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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깨닫게 한 나의 첫 올림픽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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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근 기자가 취재한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가 경기도중 미끄러지는 모습.


수정완) 7면 현장에서2 -장영근-나의 첫 올림픽 1.jpg

 올림픽은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동시에 취재·방송하는 사람들에겐 경기장에 펼쳐지는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의 거대한 방송 서비스 기술을 만나고 체험하는  장이다. OBS는 빙상, 설상 가릴 것 같이 사방에 카메라들을 설치한다. 스탠다드 카메라는 멀리서 선수의 동작을, 스테디캠은 가까이서 선수들의 표정을 포착한다. 스파이더캠은 선수들 머리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인다. 피겨나 쇼트트랙에서 역동적인 부감이 연출되는 이유는 이 카메라 때문이다. 심지어 백여 대의 4D 리플레이 카메라는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스노보드, 피겨 선수들의 순간을 360도로 잡아낸다.

 감탄과 부담감이 함께 밀려왔다. 올림픽을 처음 취재하는 막내 영상기자의 눈에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현장에서의 OBS 위력은 대단했다. 동시에 수많은 OBS의 카메라들 사이에서 외롭게 ENG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대의 한 가운데서 맞이하는 첫 겨울올림픽 취재, 쉬이 얻기 어려운 기회였기에 누구보다 제 역할을 해내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첫 올림픽취재의 어설픔은 연속됐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선수들의 표정을 포착한답시고 그들의 얼굴을 향해 렌즈의 최고배율로 줌인(zoom in)했다가 초점을 잡지 못해 낭패를 보기도 했다. 미세한 떨림에도 거침없이 흔들리는 영상들은 뉴스영상으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해 보였다. 스노보드가 날아오를 때 태양 아래 거대한 흰 눈이 반사돼 뷰파인더로 노출 잡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매번 OBS 로부터 촬영을 허락받아야 했고 제한된 시간, 제한된 공간에서 촬영해야하는 쉽지 않은 상황들이 계속 되었다. 

 그런 와중에 02월 07일. 베이징 서우두 경기장. 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승 경기에 출전한 최민정 선수가 넘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심판이 출발을 알리는 방아쇠를 당긴지 25초쯤 지난 뒤였다. 역시 사방의 중계 카메라는 넘어지는 최 선수를 포착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경기는 이어졌기에 나머지 선수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결과가 난 뒤에야 최 선수가 넘어지는 순간을 반복적으로 느리게 비췄다. 그리곤 금세 다음 경기 영상으로 넘어갔다. OBS 중계는 한 선수의 탈락보다 나머지 선수들의 순위, 그리고 경기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었다.  

 반면 쇼트트랙 경기장 ENG 존에 있었던 나의 상황은 달랐다. 내게는 우리나라 선수의 모습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했다. 그렇기에 최민정 선수의 처음부터 끝을 오롯이 담을 수 있었다. 푸른 천막을 걷어 올리고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모습, 경기 전 몸 푸는 모습, 넘어짐에 아쉬워 빙판을 내리치는 모습, 이에 안타까워하는 객석의 팀 킴 그리고 태극기를 든 응원단까지. 다양한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더해 믹스드 존 있었던 영상기자 선배는 최민정 선수의 인터뷰를 ENG카메라로 담았다. 경기 후 각종 뉴스와 뉴미디어 콘텐츠에선 이날의 ENG 촬영본들이 많이 활용됐다.

 최 선수가 넘어졌을 때를 복기했다. 그제 서야 내 역할을 찾을 수 있었다. OBS는 중계 서비스다. OBS는 경기 진행에 집중했지만 나는 최 선수에 집중했다. 우리 국민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중계진이 아닌 영상기자다. 영상기자는 영상취재를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개최국 중국의 방역지침, 로봇이 만드는 음식, 훈련 중 긴장을 풀기 위해 인증샷을 찍는 선수들, 부당한 판정에 항의하듯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우리 응원단, 인터뷰 중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의 표정까지 모두가 나의 영상취재 영역이었다. 

 꼭 채워야 할 빈자리를 메우는 공간. 2년 차 영상기자의 첫 올림픽취재는 그런 공간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그곳에 우리 대한민국 영상기자들이 있었다. 




MBC / 장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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