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56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먼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당한 고인들과 유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4월 16일 오전, 평상시와 똑같이 수원지국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오늘의 촬영 일정을 위해 전화를 하고 있는데,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갑자기 TV를 보시던 지국장께서 큰일이 났다 ‘수학여행 학생들을 태우고 가던 배가 침몰 중’ 이라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 같다고 하여 안산 단원고로 출발을 하면서 차안에서 이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21세기 최첨단 기기들을 보유한 대한민국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들이니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면 모두 살 수 있을 것이다. 육지에서도 가깝고 주변에 조업 중이던 배들도 있을 것이니 분명히 다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단원고 4층 강당에 도착해보니 이미 학부모님들이 많이 모여 계셨고 교육청 관계자들도 와 있었다. 방송자막에 학생전원 구출이라는 수퍼가 보이자 한쪽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몇 몇 학부모님들이 학생과 전화통화가 안된다면서 전원 구출을 의심했고 갑자기 강당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와 통화가 안되는데 분명 큰 문제가 발생했다며 울먹였다.


  애통한 눈물을 흘리시는  부모님들을 좀 더 잘(?) 촬영해보고자 6mm를 든 VJ들이 근접 촬영을 시도했고 우리 카메라기자들도 앵글이 좁아지니 근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점점 취재열기가 과열되기 시작하였다. 진도로 향하는 버스가 마련되어 일부 학부모님은 버스에 올랐다.
  오후에 더 많은 취재진들이 모여들었고 일부 6mm를 든 VJ들이 과도한 근접촬영을 하다가 학부모님들에게 혼이 나면서 강당에 있던 모든 취재진들이 내쫓기는 상황이 되었다. 학교 운동장에는 모든 방송사의 중계차들로 가득 찼고 송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범하고 조용했던 고등학교가 대 홍역을 치루며 사고 첫째 날이 저물었다.


  사고 둘째 날부터는 지상파 풀단(SBS,KBS,MBC,OBS,YTN,MBN)을 구성하였다. 첫날에 너무 과열된 취재열기로 인해 학생들과 유가족들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취재하자는 의견들이 모아졌기 때문이었다. 부족한 제가 풀단 간사를 맞아서 2팀씩 3곳에 위치 풀을 했는데 풀단 선,후배님들의 헌신의 노력으로 큰 무리 없이 취재를  할 수 있었다.


  매일 밤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 촛불집회가 진행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사고 3일째 임시분향소가 차려지고 우리 취재단도 분향소 옆으로 기자실을 만들어 이동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학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정신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교육청에서 내린 조치였다. 임시분향소에는 안산 시민들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들이 조의를 표하고자 분향소를 찾았고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었다.
 
  풀단 카메라기자들도 분향소 안에서 촬영하면서 함께 눈물을 흘려서 포커스를 맞추는데 힘이 들었다고 하였다. 참으로 비통하고 애통하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는 표현도 부족한 사건이다. 정부에 대한 아주 큰 실망감과 분통이 터져 욕하는 많은 분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성장만을 위해 달려오느라 안전과 사회 여러 가지 고질병들을 외면해 온 것이 이런 참사를 불렀다고 생각된다. 이글을 쓰는 저도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고인다. 고 2학생을 둔 제 가슴이 먹먹하고 그저 미안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원봉사자들이 24시간 분향소 안팎으로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에 ‘아~ 아직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감사의 마음도 들었다. 한 할아버지는 어른들이 다 잘못해서 어린 학생들이 죽게 되었다면서 원통한 마음에 할복을 기도해서 또 한번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그런가 하면 유가족분 중 한 여성이 임시분향소에 있는 방송카메라들을 모두 철수하라고 고함을 치시고 강력히 항의를 하셔서 모든 중계 카메라와 ENG가 밖으로 내쫓기는 수모도 격어야 했다.


