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제목 없음

“상상 이상의 취재 거부와 방해”

공정보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좋은 경험

 5월3일, 처음으로 촛불집회 취재를 나갔다. 아직은 야간 취재에 익숙하지 않을 때라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당시에 촛불집회 취재가 어려웠던 이유는 야간 취재인데다 사람이 많아 이동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나의 경험 미숙에서 오는 어려움으로 이런 어려움은 몇 번의 촛불집회를 취재하는 동안 점점 익숙해 졌다. 초창기의 촛불집회는 10시면 마무리가 되었고 거리행진도 없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없었다.

 거리 행진이 촛불집회의 또 다른 아이콘으로 등장하면서 부터는 경찰과 대치 상황도 뒤따랐다. 처음 거리 행진을 취재할 땐 행진하는 사람들만을 취재하는데 급급해서 놓치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거리 정체 상황, 행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거리행진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과 시위대 간의 마찰도 취재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경찰과 시위대 대치 상황을 처음 접했을 땐 한참동안 카메라를 어께에 메고 상황을 주시하는 미련한 짓도 했다. 강제 진압 과정에서 충돌이 생길 때는 위치를 잘못 잡아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끼어 위험한 상황에 쳐하기도 했다. 그때 나와 함께 나간 오디오 맨은 사다리 위에서 떨어지는 나를 한 팔로 잡아내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나중에 이 오디오 맨은 나에게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카메라 무게 때문에 무거웠던 거죠?”라고.)

 거리행진이 시작된 이후로 촛불집회는 점점 과격해져 갔다. 그런 와중에 YTN 신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이라는 소식이 대중사이에 퍼지면서 YTN에 대한 시위대의 불신이 높아졌다. 거기에 시위자가 전경버스에 치인 사건을 두고 “YTN이 시위대가 일부러 발을 넣었다고 보도했다.”는 오보가 오마이 뉴스를 통해 전달된 사건까지 있었다. 나는 이 일이 있은 다음 날 취재를 나갔다. 취재 나가기 전, 전날 취재를 했던 선배에게서 취재가 어려울 것이란 이야길 들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갔지만 취재거부와 방해는 상상 이상으로 많았고 과격했다. 제대로 보도하라며 삿대질하는 것은 물론 렌즈를 가로막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다리 위에 있는 나를 향해 물병이 날아오고, 사다리에서 끌어 내리려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은 처음 물대포가 등장한 날이기도 했다. 나는 물대포가 발사되는 곳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에 서 있었기 때문에(취재방해 하는 시위대를 피해 있었던 것이었다.) 갑작스런 물세례에도 다치거나 심하게 젖지는 않았다. 그러나 물대포를 예상하지 못하고 취재를 나갔고, 레인커버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물대포를 피하며 취재하는 것이 꽤 힘들었다. 취재방해는 물대포로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계속 되었고, 때문에 물대포를 맞는 시위대를 찍는 것이 물대포를 피하는 것 보다 더 어려웠다. 충격을 받고 쓰러져 이송되는 모습을 찍으려고 하면 친구라는 사람이 카메라를 가로 막았다. 소화기 분말가루를 마셔서 기침을 하는 와중에도 시위대는 카메라에 YTN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취재 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다. 취재를 하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공정보도를 하겠냐는 내 물음에 “당신 언론들 이제 못 믿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들의 믿음은 자신들의 논리에 맞는 보도가 공정하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촛불집회는 평화 집회라고 단정 지어 놓고 그에 반하는 행위들은 제외되기를 바랐다. 대부분 뉴스에선 촛불집회가 정치적인 구호가 등장하며 변질되었다고 보도했지만 나는 평화집회라는 덫에 그들 스스로가 빠진 탓에 폭력집회로 변질되는 우를 범했다고 생각한다. 평화집회라는 틀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폭력적 행위를 가리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는 전경에게 먼저 폭력을 가하고 전경버스를 부수는 행위를 취해하려고 하면 거세게 기자들을 저지했다. 그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는 기자도 있었다. 촛불집회를 더 이상 평화집회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때에도 연일 보도되는 뉴스엔 시위대 보단 경찰의 폭력 행위가 더 강조되었다. 촛불집회가 평화집회의 덫에 빠진 데는 이런 보도를 한 언론의 잘못도 컸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촛불집회는 예전의 평화집회의 취지로 돌아온 것 같다. 최근엔 언론을 사수하겠다며 우리 회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는 시위대도 있다. 예전에 “YTN 싫어요. 다른데 가서 찍으세요.”라며 취재방해를 했던 사람이 우리 회사 앞에 와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세월에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촛불집회에 비단 시위대의 취재방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형 컨테이너가 세종로를 가로 막았던 6월10일. 이날은 촛불집회가 아닌 촛불집회를 막으려는 컨테이너 취재를 나갔다. 근접 취재를 위해 컨테이너 가까이로 다가가자 전경들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 그들은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 이외에 뚜렷한 취재거부 이유를 밝히지도 않았다. 언젠가 취재를 막는 모습도 쓸 때가 있다는 선배의 말이 떠올라 카메라 렌즈를 막는 손이 완전히 접근해 올 때까지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 녹화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카메라 렌즈를 막은 손은 내 눈도 함께 가렸다. 취재방해로 취재가 어렵다고해서 그만둬 버린다면 카메라 렌즈와 내 눈만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눈까지 가려지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기자가 보는 시각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기고 그것이 뉴스로 시청자에게 전달된다는 당연한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촛불집회는 캄캄한 밤을 지나 다시 밝아지는 아침까지 이어진다. 서서히 날이 밝아질 무렵에 주변을 보면 시위대 보다 여기저기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카메라 기자 선배들이 더 눈에 띈다. 지친 모습을 하고도 한 쪽에 놓인 카메라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는 선배들을 보며 나도 다시금 카메라를 움켜쥔다.

