와 제보 영상 사용 문제 해결이다.

90년 대 초까지 만해도 많지 않았던, ‘영상 풀’이 이제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영상 풀’이 이루어지면서 방송3사의 뉴스가 똑같은 그림, 똑같은 내용으로 방송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시청자들의 ‘볼 권리’ 침해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카메라기자의 존립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다보면, 경영자 입장에서 카메라기자의 필요성은 급감하게 된다. 순간 편하기 위해서, 그리고 낙종을 면하기 위해서 행하는 ‘영상 풀’은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길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협회 차원의 제동이 필요하다. 지방사의 경우, 회사에서 영상 풀을 지시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카메라기자협회에서 준칙을 만들어 카메라기자 뿐 아니라 회사도 이를 준수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제보 영상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특히 ‘조작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더욱 심각하다. 지방사의 경우, 관공서에서 배포하는 제보 영상으로 뉴스를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차원에서는 인력 절감 차원에서 그리고 카메라기자들은 편하게 뉴스를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반감을 갖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영상 풀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입지를 흔드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당장의 편안함을 쫓아가다가 우리가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3. 카메라기자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

 1993년 3월에 일어났던 구포 열차 사건이다. 열차가 탈선을 해 많은 사상자를 냈던 사건인데, 사상자 구조 작업이 한창일 때 취재를 해, 보다 생생하게 현장을 전할 수 있었다. 이것은 타사보다 무려 1시간 이상 앞선 특종이었다.

 그날, 삼월 삼짓날이 가까워 불자들이 바다에 방생을 하는 모습을 스케치하고 돌아오는 길에 열차가 탈선했다는 제보를 접하였다. 취재기자를 독려하여 현장으로 가는데 접근이 쉽지 않았다. 길을 포기하고, 철조망을 뛰어넘어 현장에 도착하였는데,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사고는 무려 78명이 사망하고, 256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사고였다. 나는 비교적 사고 현장에 일찍 도착해 수습 과정을 그대로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 거의 혼자 독점 취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5대 일간지는 그 때의 사건을 신문에 게재하면서 내가 찍은 영상을 캡쳐하여 함께 실었고, 외신에서도 풀을 하였다.

 부산에서 일어난 사고 중에서는 매우 큰 사고였던 데다가, 그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일이 많았던 터라, 내가 했던 취재 중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4. 후배 카메라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카메라기자들은 영상만을 다루다 보니, 사고나 시각이 편협해지기 쉽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 보다는 갈수록 감각적이 되어간다. 그러나 우리의 목소리가 대외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하나 더! 우리 후배들은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 긍정적인 사람만이 상대방을 설득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THE PRESENT"라는 책이 있다. “PRESENT”라는 단어가 ‘현재’라는 의미와 ‘선물’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는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이러한 말이 나온다.

“현재는 다른 말로 하면 선물이다. 현재가 즐거워야 미래가 즐겁고, 또 과거도 즐겁다!”

우리는 현재를 다루는 사람들이다. 현재를 다루는 우리의 일을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즐겨라! 그리고 사랑해라!

나는 후배들이 하루하루 본인이 만든 뉴스에서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카메라기자가 되었으면 한다.


5. 다음 이어지는 인터뷰의 주자를 추천해 주십시오.

 나는 마산MBC의 정 견  부국장님을 추천한다. 정 견 부국장님은 특히 카메라기자의 인화단결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며, 친화력이 대단하신 분이다. 후배 카메라기자들이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안양수 기자 soo1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