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선거취재기 - ‘시민이 시장이다’ 박원순 시민단체에서 시청으로

by KBS 오범석 posted Dec 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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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취재기  
‘시민이 시장이다’ 박원순 시민단체에서 시청으로
                                    
  세종문화회관 한 카페에 수십 명의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교수가 들어왔다. 서울시장 후보 물망에 오르던 안철수 교수는 이날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했다.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그분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습니다. 저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나타난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한다는 공개 선언으로 박원순 변호사는 서울시장 출마의 결정적 지원을 받게 되었다.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영향으로 취재열기도 뜨거워 기존 방송과 신생 종편사, 신문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인터넷언론들의 관심도 집중되었다. (사진9월6일 방송본 참조 -박원순, 안철수)
  9.21일 서울시장 공식 출마선언을 시작으로 자유선진당과 그 외 소수당을 출입하는 국회출입 기자들로 구성된 박원순 담당 촬영기자들은 매일 박원순 후보의 일정을 파악하고 중요한 행보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첫 기자회견장에서 너무 많은 언론에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풀기자단은 한시간전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회견을 30여분 남겨놓고서는 방송사카메라, 6mm비디오카메라와 핸디캠, DSRL등으로 무장한 인터넷방송과 소규모 언론들이 훨씬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험난한 취재현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진 9.21후보출마기자회견-회견 30분전 )
  10.3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현장투표에서 오전 민주당의 조직력에 밀려 박영선 후보에게 뒤지던 박원순 후보는 조력자들인 조국 서울대교수와 소설가 공지영씨 등이 투표에 참가한 뒤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고 후보 곁에서 지지자들을 맞으며 유세를 지원하자 젊은 층의 투표참여가 늘어나면서 현장투표의 표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이것은 이번 선거에서 SNS를 통해서 젊은 층의 투표참여를 이끈 재밌는 광경이고 중요한 요인이 된 듯하다. 이로써 박원순 후보는 서울시장 야권 통합후보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을 따돌리고 후보로 확정됐다.
  이후 통합후보인 박원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를 상당한 차이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캠프가 꾸려지고 TV토론이 시작되면서 대면 연설에 익숙한 박 후보는 미디어에 익숙한 나 후보와의 차이를 벌리지 못하고 결국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직후 나경원 후보와 박빙을 이루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사진 TV토론장면 참조)
  박후보는 TV토론이 있은 다음날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이렇게 여러분과 직접 만나면 편한데 TV에서는 참 어렵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원유세로도 관심을 끌었는데 취재현장에는 후보들의 유세 현장보다도 더 많은 시민들과 언론의 몰려 그 인기를 짐작하게 하였다.
  박원순 캠프는 초반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조직에 민주당의 지원을 더해 꾸려졌는데 현장진행이나 동선 관리 등이 상당히 서툴러서 현장에서 기자들이 캠프 측에 여러 가지 제안과 요구, 조언 등을 하는 일이 많았다. 바람정치를 기치로 선거캠프 내부를 노란 바람개비로 장식하고 1개월씩 회사에 휴가와 휴직을 내면서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로 가득했던 캠프가 약간 정신없고 산만하기도 했지만 활기가 넘치고 편안한 분위기에 누가나 둘러보다 나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 일반 대중들을 이끈 것도 박원순 캠프의 특징이었다.
  여기에 ‘나꼼수’라는 지원군도 등장했다. 아이튠즈 세계 팟캐스트 에피소드 1위를 차지하기도 한 ‘나는 꼼수다’는 한나라당과 정부, 나경원 후보에게 신랄한 비판을 코믹한 어조로 쏟아 부으며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던 젊은 층에게도 투표욕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나 후보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었던 1억짜리 피부 관리 문제제기도 여기서 처음 나와 선거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 진영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공지영, 김여진, 유홍준, 박재동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로 멘토단을 구성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젊은이들을 투표소로 많이 이끌었다는 점이다. 검찰은 SNS 불법선거운동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집중 단속에 착수하였고 선거관리위원회도 SNS를 일일이 살펴서 선거법을 위반하는지 점검해서 경고등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사진 10.20 멘토들과의 점심3)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누구의 우세라고 단정질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선거를 이틀남기고 박원순 후보에게 찾아온 안철수 원장의 응원방문은 다시 한 번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투표전날 광화문에서의 마지막 대대적인 유세에서는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모여 박 후보의 선전을 기대하며 서로 응원해주는 축제와도 같았다. (사진10.25마지막 광화문유세)
  이런 여러 가지 새로운 변화와 바람으로 가득했던 선거는 10월26일 저녁 8시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박원순 후보 캠프에 환호성을 울리게 만들었다. 선거결과는 기대대로 박원순 후보의 압승. 9월초부터 시작된 40여 일간의 서울시장 선거취재를 함께한 국회3진들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끝을 맺었다. (사진 캠프3)

  꿈을 만들어 가자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이제 천만 시민들의 꿈을 만드는 시장으로 시청 앞 광장을 걸어서 출근을 한다.


오범석 KBS 영상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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