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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카메라 기자이다

 

               참 회 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 시인은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본인의 행동에 대해 참회록을 썼다. 카메라 기자로서 사명감을 세기고 일하고 있는 나에게 참회록을 써본다. 왜 이 시점에 참회록인가. 우리 카메라기자들은 국민들의 눈 과 귀가 되겠다며 소리치며 현장을 뛰어 다녔다. 하지만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가 보도 된 이후 매주 집회현장을 누비는 우리들에게 쏟아지는 대중들의 말은 똑바로 해라’, ‘000 나와라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고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낸 이후에도 대중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말들은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들의 어깨위엔 국민들의 눈과 귀라고 지칭한 카메라가 있다. 그리고 그 카메라엔 이 업을 한 이후로 개인의 정체성을 대신하는 방송사 로고가 붙어 있다.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나간 뒤에 대중들에게 나 개인은 없고 방송사만이 나의 정체성을 대신한다. MBN 잘해라. MBN은 뭐하냐 현장에선 내 이름 석자는 없고 MBN만 있다. 대중들이 현장에서 나에게 불평불만을 쏟아낼 때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다. 왜냐 내가 말하는 것이 MBN을 대변해서 말을 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나에게 왜 그러나 나는 잘못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건 비겁한 변명이 아닌가 지금에야 생각을 해본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로 불편한 일을 미루고 뒤로 숨기만 했으면서 나에게 쏟아내는 비난만은 피하기를 원하는 건 아닌지 나또한 한 언론사의 구성원이 아닌가 한나라의 대통령에게 죄를 물은 것은 어떤 특정 한명이 아닌 집회에 참가하는 국민들 그리고 먼발치에서나마 대통령의 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지 않았는가?

기자는 진실과 공정을 추구해야하며 사회정의감이 투철하고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가 카메라맨이 아니고 카메라 기자라고 기자라는 명칭을 붙이는 이유는 우리에게도 기자로서 가져야할 가치와 행동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 나서는 취재기자만이 방송기자를 대변하지 않으며 우리 또한 방송기자의 한축임을 당당하게 밝히는 길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마음가짐과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다. 자사 보도방향에 대해서도 방관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가 되어야 하며 자사의 공정하지 못하고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취재기자가 하는데, 취재기자가 안하는데 하며 지금껏 뒤로 숨으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이끌어낸 한 장의 사진, 팔짱을 끼고 있는 우병우와 두 손 모아 공손히 그 앞에 서있는 검사의 모습, 그 사진을 본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 전율은 우병우에 대한 화남과는 별개로 그 사진을 만들어 낸 그 사진기자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존경과 질투가 섞여있었다. 혹자는 사진이니깐 그렇다. 영상이었으면 영향력이 없었을 거라 하지만 사진과 영상에 다름을 떠나 그 장면이 주는 메시지의 파급력과 전달력은 사진어서 그렇다 영상이면 아니다 를 뛰어넘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진을 보며 그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되뇌었다. 언제부터인가 취재기자가 의뢰하는 일정만을 따라다니며 수동적으로 영상만 찍고 있는 것은 아닌지. 텍스트와 함께 영상이 나가야만 뉴스가 아니며 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뉴스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동적으로만 행동해왔던 것은 아닌지.

어느 현장에서든 우리 카메라기자들은 자사뉴스에 대한 평가를 대중들에게 면 대 면으로 받는다. 취재기자가 아니다. 대중들은 우리 어깨위에 있는 카메라와 거기에 붙여져 있는 방송사 로고를 보며 비난이나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그 호통과 쓰라린 질책을 올곧게 받기 위해서 그 비판에 책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 참여자가 되어야한다. 단지 영상만 찍는 인원이 아닌 카메라기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재정립하고 행동해야한다. ‘기자로서의 실천적 행동을 해야 지금의 비난이 박수와 환호로 바뀌리라 생각을 한다. 우리는 빠져있어도 된다는 아니다.

전범수 /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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