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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강장에서 탄생한 아기

“아기가 나와요”....달려온 시민들의 응급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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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모 출산 직전                                                 ▲ 역무원들이 산모를 보호하기 위해 승객들의 접근을 
    용산역 승강장 앞 계단 손잡이에 몸을 의지하고            차단하고 있다<사진=MBC뉴스 갈무리>.
    있는 산모<사진=MBC뉴스 갈무리>.

 

 

 취재를 위해 지하철역에 갈 일이 종종 있다. 대부분은 안 좋은 일이다. 얼마 전에 마곡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역이 침수됐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용산역을 찾은 이유는 달랐다. 생명이 탄생하는 ‘고귀한 뉴스’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역 승강장으로 통하는 복도. 그 벽면에 위치한 문을 열었다. 넓고 쾌적한 회의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용산역 양광열 역장을 비롯한 역무원들은 ‘아기와 부모’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20년 3월 28일, 서울 용산역 6번 플랫폼에서 젊은 부부가 내렸다. 아내는 걷지 못했다. 그녀가 계단 손잡이에 몸을 기댔다. 남편은 팔다리를 바들바들 떨었다.

 

 “(아기가) 나올 것 같아.”

 

 위기 상황이었다. 마치 천사처럼, 시민들이 이들을 도왔다. 보건 분야 전공생인 조문성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부를 보조했다. 경찰 준비생 김남준 씨는 뛰어가 역무원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바닥에는 피와 양수가 흘렀다. 다른 승객들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7명의 역무원은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산모를 등지고 방어막을 만들었다. 불편한 시선을 막기 위함이었다. 119는 상황 발생 10분 후 도착했다. 용산역 역무팀장 김현숙 씨는 “10분이 어찌나 길던지”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아기는 예정된 날보다 보름 일찍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많은 천사들(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탄생한 아기였다.

 

 

 2020년 4월 3일. 갓난아기가 부모 품에 안겨 용산역에 나타났다. 역무원은 그들을 쾌적한 회의장 으로 안내했다. 양 역장은 역무원 모두를 대신해 축하의 말을 전하고 꽃과 선물을 전달했다. 서로에게 덕담도 오갔다.

 

 양 역장은 "용산은 서울의 상징인 남산에서 한강으로 산이 뻗어 있어요. 좋은 터에서 태어났고요. 이 역사가 1900년에 오픈했어요. 올해로 120년이 되는데.. (아기도) 장수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기 아빠는 “너무 감사하고요, 그렇게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은 꼭 어디가나 좋은 일만 가득 할 겁니다.” 라고 화답했다.

 

 뉴스 큐시트에서 점점 미담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신천지-검언유착-사건사고.... 용산역 ‘아기탄생’ 리포트가 나가던 날도 MBC뉴스는 무거운 소식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뉴스는 ‘아기탄생’ 이었다. 그래서인지 시청자들도 댓글로 따뜻한 소식에 공감했다. 서로에 대한 감사로 가득한 현장, 당사자와 취재진 그리고 시청자 모두가 감동받은 뉴스, 내게는 지하철역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준 취재로 길이길이 기억에 남을 듯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아기를 다시 만나보고 싶다.

 

 

 김희건 / MBC 김희건 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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