김현미 / YTN 보도국 영상취재팀 기자


  1. 4.11 총선 취재기- 12월 대선,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4.11 총선 취재기 12월 대선,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4.11 총선은 새누리당 승리, 민주통합당 참패, 통합진보당 중간성적표, 자유선진당 몰락, 무소속 부진, 국민생각/진보신당 국회입성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야권의 두축이라 할 수 있는 민주통합당...
    Date2012.05.04 Views10722
    Read More
  2. No Image

    4.11 총선 취재기 - 국회 4진

    411 총선 취재기 -OBS 김영길<국회 4진>- 갑자기, 모든 소음은 사라진채 3! 2! 1! 의 카운트가 끝나고, 탄성과 탄식이 들려왔다. 19대 총선의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힘들고 고된 총선을 마치며 마음 한편으로는 시원함과 아쉬...
    Date2012.04.28 Views4128
    Read More
  3. 남극,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

    남극 취재기 남극,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 한국을 떠나 순수 비행시간으로만 33시간 만에 칠레 최남단의 도시인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했다. 정말 멀고도 먼 곳이었다. 푼타아레나스는 남극대륙으로 향하는 여행자나 취재진들이 대부분 경유하는 칠레의 작은 ...
    Date2012.02.22 Views11369
    Read More
  4. 브라질 칠레 취재기 - 무역 1조원시대 취재기

    브라질 칠레 취재기 - 무역 1조원시대 취재기 1월 9일 저녁 19시, 몸이 안 좋았던 나는 퇴근길 버스에 올라 아내에게 오늘 저녁은 얼큰한 김치찌개를 먹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약 10분이 지난 후 부장으로부터 현 위치와 전자 여권이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는 ...
    Date2012.02.18 Views11148
    Read More
  5. 한국시리즈 취재기 - 삼성 vs SK

    지난 10월23일 부산 사직구장 전날 내린 비로 인해 하루 연기되었던 2011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정규리그 2위팀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서 기아를 물리치고 올라온 SK의, 한국시리즈를 위한 막판 승부. 이 두 팀 중 이기는 팀만이 대구행 티켓을 받겠지...
    Date2011.12.27 Views10704
    Read More
  6. 서울시장선거취재기 - ‘시민이 시장이다’ 박원순 시민단체에서 시청으로

    서울시장 선거 취재기 ‘시민이 시장이다’ 박원순 시민단체에서 시청으로 세종문화회관 한 카페에 수십 명의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교수가 들어왔다. 서울시장 후보 물망에 오르던 안철수 교수는 이날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했다. "박...
    Date2011.12.27 Views11965
    Read More
  7.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달구벌 뜨거운 열기에도 나의 열정은 식어있었다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달구벌 뜨거운 열기에도 나의 열정은 식어있었다. A, “야! 가지고 있는 카메라, 망원렌즈, 트라이포드, 스트로보 모두 꺼내고 짐이 많은 것 처럼하고 뛰어 들어가자.” B, “입구는 한 곳인데 경찰이 저렇게 열을 지어 있는데 저기로?...
    Date2011.11.18 Views11445
    Read More
  8. 북극취재기 - 가장 신선한 경험은 '반복'에서 나왔다

    북극취재기 어린이들에게 신으로 군림하고 있는 ‘뽀통령’ 뽀로로 못지않게, 그 만화의 다른 캐릭터들-크롱, 루피, 에디-의 인기도 결코 만만치는 않다. 5살짜리 우리 꼬마에게는 포비가 그러하다. 워낙에 매니악한 수준이라 인형, 장남감 등은 거의 컬렉션 급...
    Date2011.11.18 Views10709
    Read More
  9. 춘천 산사태 취재후기 - 여기서 먹고살아야지 어디를 가나?

