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3차 남북정상회담 평양 취재기] '2018 평양' 그 새로운 여정

by TVNEWS posted Dec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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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양' 그 새로운 여정

 

 

 지난 915일은 30여 년 가까이 영상기자로 언론사에 몸담고 취재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날이었다.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선발대로 자동차를 이용한 육로로 개성에서 평양까지 가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며 평양으로 56일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영상기자로 활동하던 중 평양은 두 번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비행기를 이용해서 평양으로 직접 갔기 때문에 휴전선 너머 북쪽의 세세한 모습들은 보지 못해 늘 아쉬움이 남았었다. 이번 방북은 나에게 그 어떤 취재보다도 의미가 크다.

 

 남북 교류 차단 10여 년, 작년까지만 해도 북측에서 핵실험, 사거리가 길어진 ICBM, 수소폭탄 개발 등 동북아 군사적 균형을 일시에 깨트리는 조치들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남측 그리고 미국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국민적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남북 긴장완화와 국내외 정세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풀어나갈 것을 천명한 판문점 도보 다리에서 두 분이 배석자 없이 진솔한 대화를 나누시던 장면을 영상 취재한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있고 또다시 그와 같은 장면들이 판문점이 아닌 평양에서 연출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양친이 북에서 피난 내려와 70여 년을 늘 고향을 그리워하셨지만 돌아가신 실향민이기 때문에 어쩌면 더 애착이 가고 궁금해졌는지 모를 일이다.

 

 문산 통일대교를 지나 남북 CIQ를 통과 북측에서 제공한 버스에 올라타고 드디어 개성 평양 간 고속도로에 진입한 버스는 평양으로 달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북한의 풍경, 20~30년 전 남쪽의 한적한 시골 풍경 같은 느낌이지만 보이는 산과 집 그리고 버스를 쳐다보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생소하다. 고속도로에는 달리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 산에는 나무가 없어 거의 민둥산처럼 보이고 집들은 허름하지만 옹기종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신기한 듯 우리 버스를 쳐다보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에서 옷차림은 남루하지만 남북 교류에 대한 기대감으로 우리 버스를 보는 것 같다. 그렇게 5시간 넘게 달린 버스는 어느덧 평양 인근에 도착, 평양 진입부터 이어지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고층 빌딩들, 잘 정리된 도로와 거리를 활보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20년 전 취재차 왔었던 평양의 기억과는 다르다. 옷차림과 걸음걸이가 달라졌고 얼굴 표정에서도 약간의 자유스러움이(?)이 보인다. 무엇보다 20년 전에는 아파트 불빛이 30촉 백열등같이 어둡고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의 평양은 형광등 불빛으로 밝고 선명하다. 훨씬 밝고 환해진 느낌이다.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선발대로 본대보다 3일 먼저 평양에 도착해서 프레스센터를 오픈하고 서울 DDP로 영상전송을 위한 SNG망 개통, 서울 본대와 통신망 구축으로 정신없는 3일을 보냈다. 평양의 통신 인프라는 열악하다. 핸드폰, 노트북 사용이 제한되어 있어서 선발대간 기본적인 소통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영상 송신을 위해 임대한 조선중앙TV SNG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으로 오기 하루 전 고려호텔에 설치됐지만 서울 DDP와 개통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국민과 지구촌의 관심이 이곳 평양에 집중된 엄중한 취재 인지라 DDP와의 개통에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일 아침 겨우 고려호텔의 SNG와 서울 DDP간 영상 송신을 위한 SNG 망을 개통할 수 있었다.

 

 드디어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는 날, 공항 환영식을 위해 취재 장비를 챙기고 평양에서 순안 공항으로 출발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평양 거리에는 수많은 환영 인파의 열기로 뜨겁다. 각양각색의 한복을 입고 꽃술을 손에 쥔 많은 평양시민들은 새벽부터 평양을 방문하는 남측의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모여 있다. 거리에 가득 찬 인파를 보면서 평양 시민들이 이번에 열리는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열정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새벽에 같은 복장과 똑같은 구호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편이 저려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남, 북 정상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반갑게 포옹을 하고 남측 대통령이 북측 의장대를 사열하고 평양 순안공항의 환영 인파는 열정적으로 남측 대통령을 환영하는 이 역사의 현장이 영상 기자로 서있는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공식 환영식 후 이어지는 두 정상의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 수많은 평양 시민은 남측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환영한다.