  합동분향소에서도 방송사 중역들의 실언이 문제가 되어  쫓겨나는 수모를 또 겪어야 했다. 매일 밤 열리는 촛불집회에 정치성을 가지신 분들이 조금 있어서 본래 순수한 추모모임이 약간 희석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참사 취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첫째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줘야 하는데 울면서 인터뷰한 영상을 모자이크 없이 내보냈던 (물론 나중에는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둘째로 너무 늦게 만들어진 포토 가이드 라인과 풀단 구성이다. 미성년자들이 많은 학교 취재를 할 때 방송사들이 점령하듯이 취재하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풀단을 구성해서 최대한 정신적인 충격을 입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풀단에서 단원고 앞에서 학생들을 취재하지 않기로 협의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켜지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종편과 6mm VJ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맏형으로 이런 큰일들이 발생 했을 때 함께 취재 가이드라인을 협의하여 언론사들의 취재로 인하여 유족들에게 2차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안산은 진행 중에 있다. 정말로 이번을 마지막으로 안전 불감증이 사라지고 모든 시스템들이 정비되고, 확충되어 다시는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된다. 고귀한 생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후대에 알리는 경종이 되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그동안 풀단에서 수고해주신 모든 선후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명구 / SBS 수원


  1. 세상 열심히 변기를 찍다.

    세상 열심히 변기를 찍다.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전 데스크가 내게 취재 일정을 부여하며 던진 한 마디, “내일 2분 분량 정도로 변기를 찍는대… OOO 취재기자 하고 상의해봐”, “네? 변기 촬영만으로’ 2분 리포트를요?&...
    Date2019.03.12 Views526
    Read More
  2. 우리가 아는 ‘팀킴’은 김경두의‘ 킴’이었다

    우리가 아는 ‘팀킴’은 김경두의 ‘킴’이었다 지난 11월 8일, 대구의 한 세미나실의 문을 열었다. 그곳엔 평창 동계 올림픽의 스타‘ 팀킴’이 있었다. 그들은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눈물을 흘렸다. 아마 평창에서 이들을 취재...
    Date2019.01.02 Views493
    Read More
  3. ‘만족합니다’

    ‘만족합니다’ ‘제가 누른 리코딩 버튼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세상을 바꾸는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 내가 입사 면접에서 이야기한 자기소개의 한 문장이다. 지난여름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의 이른바‘ 황제 보석’을 ...
    Date2019.01.02 Views668
    Read More
  4. 태풍 콩레이 영덕 강구면을 할퀴고 가다

    태풍 콩레이 영덕 강구면을 할퀴고 가다 지난 10월 6일 강력한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에 도착한 후 경남 통영을 지나 경북 영덕에 상륙을 했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빨라 짧은 시간에 지나갈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경북 영덕 강구면에는 큰 피해...
    Date2018.12.20 Views448
    Read More
  5. [2018 제3차 남북정상회담 평양 취재기] '2018 평양' 그 새로운 여정

    '2018 평양' 그 새로운 여정 지난 9월 15일은 30여 년 가까이 영상기자로 언론사에 몸담고 취재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날이었다.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선발대로 자동차를 이용한 육로로 개성에서 평양까지 가볼 수 있는 ...
    Date2018.12.19 Views365
    Read More
  6.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취재기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취재기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세기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남북정상이 11만에 다시 한자리에 섰다. 그때의 두 정상은 아니었지만 그때만큼 뜻 깊지 않을 수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또 한 번 그들의 특별한 만남을 가까이서 지...
    Date2018.12.19 Views441
    Read More
  7. 인도네시아 지진, 쓰나미 취재기

    인도네시아 지진, 쓰나미 취재기 ▶ 인도네시아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두려움보다는 막막함이 앞섰다. 입사 후 떠나 는 첫 해외 출장이었다. 취재를 위해 서울을 출발할 때만 해도...
    Date2018.12.19 Views323
    Read More
  8. 고양시 저유소 화재와 드론 영상

