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중국 쓰촨성 대지진 참사 - '8'의 저주

by 안양수 posted Jul 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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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중국 쓰촨성 대지진 참사 - '8'의 저주

“극도의 불안감과 압박감 엄습…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 취재진 전용기 -

 14일 밤 중국 '청두(成都)공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공항 출국 장소에서부터 비행기 탑승하기까지 현장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취재진들이 보였다. 모두 한 비행기를 탈 것이라 예상했고 기내에서는 서로들 인사까지 나누는 분위기였다. 이 비행기는 '쓰촨성 대지진 취재'를 위한 대한민국 '언론사 전세기'이자 지진 현장으로 가는 첫 비행기. 청두에 도착하니 바로 항공사 직원의 한마디 ''이번 주말부터 운항이 전면 취소되오니 북경이나 상해로 경유하여 귀국 하십시오" 이 한마디에 지진의 심각성을 새삼 다시 느끼며 현장으로 출발.

- 난공불락의 베이촨(北川))현 -

 5월 16일 어렵게 총(6mm 카메라)을 구한 우리 팀은 가장 피해가 심한 베이촨(北川))까지 들어갈 각오(?)를 하며 새벽6시 호텔을 떠나 출발, 약 두 어 시간 정도 달리니 도로를 공안들이 봉쇄하며 지역주민 외 타 지역의 차들은 통제됐다. 우리는 그 경계를 걸어서 넘은 뒤 오토바이를 웃돈을 주고 구해  약 30분 정도 달리니 또 다른 입구가 나왔다. 이곳부터는 위험하고 오염지역이기 때문에 군, 경 이외에는 출입을 통제 하고 있었다. 우리 취재진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 하나 고민했고 이 주변에도 피해지역이 많으니 근처에서 제작해 돌아가자는 의견도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그렇게 했으리라 생각된다. 그 때 해외에 나가면 카메라기자협회 영문프레스 카드가 유용하게 쓰인다는 얘기를 들어 지갑 속에서 꺼내어 코디에게 보여 주자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검문을 하는 군인에게 보여주니 '이게 웬일인가 '우리 팀 모두를 들여보내 주었다. 그 후에도 이 영문 프레스카드는 여러 번 효력을 발휘했다.

 진앙지 원촨 잉슈 그리고 베이촨 등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곳은 대부분 산골이거나 협곡에 있었다. 산지이면서도 세계 최고의 인구 밀집지역이다. 베이촨의 경우 인구2만중 약 8 천 여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피해지역이 산지라 가는 도중 집채 만 한 돌이 도로 대부분을 막고 있었고 약1시간 정도를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니 저 멀리 핵폭탄을 맞은 듯한 도시 하나가 보였다. 땅이 갈라져 차와 건물들이 그 속에 묻혀 있었다.  말 그대로  도시가 사라져 버렸다. 길가에 놓인 주검들, 마스크를 써도 콧속 깊이 파고드는 악취, 아비귀환 -최악의 상황이었다. 산자는 도시를 빠져나가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피난을 가는 주민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한 걸음씩 처참한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1,2팀의 외신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CCTV 기자들이었습니다. 한 중국기자는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다소 놀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마도 군인들이 통제를 하고 있어 대부분의 외신이 들어오지 못한 듯- 다시 한 번 협회 프레스카드에 감사함을 느끼며- 했다. 홍수 위험이 있는 베이촨의 호수를 촬영 후 우리 팀은 시간이 없음을 깨닫고 서둘러 복귀했다. 더운 날씨 험한 산길에 지친 우리 팀은 한 트럭이 지나가자 운전자에게 태워 달라고 하니 시체를 태웠던 차인데 괜찮냐는 말에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온몸이 땀과 먼지 악취에 뒤덮인 채 도착한 경계선에 오니 또 다른 난관에 부딪쳤다. 이제 타고 갈 차량이 없는 게 아닌가? 30여분가량 실랑이 끝에 가이드를 통해 오토바이를 어렵게 구하여 뒤에 두 명씩 타고 지진으로 파이고 갈라진 도로를 곡예 운전하며 차량이 있는 도로 경계까지 겨우 도착했다.

- '8'의 저주 -

 5월 20일 밤 11시 우리 코디에게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왔다. TV뉴스에서 오늘새벽 6.5이상의 강한 여진이 온다는 경고가 자막으로 계속해서 나와 모두 대피 중 이라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8'이란 숫자를 좋아 한다고 한다. 올림픽 개막일도 8월 8일 저녁 8시 8분에 하기로 예정될 정도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데, 숫자 8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중국의 대형사건 사고일과 같아서 8자의 저주라는 괴담이 나돌고 있었다.

 이번 대형 지진은 5월12일(5+12=8), 티베트 사태는 3월14일(3+14=8) 폭설피해는 2월6일(2+6=8) 지진 발생은 공교롭게도 올림픽을 88일 앞두고 발생 당초 7.8로 알려졌던 지진 규모마저 나중에 8로 수정되었다. 오늘 12시가 지나면 5월 21일(5+12=8)우리 코디를 비롯해 중국인들 모두가 동요하고 있었다. 호텔 밖에서는 청두시내를 빠져 나가려는 차량 행렬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현지인들로 피난 가는데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 것인가? 너스레를 떨며 위안을 삼았고  취재를 위해서 현장에 머무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지만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것은 어쩔 수 가 없었다. 다행이도 그 날 밤에는 큰 여진이 찾아오지는 않았고 밤사이 상황을 아침 리포트로 제작 할 수 있었다.

 이번 취재는 육체적 노동의 강도 보다는 정신적인 불안감(여진의 공포, 현장 고립, 통신 두절, 교통 통제, 전염병)과 압박감이 컸다. 잊지 못할 그리고 값진 경험이 되었던 쓰촨성 대지진-그러나 다시는 있어서도 일어나서도 안 될 참사이다. 대지진으로 희생된 그리고 고아가 된 수많은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그러하다.

이승환 / SBS 영상취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