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여전히, 오늘도, ENG. 다시 생각하는 ENG카메라의 미래

by KVJA posted Aug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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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오늘도, ENG. 다시 생각하는 ENG카메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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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 이걸 꼭 써야 되나요?”

 영상기자가 장래 희망이라는 한 지망생이 내게 직접 했던 말이었다. 말문이 막혔다. 그들의 눈에 비춰진 ENG는 크고 무겁고 이제는 성능조차 백만원짜리 미러리스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그런 촬영장비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왜 쓰는지 의문조차 가지지 않은 채 ENG를 들고 십년넘게 일을 해왔다. 적어도 내가 이 일을 배우기 시작한 그 시절엔 그게 당연했다. 뉴스 영상은 곧 ENG로 통용되던 때였다.

 일반인과 전문가로 구분되던 촬영이라는 영역은 어느덧 사람도 장비도 이제는 그 경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유튜브를 위시한 개인미디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전문가보다 훨씬 ‘잘’찍는 ‘일반인’이 늘어났고, 장비 역시 엄청나게 발전했다. 핸드폰 하나로 4k 영상을 촬영하고 스트리밍과 편집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보수적이기만 하던 뉴스 영상 분야도 ENG로는 성에 차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자, 당장 포털사이트에서 영상뉴스 하나를 클릭해보자. CCTV, 블랙박스, 액션캠, 드론… ENG 영상보다 그 외의 소스들이 훨씬 
많이 눈에 띌 것이다. ENG만 잘 다뤄서는 좋은 ‘뉴스영상’을 만들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ENG를 기획하고 만드는 제조사의 사정은 어떨까? ENG 시장의 양대 산맥중 하나인 소니는 가장 발빠르게 차세대 4k ENG를 연달아 출시했지만 시네마 장비에 밀려 숄더캠코더라는 명칭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느낌이다. (심지어 ENG라는 용어 자체도 사용하지 않는다.) 파나소닉은 최근에야 4k ENG를 뒤늦게 출시했지만 전용 이미지센서도 갖추지 못한 채 엉성한 완성도의 제품으로 구매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렇듯 고급 영상 제작 장비의 대명사였던 ENG는 찍는 사람, 보는 사람, 만드는 사람 모두에게 외면당한 채 골동품 취급을 받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UHD시대에도 80%의 영상기자들이 ENG를 선호하는 이유-기동성과 신뢰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 영상기자협회의 설문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설문에 참여한 영상기자 중 약 80%가 4k시대 차세대 영상취재 장비로 ENG가 적합하다고 답변한 것이다. 왜일까? 마냥 단점 덩어리로 보이는 ENG 카메라를 왜 영상기자들은 고집하려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짧게 정리해본다면 기동성과 신뢰성으로 압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계식 광학계를 그대로 노출시켜 조작이 직관적이고 간편하면서 촬영에 필요한 모든 파츠가 합쳐져 있기에 기동성이 뛰어나 현장 대응에 유리하다. (배터리와 공미디어만 넣으면 촬영 준비가 거의 끝난다. 무선 마이크 수신기를 따로 챙길 필요도, 화각별 렌즈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튼튼한 내구성과 전자제어가 최소한으로 적용된 바디가 신뢰성을 담보해준다. (최신의 오토포커스 렌즈들은 전원이 공급되지 않으면 수동조작이 전혀 불가능한데 ENG의 렌즈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원이 끊겨도 모두 수동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각 파츠가 독자적으로 설계되어 모듈식으로 조립되어 있다보니 가능한 부분이다.) 고화질의 출력단자를 이용한 MNG와의 확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장점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 ENG 카메라의 단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들조차 20여년전에 개발된 HD모델에 비해 드라마틱한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최신 촬영장비의 트랜드인 트래킹 AF나 가변 ND, 고감도-고속촬영 등은 아직 요원하다. 송출을 하거나 스트리밍을 하려면 여전히 노트북이나 MNG가 꼭 있어야 하고, 결과물을 다양한 포맷으로 변환하는 것 역시 번거롭게 느껴진다. 성능 대비 크고 무거운 건 애교로 느껴진다.

4K UHD 시대의 ENG가 나아갈 길
 열거된 단점들을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ENG는 아직도 발전가능성이 많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AF와 오토화이트밸런스, 경량화 등의 요구사항은 이제는 다소 식상하기까지 하다. 차세대 촬영장비로서의 ENG가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 정답은 ‘Connectivity’ 즉, 연결성에 있다고 본다. 찍고 녹화해서 송출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ENG가 존재하는 현장이 곧 뉴스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미 확보되어 있는 ENG의 신뢰성에 더하여 5G 네트워크를 이용한 실시간 스트리밍과 클라우드 전송기능이 핵심이 될 것이다. 5G 네트워크의 넓은 대역폭은 기존 LTE 기반 장비에 비해 더 적은 모뎀으로 동일한 전송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부피와 전력소모를 줄여 카메라에 통합된 모듈 형태를 가능하게 할 것이고, 더 긴 구동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MNG의 기능에 더하여 실시간 유튜브 중계등을 ENG 바디 차원에서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본은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인제스트가 될 테니 원본송출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영상기자를 해방 시켜 줄 것이다. 5G 네트워크의 핵심인 짧은 레이턴시는 장비를 실시간 원격 리모트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하여 멀티캠 혹은 리모트캠 환경에 ENG의 쓰임새를 넓혀 줄 것이다. ENG 카메라 자체가 소규모 뉴스 스테이션이 되는 것이다.

 얼마전 파나소닉은 4k ENG 신제품 시연회를 통해 그들의 향후 세일즈 포인트가 카메라 바디 자체의 성능 향상보다는 네트워킹 기능 강화에 치중해 있다는 걸 보여주었는데 제조사의 ENG 발전방향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영상기자들은 매일매일 더 나은 뉴스영상 촬영을 위해 어떤 장비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오늘 내가 어떤 현장에 던져지고, 어떤 피사체를 찍게 될지, 어떤 기상조건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ENG는 영상기자를 위해 만들어진 최적의 솔루션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ENG 카메라만을 고집할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ENG카메라로 다져진 기본 개념으로 다양한 촬영 장비를 적재적소에 융통성 있게 조합해 쓰는 것이 영상전문가로서 영상기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영상기자의 역사는 곧 ENG 카메라의 역사였고 앞으로도 우리의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기에.

 UHD 방송시대에도 영상기자들은 여전히 ENG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역사의 현장을 누빌 것이다.

〈이 내용은 지난 7월 데스크연수, 전국회원연수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SBS / 김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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