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by KVJA posted Sep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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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올림픽 취재
“재난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도쿄올림픽 취재기 사진 (4).jpg

코로나시대의 올림픽 취재
 올림픽 취재의 첫 단계는 5월 초 코로나19백신 접종이었다. 5월 중순부터는 코로나 관련 입출국 및 취재 유의점에 대한 이메일 자료, 교육 등을 받았다. 올림픽 취재 한 달 전부터는 더욱 각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모임, 약속 등을 되도록 잡지 않았다. SBS영상취재팀에서 5명이 가는 상황에서 한 명의 손실은 출장자 및 회사에 더 무리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입출국 시간은 총 하루가 걸렸다.

 올림픽 경기장 취재에서 가장 이색적이었던 부분은 관중이 없는 스포츠 경기라는 점이다. 올림픽 경기장에 가면서 ‘차 막힘’과 관중들에게 취재를 방해받지 않는다는 점은 장점이었다. 반면에 단점은 경기장 입구에서 실시되는 여러 차례의 방역+보안 검사, 그리고 경기장 내에 취재진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OBS직원들의 제재가 상당히 엄격했다는 점이다. 모든 경기는 사전 취재신청을 해야 했는데, 허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권에 오를 경우에는 무리한 취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영상취재에 있어서는 선수들의 대화까지 들릴 정도로 접근이 가능하기도 했지만, 늘 2미터의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회사의 이름을 걸고 온 취재에서 확진이 될 경우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거리두기 미숙으로 한국 선수의 방역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도 늘 주의해야 했다. 모든 식사는 IBC에서 해결했다. 취재로 인하여 IBC에 접근하지 못할 경우 현지 코디네이터를 통해서 햄버거, 도시락 등을 사오게 하여 취재차량에서 취식하였다.

올림픽 풀(POOL)취재
 올림픽 일부 경기에 풀(POOL)취재가 발생했다. 일반적인 풀(POOL)취재와 같이 사전에 협의하고, 업무 분담을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각사가 하루 전 취재허가를 진행했다. 취재 불허가 될 경우 추가로 비표를 받을 수 있는지 경기장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믹스드존이나 ENG존이 취재 불가일 때, 풀 취재를 진행하였다. 사전 허가가 3사(SBS, KBS, MBC) 모두 나지 않는 경기도 있었고, 한 개 사만 허가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BIO의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늘 현장에서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취재 제한시 타사와 상황을 공유하고 풀 여부를 논의해야 했다. 풀 상황에서 개별 취재에 모호한 지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큰 충돌없이 3사가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운영 미숙
 올림픽 개막전에서는 주경기장 주변으로 일본인들이 몰려들었다. 일본인들의 인파를 뚫고 경기장에 입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폐막식에는 주경기장 주변으로 도쿄올림픽을 반대하는 시위대들로 둘러싸였다. 취재진들은 코로나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매일 일본 내 확진자뿐만 아니라 올림픽 관계자, 선수들의 확진자 숫자도 대폭 증가했다. 일본 내 확진자는 개막일 4,225명에서 폐막일 14,000여 명, 도쿄도는 개막일 1,356명에서 폐막일 4,066명으로 집계되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와 관계자 총 436명으로 발표했다. 취재진에 대한 PCR검사는 매일 진행했지만, 함께 동거동락하는 코디에 대한 검사는 한 번도 없었다. 경기 중 선수들 간의 스킨십도 강한 통제가 없었다. 경기 중 스킨십을 제재했지만 방송을 통해 그대로 노출되었다. 선수촌에서의 선수 교류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강하게 통제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 경기장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유일한 인원은 선수들이었다.

 취재 제한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장 내 인원 제한에 목적이 있다. 취재진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지점들이다. 정당하게 취재 허가를 받고 온 올림픽에서 다시 매 경기 출입 여부를 제한받았다. 조직위에서는 인원 통제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합리적으로 그 과정을 진행했어야 하지만 강압적인 통제에 가까웠다. 취재진이 거의 없는 경기장에서도 원칙대로 취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고, ENG존이 포화되는 상황에서도 추가로 취재 허가가 나있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할 수밖에 없는 취재현장이었다.

 올림픽 경기장 시설들 역시 부족함이 많이 보였다. 가건물을 사용하는 태권도 경기장의 경우에는 한 사람의 걸음에도 ENG존 바닥이 흔들려서 촬영이 쉽지 않았다. 배구 경기장, 양궁 경기장, 올림픽 주경기장 등은 주변에 공사 자재들을 치우지 못한 채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 등은 비용의 문제로 인하여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적자인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신경을 쓸 수 없었던 것일까. 관중들이 들어왔더라면 사고의 위험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올림픽 관계자, 자원봉사자들 역시 충분한 교육을 받고 훈련된 인원들이 아니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없이 많은 자원봉사자들 중 제대로 길 안내를 하는 경우를 볼 수 없었다. 통제 대상에 대한 숙지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합법한 이동에도 제한이 걸리는 경우가 꽤 있었다. 공식적인 문서로 발급된 오디오 주파수를 확인하는 절차조차 하루 이상 걸렸다. 부족한 자원봉사자의 공간은 일본 자위대가 채웠다. 주로 보안 공간에서 마주하였다. 한국팀이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자위대가 태극기를 향해 경례하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하지만 과거 침략의 반성 없이 역할 확대 중인 자위대에 대한 거부감은 지울 수 없었다.

 다행히 한국 선수단 및 한국 취재진들 모두 큰 문제없이 도쿄올림픽을 마쳤다. 2022년에는 동계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몇 개월 남지 않은 베이징 올림픽의 경우는 이번 올림픽 운영 방식을 참고하게 될 것이다. 영상기자들 역시 이번 올림픽에 대한 내용 공유를 통해 다음 올림픽을 잘 준비하길 바란다.

하륭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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