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그 '위대한 도전'의 현장을 가다

by 안양수 posted Apr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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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

 제1회 WBC 출전 선수들보다 투타에서 한 수 아래로만 여겨졌던 제2회 WBC 선수들이 전대회의 4강 신화를 넘어 준우승이란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금의환향했다. 나는 운 좋게도 그들이 준우승 신화를 창조하는 현장에서 카메라 렌즈를 통해 그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3월 10일 한국 방송풀기자단-KBS 이정화, MBC 민병호, SBS 김영성 기자 그리고 홍성락 편집요원-은 오후 6시30분 시애틀행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도쿄에서 벌어진 WBC예선전을 우리 야구팀이 조 1위로 통과한 덕분에 우리 방송3사 풀팀은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향하게 되었다.

 

 미국 현지 국내선을 포함해서 17시간만에 도착한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현지시간으로 3월 10일 오후 8시경이었지만 우리 취재팀은 피곤함도 잠시 잊고 현지 한인 식당에서 식사중인 김인식 감독과 코치진 취재를 하기 위해서 공항에서 한인 식당까지 총알택시를 탄 양으로 급하게 이동하였고 간신히 감독과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정신없이 인터뷰 화면을 인터넷으로 보내고 기자 오디오 송출까지 마친 시각은 현지 시간으로 새벽 6시쯤이었고, 취재팀은 이미 장시간의 비행과 업무로 초죽음 상태였지만 이것은 단지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11일과 12일엔 미 프로구단인 샌디에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와 연습 경기 취재가 있었다. 우리 대표팀은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된 상태라서 두 연습  경기에서 모두 졌지만 표정들은 밝았다. 애리조나 피닉스는 건조한 사막   날씨 때문에 많은 미국 프로 구단들의 스프링캠프지로서 유명한 곳이라서 준 메이저급 야구장이 많았다. 야구장내에서의 ENG 취재도 별 제재 없이 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나와서 관중과 취재진들의 편의를 도와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곳에서의 취재물은 호텔에서 인터넷 송출로 했는데 약 250 - 300Kb 정도로 1분정도의 영상물을 약 2시간 정도에 보낼 수 있었다.

 

 현지 시간으로 13일 대표팀을 따라 2라운드 시합이 벌어지는 샌디에고로 1시간 20여 분을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대표팀이 숙소에 들어오는 모습과 감독과 선수들의 인터뷰 취재를 다급하게 마친 후  호텔에서 인터넷 송출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다음 날은 샌디에고 펫코파크 구장에서의 우리 대표팀 공식연습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연습 현장에는 우리 한국 기자들보다 외신과 일본 기자들이 훨씬 많아서 한국팀이 아닌 일본대표팀을 취재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한국 기자단은 신문과 방송을 다 합해도 약 30여명 정도였고 그 중 방송사는 지상파 3사 풀팀 5명과 YTN 3명등 8명에 불과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너무 초라한 규모의 방송 취재단이란 생각이 대회 내내 지워지지 않았다. 대회가 열리고 있는 구장 밖에 각 사별로 중계차를 대고 실시간 송출하는 일본 방송취재단을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풀팀 구성으로 각 방송사의 특성을 저버리고 단일 영상으로 뉴스를 내보내야 하는 오늘날 한국의 처지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8강전 첫 경기인 멕시코전을 홈런이 좀처럼 나오기 힘든 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이범호 등이 3개 홈런을 앞세워 8대 2로 가볍게 승리하던 날 야구장을 찾은 수천명의 현지 교민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만발했다. 세 번째 한일전의 열기는 관중석에서부터 전해졌다. 1만 여명의 한국관중과 그보다 좀 더 많은 일본 관중간의 응원 열기는 경기 시작 전부터 야구장을 압도했다. 2차전의 승리 주역인 봉중근의 완벽투와 이용규의 발 빠른 야구덕분에 4 대 1의 승리… 2회 연속 4강을 확정 짓는 순간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응원하던 교민들의 환호하는 모습은 잊을 수 없다. 승리에 환호하는 응원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우린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을 취재하였다.

 

 준결승전 상대팀은 중남미의 강호이자 거의 모든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 중인 베네수엘라였다. 시합 하루 전 김인식 감독은 공식 연습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위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되었다” 란 말로써 현재의 심정과 시합에 임하는 자세를 집약적으로 표현해주었다고 본다. 준결승전에서 LA 다저스 구장을 마치 잠실야구장인양 가득 메운 현지 교민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힘입어 무려 10대 2로 베네수엘라의 막강 전력을 침몰시켰다. 이 경기에선 그동안 부진했던 추신수의 공수 활약이 돋보였다.

 

 현지 시간 23일 월요일 오후 6시30분에 이번 대회 5번째 한일전이자 우승팀을 가리는 대망의 결승전이 벌어졌다. 5만 6천여석의 다저스구장이 거의 만원을 이루었고 그 관중의 70%정도는 한국 교민들이었다. 한일 취재진들의 눈에 안 보이는  취재 전쟁도 시작되었다. 수많은 일본 방송 취재단에 맞서서 우리 풀팀도 비록 수적으론 크게 열세지만 가열 차게 역사의 현장을 취재했다. 아쉽게 졌지만 결승전다운 명승부를 치렀다.  9회 말 극적인 3대3 동점까지 일궜지만 연장 10회 이치로의 안타로 2실점 후 5대 3으로 졌다. 경제 불황으로 침울했던 국민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었던 20여 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우리 취재진은 물론, 현지에서 열성적으로 응원하던 교민들과 국내에서 응원하던 국민들은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야구 인프라 등 모든 조건에서 열악한 상태에서 만들어낸 값진 결과이기 때문에 한국 야구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떨칠 수 있었고 또한 당연히 이번 제2회 WBC 대회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우리 야구 대표팀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현장에서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그들과 함께 했기에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이중우 / KBS 영상취재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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