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가다

by MBN 김병문 posted Mar 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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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의 땅 - 아프리카를 가다

설레고 긴장하며 아프리카 취재를 준비했다. 남아공, 콩고, 우간다, 에티오피아, 카메룬, 케냐, 빠듯한
17일간의 여정이 시작된다.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는 깨어나고 있었다.
나의 첫 번째 목적지는 남아공. 아프리카 경제의 50%를 차지하는 남아공 최대의 도시 요하네스버그
(조벅)에 도착했다 .아프리카의 도시는 고지대에 많이 형성됐다. 말라리아와 무더위를 피해서가 그 주된 이유이다. 때문에 우기인데도 한국의 초가을정도로 날씨가 선선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유럽과 너무나 흡사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아프리카인가 싶을 정도였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상상했던 이미지인 기아 빈곤 질병 저개발국이 아니라 미개발국 아프리카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 소비자인 중산층 가정을 찾아 나서기 위해 16일, 소웨토로 향했다. 소웨토는 남아공 경제 수도 요하네스버그 중심지에서 남서쪽으로 30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흑인 집단거주지역으로 아파르트 헤이트(남아공 인종격리정책)를 무너뜨린 소웨토 항쟁이 일어난 민주화 성지이기도 하다. 기자가 차에서 내리자 집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포 라데베(Sipho Radebe)씨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손을 내밀었다. 그는 집을 구경시켜주겠다며 우리를 안내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전제품. LCD TV,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대부분이 한국제품이었다. 한국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아프리카의 가정집을 방문해 인터뷰를 할 경우 사례금을 주는 관행이 있다고 한다. 한국과 다른 취재문화에 처음에는 다소어색했지만, 어쩌겠는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하거늘……. 순순히 100달러를 내놓고 나온 뒤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 아! 출장비…….

◈ 마라톤영웅을 우연히 만나다
20일. 새벽녘의 한기를 뚫고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자택을 빠져나온 사람이 있었다. 조금은 쌀쌀한 기온을 뒤로한 채 그의 발걸음은 집 뒤편에 자리잡은 해발 3000m 높이의 투투 산으로 향했다. 그를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로 만든 산이었다. 2시간 3분 59초. 그가 지난 2008년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달성한 세계기록이다.
2시간 3분대의 신기원을 연 마라토너는 바로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영웅 하이레 게브르셀라시에다.
스포츠재벌인 그의 명함은 현대마라톤 모터&엔지니어링 회장. 이유는 현대차를 에티오피아에 독점 공급하는 회사의 회장으로도 있기 때문이었다. 한해 신차시장이 3-4천대인 에티오피아에서 현대차는 20%를 차지하고 있다. 게브라셀라시에는“마라톤 대회 출전을 위해 전 세계 도시를 돌때마다 길거리에서 현대차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며 곧바로 두바이 현대차로 향해 독점공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살라시집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집 앞 마당에 2.5톤짜리 화물차 15대가 세워져있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야적장이 없어 집에다 가져다 놓은 거라 말했다. 집이 얼마나 컸으면 집 안에 야적장을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에 기가차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는, 올해 8월 대구육상선수권대회 vip 자격으로 서울을 찾는다고 훗날 다시 보자고 말했다.

◈ 최신 IT 제품으로 중무장한 치타세대
얼마 전 MBC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때문에 유명해진 쎄시봉. 사실“쎄시봉(아주 좋다)은”남아공의 젊
은 흑인들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이들을 아프리카에서는 치타세대라 부른다. 핸드폰, 인터넷에 익숙하고 신기술을 쉽게 받아들이는 젊은 층을 의미하는 세대다. 때문에 IT시대에 이들의 구매력과 욕구는 상상을 초월한다. 케냐, 남아공, 우간다, 콩고 등 여느 나라를 가도 이런 젊은 층이 핸드폰매장이 즐비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시간 이상 줄서서 개통을 하곤 한다.
레스토랑에서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는 이들, 길을 걸어가며 갤럭시 S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사람들 등
을 마주치며 아프리카의 IT 모바일 혁명의 현 주소를 볼 수 있었다. 자원의 보고로만 여겨졌던 아프리카가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 취재하기 너무 가혹한 조건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대부분 사람들은 미주유럽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한다. 동양인인 우리의 선입견과 마찬가
지로 미국, 유럽의 사람들도 아프리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렇기에 빈민, 질병, 기아, 후진국, 분쟁, 내전 등만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의 사람들은 카메라를 싫어한다. 길거리에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모든 사람들이 손사래를 치며 도망가는 모습에 뷰 파인더를 보는 마음도 불편했다.
취재 행동반경 또한 좁았다.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새 AK소총으로 무장한 군인, 경찰, 심지어 민간인들까지 서성였다. 그러다 우리의 옆으로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머니! 머니!”취재하면서 빼앗긴 달러만 해도 상당하다. 또한 힘들게 섭외해서 인터뷰를 해도 사례금을 지불해야했다.
우리나라 국회의장만 해도 어떻게든 인터뷰하고 싶어 취재진을 기웃기웃하는데 반해, 남아공의 국회의장은 인터뷰 한 후 450불이나 지불했다. 기타 숙소, 음식, 차량, 상비약 준비 등도 만만치가 않다. 때문에 아프리카 지역으로 출장을 가게 된다면 주재한국 기업인을 통해 예약 및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김병문 MBN 영상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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