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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한국영상기자상 지역뉴스부문 KBS제주 조세준 기자

 
< 추자도 석산의 비밀 >
 

 

 

(사진)지역뉴스부문 KBS조세준 .JPG

▲ <추자도 석산의 비밀>보도로 한국영상기자상 지역뉴스부문을 수상한 KBS제주 조세준 기자<사진 왼쪽>.

 

 

 가끔 시골에 가면 어렸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집 안팎 곳곳 뛰어놀다 부딪히면 생채기를 내던 거칠거칠한 흙벽, 구멍 뚫린 창호지 틈으로 솔솔 들어오던 겨울바람, 천장에 매달린 메주들에 부딪힐까 괜한 걱정에 구부정히 허리 굽혀 다니던 내 모습, 점심 먹고 나른하게 눈을 감고 누우면 들리는 붕붕 대는 벌 소리, 저녁마다 틱틱 소리를 내는 빨 간 나무를 보며 맡던 아궁이 연기 냄새....

 

 먼 옛날 얘기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워낙 깊은 산속에 있는 우리 시골은 40여 년 전 이런 모습이었다. 그때 이후 도시에서 살며 개발이 주는 편리함을 줄곧 누리며 살아온 나는 가끔 그때가 그립다. 불편했지만 그때가 그리운 이유는 눈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세상의 딱딱함과 손과 코로 느껴지는 도시의 건조함, 생각할 여유 없이 사라지는 시간들이 바로 편리함과 바꾼 내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편리함의 끝은 어디일까? 파헤치고, 깎아내고, 덮고, 버리고.... 대지의 상처 속에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 과연 이것들이 다 필요한 것일까? 그리고 결국 우리가 얻는 것은 삭막한 도시의 공기 한숨이 아닐까?

 

 신이 빚은 곳처럼 아름다운 섬. 추자도도 그렇다. 바다 밖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항구에 내려 보면 집, 도로, 항구, 온통 콘크리트가 덮이지 않은 곳이 없다. 경치 좋은 곳이라 느낄 때면 옆에 어김없이 콘크리트 구조물이 하나 서있다. 이 콘크리트 문명을 위해 섬은 옆구리를 내어줬다. 석산이라고 부르는 섬의 옆구리. 크게 깎아내 보기 흉하다. 여기에 레미콘 공장까지 있어 그 상처는 곪아 터져 아물지 않는다. 시름시름 앓는 모습에 측은하기까지 하다.

 

 아무도 그 상처를 돌봐주지 않았다. 무려 반세기 동안. 그 이유를 묻는 물음엔 어쩔 수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섬의 발전과 개발을 위해. 그리고 얻는 편리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시킬 수밖에 없단다. 모두가 알지만 외면한 사이 섬은 병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작은 인간들 몇 명이 보도라는 도구를 가지고 노력한 결과 큰 섬의 상처가 치료되기 시작했다. 병을 알아 봐주고 치료 방법을 찾고 고치려는 사람 들이 생긴 것이다. 문명의 편리함을 위해 당연하게 선택했던 희생을 반성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시작했다. 섬의 상처를 냈던 사람들의 그 손으로 치우고, 닦고, 메우고, 가꾼 덕에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많이 찾게 되었다.

 

 

 

조세준 / KBS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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