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취재기 - 삼성 vs SK

by MBN 박상곤 posted Dec 27,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지난 10월23일 부산 사직구장
전날 내린 비로 인해 하루 연기되었던 2011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정규리그 2위팀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서 기아를 물리치고 올라온 SK의, 한국시리즈를 위한 막판 승부. 이 두 팀 중 이기는 팀만이 대구행 티켓을 받겠지만 난 이미 한국시리즈 1,2차전 취재를 예고 받은 터인지라 그라운드의 선수들 보다는 마음이 편하다고 해야 하나?


#1 슬픈 갈매기

나는 부산 갈매기다.
어려서부터 뼛속까지 갈매기인 본 기자는 완전히 객관적인 취재는 힘들 거란 생각으로 부산 사직구장에 도착했다. 롯데의 99년 이후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의 기쁨을 내 카메라로 담고 싶었다.
사직구장 만원관중의 응원 속에 시작된 롯데의 1회 말 공격. 김주찬의 3루타에 이은 전준우의 적시타로 롯데가 앞서갔다. 분위기는 롯데의 여유로운 승리가 예상되었으나 추가점이 안나왔고, 불안한 1대0의 리드를 지키던 4회 초. SK의 박정권의 타석. 딱 소리와 함께 나의 카메라는 반사적으로 타구를 따라갔다. 보통 뷰파인더로 타구를 타이트하게 따라가다 보면 이 공이 홈런이 될지 플라이가 될지 예측이 힘들다. 그 순간 들리는 함성으로 판단할 뿐이다. 그러나 관중들의 함성이 탄식으로 바뀌며 홈런임을 예감할 수 있었고, 공의 떨어지는 궤적을 따라가며 관중석이 보이자 예감은 현실이 됐다.
2011 시즌, 카메라로 담았던 수십 개의 홈런 중에 가장 따라가기 싫었던 홈런이고, 야구 취재를 하면서도 슬플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2 변태로 오해받은 팬티스타킹 사건

군복무시절 혹한기 훈련에 꼭 필요했던 팬티스타킹. 이제 40이 넘어서 다시 팬티스타킹을 입을 줄은 몰랐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렸던 10월25일의 대구는 때 이른 추위가 찾아와 그라운드의 선수와 관중들을 힘들게 했다. 물론 9회까지 한자리에 앉아서 뷰파인더만 보고 있어야 하는 카메라 기자들이야말로 가장 힘들겠지만.
가벼운 가을 차림으로는 이 추위를 버틸 수 없겠다 싶어 편의점에서 팬티스타킹을 구입하는 순간 20대 초반의 앳된 아르바이트생이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난 괜히 후배에게 큰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거 정말 따뜻해?”
혹 추위를 대비해서 팬티스타킹을 착용할 기자들에게 드리는 한 가지 팁.
팬티스타킹을 그냥 양말 신듯이 입으면 사타구니까지 올라가야 될 부분이 무릎에서 멈춘다. 그때는 작은 걸 샀구나 하지 말고 처음부터 꼼꼼히 당겨서 입으면 다 올라간다.

#3 오승환의 돌직구에 건 도박

추운 날씨만큼이나 점수도 나지 않았다.
삼성과 SK는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던 강한 마운드를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보였다. 두 팀은 4회 초까지 팽팽한 투수력을 세우며 투수전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4회말, SK 고효준의 제구력 난조를 신명철이 놓치지 않고 적시타로 연결해 2점을 뽑아내며 리드를 잡았고 8회 초 투아웃, 끝판왕 오승환이 등판했다. 마운드에 올라서는 오승환의 눈빛에서 이 경기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기자는 도박을 하기로 했다. 홈런 하나로 승부가 결정 날수도 있는 박빙의 승부라 경기장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서 경기 흐름을 따라 가야 했지만, 오승환의 마무리를 좀 더 가까운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고 싶어졌다. 오승환의 돌직구는 묵직하게 매서운 추위를 깨뜨리며 포수미트를 강타했고, 그 순간 나의 기자적 예감이 맞았다는 생각에 강렬한 쾌감을 느꼈다. 또한 이번 한국시리즈는 ‘오승환시리즈’가 될 것이란 예감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SK의 마지막 타자 이호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수 진갑용과 세러머니를 하는 오승환을 마지막으로 촬영한 후, 요즘 들어 자리 잡기가 더 힘들어진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그라운드로 뛰기 시작했다.


박상곤 MBN 영상취재부

Articles

5 6 7 8 9 10 11 12 1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