    춘천 산사태 취재후기 7월 27일 AM 12:40 늦은 시간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불길한 예감에 전화기를 들여다본다. 취재기자의 전화. 심상치 않게 내리던 비에 깨어있던 터라 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별 피해도 없는데 괜히 가는 것 아냐?” 볼멘소리를 해보지만...
    Date2011.11.18 Views11321
    Read More
  10. "태풍 무이파" 영상 취재 24시

    "태풍 무이파" 영상 취재 24시 무이파 (태풍 번호: 1109, 국제 명: MUIFA)는 마카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서양자두 꽃을 의미한다. 이 아름다운 꽃말의 태풍은 클레오파트라의 치명적 매력만큼 위력은 엄청났다. 2011년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9번째 태풍으로, ...
    Date2011.11.17 Views10864
    Read More
  11. No Image

    유비무환 (有備無患), 위험지역 취재 문제없다!!

    유비무환 (有備無患), 위험지역 취재 문제없다!! KBS 위험지역 취재·제작 연수를 다녀와서 “임마! 일하러 나가면 항상 몸 조심하구! 알았지?” 부모님께 안부전화 드릴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듣는 말이다. 걱정 마시라며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편...
    Date2011.11.17 Views4246
    Read More
  12.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취재 후기

    돌잡이로 ‘초심’을 잡아본다!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취재 후기- 뜻밖의 만남 “형!” 누군가 날 형이라 부르며 내 팔을 건드렸다. 집회 현장에서 날 형이라 부를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의아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이게 웬걸. 대학교 후배였다. 반값 등...
    Date2011.08.05 Views11950
    Read More
  13. 평창올림픽 유치 취재기(남아공 더반)

    감격의 순간을 담느라 감격을 억눌러야 했다 평창,,,, 자크로케 IOC위원장의 발표순간 모든 유치위원회 관계자와 평창 서포터스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울렸다. 유치위원회 관계자와 기자단 숙소인 리버사이드 호텔에 마련된 야외 응원 장소에서 취재중이던 나...
    Date2011.07.22 Views11100
    Read More
  14. No Image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취재기(평창) 꿈은 현실이 되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이 열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쿨러닝> 혹은 800만 이상의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한 영화 <국가대표>를 관통하는 주제는 동계 스포츠에 소외된 이들의 현실 극복이다. 대한민국 평창이라는 곳 역시 그간 동계올림픽에 소외되었다. 하...
    Date2011.07.22 Views4629
    Read More
  15. 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현장을 가다

    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현장을 가다 - 우리는 행복한 곳에서 산다 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현장을 가다 2011년 3월11일 15시30분쯤, 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냐??” “지금 인터뷰하러 서강대에.....” “너 지금 일본가야 하니깐 그냥 빨리 들어와...
    Date2011.05.21 Views11211
    Read More
  16. 중계차 줄행랑사건

    쓰나미로 초토화된 일본 동북부 지역 취재를 마치고 영상송출을 위해 영사관이 있는 센다이 시내로 복귀하는 길. 로밍서비스를 통해 휴대폰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뜬다. “현지 중계차 철수로 송출 불가. 각자 현 위치에서 가능한 인터넷 송출 방법 강구 바...
    Date2011.05.21 Views10596
    Read More
  17. No Image

    리비아 전쟁취재기-우리는 선택과 판단을 해야했다

    인트로 얼마 전 선배로부터 리비아 취재기에 대해 글을 써줄 것을 요청받았다. 다녀온 지 두 달이 넘어가고 갑작스런 일이어서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이번 기회에 중동 출장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길게 출장은 다녀왔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
    Date2011.05.21 Views4982
    Read More
  18. 이집트 출장 지원자를 받습니다.

    이집트 출장 지원자를 받습니다. 여느날과 다름없는 일상의 아침은 짧은 문자와 함께 요동쳤다. 무라바크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그 시점이었다. 기자로서 이런 역사적 순간에 국제적 수준에서 취재할 수 있다는 것...
    Date2011.03.26 Views11967
    Read More
  19. 아덴만 여명 작전 -삼호주얼리호 취재

    이국의 바다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만나다 오만의 바닷가는 ‘클린스테이트’를 지향한다는 그들의 말 만큼이나 푸르고 깨끗했다. 한국대사관과 무스카트항을 몇 번씩 오가며 삼호주얼리호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사살된 해적들의 시신처리와 생포된 해적들의 인도...
    Date2011.03.22 Views10807
    Read More
  20. 아프리카를 가다

    마지막 기회의 땅 - 아프리카를 가다 설레고 긴장하며 아프리카 취재를 준비했다. 남아공, 콩고, 우간다, 에티오피아, 카메룬, 케냐, 빠듯한 17일간의 여정이 시작된다.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는 깨어나고 있었다. 나의 첫 번째 목적지는 남아...
    Date2011.03.22 Views10449
    Read More
  21. 맷값 폭행사건과 재벌2세

    ‘chaebol’ 위키피디아 영영사전에서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땐 단어의 뜻을 잠시 고민 했었다. 발음그대로 읽으면‘채볼(?)’이라고 발음되어지는데, 한글을 영어로 고유명사화 시켰다는 정보로 단어를 유추한 필자는‘체벌을 한국의 교육방식 중 하나’라고 여긴...
    Date2010.12.16 Views1232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