 

 

이문세 사진3 문재인 평양시내 퍼레이드.png

 

이문세 사진4 문재인 대통령 무게차.png

▶ 지난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타고 평양시내를 퍼레이드 하며 시민들의 환영에 답하고 있다.

 

 무개차 선두에서 남, 북 정상이 평양 시민을 향해 두 손을 맞잡고 손을 흔드는 모습을 남측 영상 기자로는 유일하게 카메라 앵글에 담고 촬영된 화면이 전 세계로 전송돼 지구촌 많은 사람들이 평양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뉴스를 시청할 것을 생각하니 현장에 서있는 나에게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선발대로 평양에 본대보다 3일 먼저 도착하여 취재 활동을 하였지만 서울 출발하기 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상기자로서 2개의 로망이 있었다. 첫 번째는 개성에서 평양까지 육로를 이용한 교통수단으로 가보는 것. 두 번째는 삼지연에서 백두산 천지까지 가보는 것이다. 4월 판문점에서 두 정상이 만났을 때 문재인 대통령께서 삼지연에서 천지를 트레킹 해보는 것이 소원이다라는 뜻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피력했고 기회가 되면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은 들어주겠노라고 답했기 때문에 이번 방북에서 혹시 그 소원을 김정은 위원장이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평양 방문 마지막 날 고려호텔 프레스센터에 갑자기 청와대 춘추관장의 긴급 브리핑이 예정되어 있고 공동 기자단 기자들의 탄성이 여기저기 들린다. 거짓말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삼지연을 통해 백두산 천지를 방문하고 서울로 돌아간다는 뉴스이다. 그것도 북측의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이문세 사진5 문재인 삼지연공항 도착.png

▶ 지난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방문을 위해 삼지연공항에 도착,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말로만 듣던 삼지연의 백두산 천지!

 조종(祖宗)의 산이라고 불리는 백두산은 대한민국의 산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민족의 영산이다.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민족의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에 사진으로만 보아왔고 늘 가슴속 깊이 꼭 한 번은 삼지연을 거쳐서 백두산에 올라 천지의 아름다움을 내 눈으로 꼭 보고픈 마음을 가졌었다.

 

 공동취재단은 평양에서 삼지연 공항으로 출발한다. 대한민국의 대형 전용기가 삼지연 공항의 짧은 활주로 때문에 착륙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공군 2호기, 취재단과 수행원, 경제인, 정치인들은 북측 고려항공을 이용해서 삼지연 공항에 도착했다.

 

이문세 사진6 문재인 김정은 장군봉에서 두손.png

▶ 지난 9월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서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북측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끝없이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을 1시간여 달린 끝에 드디어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천지 장군봉, 두 정상이 도착하기 전 미리 도착한 나는 그토록 갈망하고 고대하던 백두산 천지와 마주하고 있다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백두산 천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그 말처럼 남북 두 정상의 노력이 천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일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천지의 시계는 청명하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그 웅장함과 장엄함은 그동안 궁금증을 일시에 날려버릴 정도로 감동적이었고 천지의 물은 거대하면서도 잔잔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이윽고 도착한 두 정상은 백두산 천지 장군봉에서 서로의 손을 올리면서 그동안 냉전과 반목의 시간에서 벗어나 남북이 새로운 평화와 대화의 시간으로 바꾸는 포옹과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현장에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공동취재단 일원인 영상기자로 함께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그 벅찬 감동은 내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북측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가져온 물을 한라산 백록담에 합수하는 영상을 그려보며.....

 

 

 

이문세 / YTN    이문세 사진1 ㅍㅈ.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