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유엔 인권이사회 취재기

by KBS 김승욱 posted May 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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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차 유엔 인권이사회 취재기>
남과 북의 충돌로 외신의 관심이 집중된 취재

  파리에서 TGV로 3시간 30분...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 탈북자 송환 문제로 유엔 인권이사회를 참관하는 우리 국회 대표단을 취재하기 위해서 였다. 제네바는 국제적인 회의가 많이 열리는 관광 도시이지만 취재를 목적으로 방문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은 곳이다. 비싼 물가와 열악한 인터넷 환경, 가격 대비 특색 없는 음식 때문이다.
  다음 날, 인권이사회가 열리기로 예정 된 제네바 유엔본부.
참관인들과 기자들이 출입 등록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지어 서 있다. 종편과 보수 언론사 취재진 등 10여명의 한국 취재진이 보였다. 오전 10시경, 북한 대표가 회의장에 먼저 모습을 나타냈다. 그로부터 10여분 후에 김형오, 안형환, 박선영, 이은재 의원으로 이루어진 국회대표단이 참관을 위해 본부에 도착했다. 참관만 하려면 이 멀리 왜 왔을까 하는 의문도 잠시, 도착 인터뷰에 응한 안의원은 "이준 열사가 된 심정으로 북송저지 운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이준 열사!!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루스만 북한 인권 보고관의 보고가 끝나고 북한 대사의 반론이 이어졌다. 탈북자 강제송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서의 내용은 근거 없이 날조된 것이라는 거였다. 우리국회 대표단이 손짓으로 북한 대사를 가리키며 바쁘게 움직였다.

  서대평 북한 대사가 자리를 뜨는 순간 국회의원단이 북한 대사를 향해 나아갔다. 렌즈도 급히 의원단 쪽으로 향했다. 안의원, 박의원이 북한 대사를 향해 거침없이 말을 쏟아낸다.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지 마십시요", "그러면 안 됩니다."
  순간 회의장의 모든 시선이 뒤쪽으로 집중되었다.
  당황한 북한대사... 그러나 참으로 냉정하게 침묵으로 일관한다.
  뭐 이따위냐!라며 거칠어진 북한 측과 나가지 말라고 소리치는 의원단 간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유엔회의 사상 최초(?)사태였다. 혼란한 회의장에서 가장 당황한 건 보안 요원들이었다. 급기야 안의원은 팔이 꺾여 벽 모퉁이로 몰아 붙여졌다. 쿵! 부상이 염려 될 만한 큰 소리가 들렸다. 안의원이 제압당하자 박선영, 이은재 의원이 카랑카랑하게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북쪽 인사들과 보안 요원들이 의원들과 취재진을 막아서자 북한 대사는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북한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었던가?. ... 9시뉴스 네 번째 꼭지란다. KBS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들은 시간상, 편성상, 전략상 메인 뉴스제작을 포기했다.
  송출을 마친 오후,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안형환, 이은재 의원이 붕대를 두르고 유엔본부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출입을 거부당한 것이다. 회견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외신이 참석해 있었다. 참관만으로 끝날 수 있었던 상황이 남과 북의 충돌로 인해 외신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한 셈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발언권이 보장되는 국제회의장에서 ‘대한민국 국회 방식’으로 문제 제기하는 게 합당할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에겐 매년 몇 번씩 볼 수 있는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었지만 대부분의 외신들은 상당히 놀란 듯 했다. 회견장에서 만난 한 외신기자는 국제회의에서는 언제나 조용히 대응하는 나라가 마지막에는 웃는 법이라고 대응 방식을 꼬집는다. 하지만 회견 내내 우리 의원단은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었다. 왜일까?

-제네바 유엔본부 취재 팁-
@ 회의장은 뒤 쪽에서만 촬영이 가능하고 오디오 픽업 단자가 마련되어 있으며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발언자의 녹취를 위해서는 ENG로 취재가 필수입니다.
@ 인터넷 속도는 대부분의 유럽이 안 좋지만 특히 스위스가 더욱 열악합니다. 물론 호텔마다 차이가 있지만 300K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행사가 많은 도시인 제네바의 숙박비는 싱글 룸 기준으로 200유로(한화 32만원)정도가 됩니다. 출장비에 여유가 없으시다면, 실비 정산이 안 된다면 제네바에서 30분정도 벗어나 프랑스 국경도시 Annemasse에서 묵으면 숙박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김승욱 / KBS 파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