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쿠데타 취재기

by 홍종수 posted Oct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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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쿠데타 취재기>

이번에도 작심삼일, 삼일 후에 또 작심삼일!

갑작스러운 출장 (우리의 숙명)

 아침에 받는 전화 - 기상하기 전에 전화벨이 울리면 비몽사몽간이라도 반사적으로 긴장하게 된다. 100이면 100이 일찍 출근하라는 전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출장 건으로 갑자기 전화를 받고 출근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갑작스런 천재지변이나 전쟁으로 인한 현지 급파... 일단 급한 대로 작은 배낭에 간단하게 옷가지를 챙겨서 출근했다. 출근하자 만난 선배들이 군사쿠데타니까 위험할 수 있다며 몸조심하라고 일렀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얼핏 들었던 출장에 대해서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태국의 군사쿠데타라? 무슨 일일까? 쿠데타라고 하면 우리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군사쿠데타라고 하면 군이 제일 먼저 할 일은 언론을 장악할 것이다. 위험할 수도 있다.

 이미 야근자가 출장 장비를 모두 준비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간단하게 점검만 하고 바로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취재기자 선배도 아침에 전화를 받아서 전체적인 출장준비가 미흡한 상태였다. 차로 이동하면서 비행기좌석, 현지 가이드, 이동수단, 위성송출 등을 전화로 준비해야만 했다. 마침 얼마 전에 태국으로 탈북자 취재를 다녀온 선배가 생각났다. 선배를 통해서 현지 가이드, 대사관 공보관, 대한항공 주재원 등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다. 이 번호들이 현지에 도착해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던지...

 어쨌든 아침 일찍 출발하는 직행 비행기는 놓쳤고, 그 다음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다음 비행기는 1시간 뒤에 출발하고 홍콩에 경유까지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반석은 이미 없었고, 비즈니스 석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처음으로 비즈니스 석에 탔다. 역시 비싼 값을 한다고 넓고 아늑한 공간과 승무원들의 서비스도 차원이 달랐다.

 비행기가 방콕 공항에 도착하고.. 연착까지 한 비행기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후 5시 40분 정도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출발선상에 서있는 육상선수마냥 다른 사람들을 앞서서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입국심사대에 섰는데 왠지 모를 긴장... 혹시 외국 언론에 비협조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제재도 없었고 그 어느 때보다 편하게 그곳을 통과할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서둘러야 하는 시간... 이미 위성은 포기했다. 시내까지 나가는 대만 1시간이 걸릴테니 전화연결로 하기로 했다. 그래서 공항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항공에 전화를 걸어서 사무실을 잠시 쓰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태국에서 첫날 리포트를 해결했다.

첫날 취재

 ‘성공한 쿠데타?’ (탱크 옆에서 총 든 군인과 웃으며 사진 찍는 태국 국민들)

 실제 취재 첫날이다. 현제 태국의 상황은 어떨까? 이번 태국의 군부쿠데타의 원인은 바로 탁신 총리였다. 통신재벌이라 알려진 탁신 총리.. 경찰 간부 출신으로 옷을 벗고 IBM 컴퓨터의 경찰청 납품 등으로 한 몫을 잡았다. 이후 휴대폰 통신사업으로 완전한 재벌로 변모한다. 그냥 성공한 기업가로 남았으면 좋으련만 주변의 충동과 본인의 권력에 대한 욕구 등으로 인해 정치에 진출하게 된다. 당시 기존 정치 세력에 식상해있던 국민들이 신선해 보인다며 탁신의 정계 진출은 성공을 이룬다. 하지만 그의 사소한 욕심 때문이었는지 세금도 내지 않는 등 권력남용과 부정부패가 하늘을 찌르자 국민들의 신임을 잃었다. 그 와중에 왕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다.

 태국은 입헌군주제의 나라이다. 시내 곳곳에 국민들이 국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구 열강의 식민지 경험이 없는 나라 태국.. 1932년 이 나라에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뒤 20번째 쿠데타이다.

 우리는 태국의 왕실과 국회, 국방부 등이 있는 시내 중심으로 갔다. 차로 이동하면서 창문밖에는 신문 사진에서 봤던 탱크와 장갑차들이 그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곳곳에 총을 든 군인들이 눈에 띄었고 우리는 살짝 긴장하였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서 그곳에 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총 든 군인과 탱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먹을 것들을 사와서 군인들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그들은 이번 쿠데타를 반기면서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약간은 의외였지만 이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탁신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알 수 있었다.

취재 둘 째 날

민주주의의 후퇴 (지식층의 교수들의 쿠데타 반대 집회)

 국왕의 승인과 국민의 지지를 받아 국정을 완전 장악한 군부가 정권을 제대로 민간에게 이양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부 대학교수들은 한곳에 모여 쿠데타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물론 탁신이 물러난 것을 반기는 사람들이지만 군부의 쿠데타는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인터뷰 다니면서 대부분이 탁신을 싫어했지만 쿠데타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리 군부가 쿠데타 이후 과도정부 구성-헌법개정-총선실시라는 정권이양 절차를 제시하였다 하더라도 이런 절차와 형식보다 그 내용이 더 중요하다. 겉은 민간정부로 포장하고 권력 내부에는 여전히 쿠데타 지도부가 자리하면서 국왕의 지원을 받아 정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군인들의 총으로 정권을 바꿔온 경험을 많이 해온 국민들 스스로도 그?! ? 내성이 길러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이 오래된 습관처럼 다음에도 쉽게 일어난다면 누구를 탓해야 한단 말인가?

돌아오는 비행기...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언제나 출장의 마무리는 돌아오는 비행기였는데... 역시나 피곤한 몸을 의자에 기대고 그 동안의 일들을 정리해본다.

1. 나름대로의 출장 매뉴얼을 만들어 본다.

2. 인터넷 송출 등의 시스템을 잘 알아둔다.

3. 사고방식이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판단할 수 있게 노력한다.

4.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이번에도 작심삼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삼일 후에 또 다른 삼일을 계획할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오랜 습관처럼 될 수 있도록 말이다.

SBS뉴스텍 영상취재팀 기자 홍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