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취재기3

by 유민철 posted Feb 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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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몽골의 한국바람 2



* 한국 화장품, 한국 공산품


몽골은 자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지만 이를 개발할 만한 자본과 기술력이 없고 운송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1차, 2차 산업이 발달 된 게 없읍니다. 원유, 구리, 육류, 가죽, 캐시미어등이 주된 수출 품입니다. 반면 거의 모든 공산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읍니다. 여기에 한국산 제품의 인기가 매우 좋습니다. 한국산 화장품은 값이 비싸서 선뜻 살 수 없는 상품이며 한국산 의류, 신발등이 인기가 좋아서 가짜 한국상품이 나돌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전제품은 일제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서 한국산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 녹색 혁명 - 김치와 채소


우리도 한 때 양식당에 가서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설익은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던 시절이 있었읍니다. 요즘 몽골에서는 한국식당에서 가서 김치를 비롯한 채소를 먹을 줄 아는 것이 중상층 문화의 상징처럼 되었다고 합니다. 우선 몽골 식당보다 대여섯배나 비싼 한국 식당에 출입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부의 과시가 되기 때문입니다. 몽골의 대졸초임은 우리 돈으로 60, 000(육만)원 정도인데 현지 한국식당의 값은 식사 한 끼에 5,000원 정도니까 대단히 비싼 값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 채소를 먹을 줄 안다는 것으로 선진문화를 받아들인 깨인 사람 축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김치와 채소음식을 건네자 동물이나 먹는 음식을 사람에게 준다며 화를 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채소를 끝내 삼키지 못하고 뱉어내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이런 몽골인들의 인식이 바뀌어 이제는 시장에서도 각종 채소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녹색혁명의 아버지 - 이해식 교수


몽골인들이 채소를 먹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가축 방목이 전부였던 몽골의 1차산업에 농경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겨울 석달 동안은 불모의 동토가 되지만 나머지 기간은 몽골은 거대한 초지가 됩니다. 이렇다할 2차 산업이 없는 몽골에서 농산업은 필요성이 매우 크고 가능성도 있는 분야입니다. 이를 인식하고 농산업 보급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한국인 이해식 교수입니다. 몽골 국립 농대에 취임해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비닐하우스등을 도입해 각종 채소 재배를 성공시켜 농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전환을 이끌어낸 인물입니다. 이해식 교수는 매스컴등을 통해 김치보급에도 애를 쓰면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교민사회의 대부 - 전의철 박사


수교 10년째인 현재 교민들의 수는 600여명. 음식업, 상업, 여행사등 여러 방면에 진출해 있읍니다. 몽골 교민사회는 여타 다른 나라의 교민사회와 비교해서 아주 모범적입니다. 이리 저리 나뉘어 서로를 헐뜯거나 적대시하는 모습들이 없다고 합니다. 숫자가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전의철 박사의 덕이라는 것이 만나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전의철 박사는 선교의 일환으로 연세의료재단에서 설립하고 한국에서 건너간 자원봉사 의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연세병원의 원장입니다. 교민사회에서 전의철 박사의 권위와 신망은 대단한 것이어서 교민들이 반목없이 화합하는데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 한국에서 존경받으며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분임에도 몽골이라는 오지라면 오지일 수 있는 곳에서 의료봉사로 헌신하고 있읍니다. 기독교 선교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병원에는 전의철 박사 말고도 여러명의 젊은 한국의사들이 식구들까지 같이 이주해서 도시의 소외계층과 오지에 의료봉사를 하고 있읍니다. 저는 기독교 신자는 아닙니다만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면서도 봉사에서 커다란 보람을 찾고 있는 의사들의 모습에 머리가 숙여졌읍니다.


지금 얘기한 것들은 몽골의 아주 작은 부분들이지만 어쨌거나 몽골은 급변하고 있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자리잡고 있읍니다. 한국에 대한 친근감, 불법취업자들이 전파해온 한국 문화, 수교 초기에서부터 진출한 교민등 여러 요인이 합쳐져서 지금 한국은 가장 가고 싶은 나라이고 기회의 나라가 되었읍니다.
과거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시절이 있지만 지금은 또 다른 양상으로 한국과 관계를 넓혀가고 있읍니다. 비행기로 세시간반. 중국을 사이에 두고 있는 몽골은 그렇게 멀고도 가까운 나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