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총회를 취재하고

by 안양수 posted Jan 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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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람사르 총회를 취재하고.. “현명하게 자연을 이용하자는 회의...

오히려 자연 훼손에 한 역할 한 것 같아 안타까워”

환경수도를 지향하는 창원에서 굵직한 회의, '람사르 총회'가 열렸다. 습지와 철새 등 환경에 관해 논의하고 토론하여 우리들 인간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자는 것이 그 취지인 것 같다. 창원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습지와 철새, 인간과의 공존, 논도 습지라는 결정을 하는 등 많은 논의를 거쳐 창원 선언문이 채택되고 성공리에 총회를 치렀다는 기자회견까지 마쳤다. 하지만 람사르 총회의 열기 탓으로 철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 창원의 주남저수지와 창녕의 우포늪은 몸살을 앓는 듯하다. 총회 전에 마무리 하려고 서두른 흔적이 역력한 탐방로며, 덩지만 커다란 람사르 문화관, 이상한 모습의 탐조대가 주남에 만들어졌고, 갑자기 늘어난 탐조객이 오히려 철새를 놀라게 하는 역할을 했다.

모든 것을 새들의 입장에서만 볼 수도 없겠지만, 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 람사르 협약의 본질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제일 아름답고, 인간이 건드리지 않으면 부서지지도 훼손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기에 유엔환경계획도 세우고, 람사르 협약도 만드는 것 아닌가? 자연을 현명하게 이용하자(Wise Use)는 회의가 오히려 자연을 손상시키는데 일조를 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총회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그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습지보호 회의를 유치하면서 습지를 매립하는 행위나, 철새와의 공존을 말하면서 철새를 놀라게 하는 행동이 비일비재하다. 무의식 속의 사고를 의식적으로라도 바꾸면서 자연과의 공존을 머릿속에 각인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습지 보호를 주민들과 함께 해 나간다. 일반 주민들이 자원봉사를 자청해 내방객을 상대로 상당한 깊이 있는 설명을 한다. 아직은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다. 주민에게도 무엇인가 혜택이 있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축제든 무엇이든 마찬가지지만 람사르 총회가 열렸다 하더라도 일반 시민들이 그 의미나 중요성에 대해 깨닫거나 느끼기는 사실상 어렵다. 철새 탐조 때의 기본적인 행동 양식에 대해서라도 주지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정도는 있어야 하겠다. 적어도 탐방로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고 조심해서 조용하게 다녀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람사르 총회는 총회 이후의 실천을 숙제로 남겨 준 듯하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기자로서의 비애 한마디. 람사르 총회 첫날 개막식엔 대통령이 참석했다. 그래서 취재용 비표를 신청했는데… (경남도청을 통해서 신청함) 아뿔사, 고의인지 실수인지 모르겠으나 근접이 아닌 원거리 취재 비표가 나왔다. 나뿐 아니라 지방 기자는 모두 ‘원거리’로 나왔다. 도대체 취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면 비표 신청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통령의 행사에서 해당 지역 기자들 역시 풀단을 구성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중 한 사람이라도 근접 취재 비표를 발급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항의를 했더니 경남도청 관계자들은 서로 자기 권한 밖의 일이라며 미루기만 했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 해결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무진 / 마산MBC 보도제작국 영상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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