    고양시 저유소 화재와 드론 영상 2018년 10월 7일, 점심 식사를 하고 회사로 돌아 오는 길에 가을이 왔음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청명하고 파란 하늘 사이로 시커먼 기둥의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검색을 해보 니 고양시에 있는 저유소...
    Date2018.12.19 Views418
    Read More
  9. 아시안게임 취재기 - 혼잡, 혼란, 그리고 혼합의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취재기> 혼잡, 혼란, 그리고 혼합의 아시안게임 ▶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성화 봉송 혼잡 “어이쿠, 저렇게 껴들면 사고 안 나요?” 8월 13일 밤, 아시안게임 취재를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
    Date2018.10.19 Views419
    Read More
  10. 아시안게임 취재기 - 우당탕탕 Jakarta

    <아시안게임 취재기> 우당탕탕 Jakarta ▶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취재하는 필자 인도네시안 타임 도착하자마자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아시안게임 델리게이트 레인으로 입국심사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끝났지만, 위탁 수하물을 찾을 때부터 ‘인...
    Date2018.10.19 Views472
    Read More
  11. 라오스 SK 건설 댐 붕괴 현장을 다녀와서

    라오스 SK 건설 댐 붕괴 현장을 다녀와서 웬만한 4륜 SUV 차량이 아니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손상된 진흙 도로가 끝없이 보였다. 나름 아스팔트가 깔린 라오스 메인도로를 벗어나 2시간 이상 달렸다. 곳곳이 파이고 물이 차올라 시속 10킬로 내외로 ...
    Date2018.10.19 Views546
    Read More
  12.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더운 여름날‘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에 대해 취재하게 되었다. 폭염에 지쳐 있을 무렵이라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청소년들이 이렇게 도박에 빠져있습니다.’ 하고 겉핥기식으로 끝날 것이...
    Date2018.10.19 Views433
    Read More
  13. 평화, 새로운 시작 4.27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평화, 새로운 시작 4.27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6.13 지방선거가 있었고 대한민국은 파란 나라가 된 듯하다. 평창올림픽부터 시작된 평화의 무드, 전번의 우라질 정권이 망쳐놓은 평화적 외교적 관계들이 점차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다. 우리 청와대 출입 기자들...
    Date2018.07.05 Views1046
    Read More
  14.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재기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재기 회담만큼 이슈가 된 날씨 지난 6월 12일,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회담이 싱가포 르에서 개최됐다. 북미 정상의 만남을 담고자 한국 취재진은 물론 세계 유수의 언론사 취재진이 싱가 포르...
    Date2018.07.05 Views1864
    Read More
  15. 러시아 월드컵 현장

    러시아 월드컵 현장 월드컵을 향하여 어린 시절, 러시아는 공산주의 붉은 장막에 가려 있었다. 또 동시에 소비에트 깃발의 낫과 망치,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얼굴 등 섬뜩하고 무시무 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러시 아 영토 안에 진입한...
    Date2018.07.05 Views1035
    Read More
  16. 압승 후에 찾아올 일

    압승 후에 찾아올 일 “오늘부로 민주노총은 모든 노사정 대화에서 불참하겠습니다.” 지난 5월 22일 새벽 2시가 넘은 국회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 협상 결과 보다는 퇴근시각이 더 궁금한 지겨운 상황에서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의 발언이 나왔...
    Date2018.07.04 Views896
    Read More
  17. 폐어선‘ 스쿠버다이빙 성지’ 변모 해중공원 수중촬영기

    폐어선 ‘스쿠버다이빙 성지’ 변모 해중공원 수중촬영기 똑같은 파도, 똑같은 백사장을 놓고 경쟁하던 때는 이미 지 났다. 여러 시·군 지역에서는 특색이 있는 해양 레포츠에 승부를 걸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이미 서핑,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 한 ...
    Date2018.07.04 Views1280
    Read More
  18. 제1차 정상회담 취재기 - “우리 민족의 기록입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우리 민족의 기록입니다" 벌써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파인더 속에서 맞잡은 두 손을 추켜올리며 환하게 웃던 남북의 두 정상은 이제 고인이 됐다. 방 한 구석의 상자를 뒤적이며 당시의 기억을 더듬는 기자도 이제는 환갑의 나...
    Date2018.04.26 Views1883
    Read More
  19.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2차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2007년 10월 ▲카메라에서 왼쪽부터 KBS 이홍우, KBS 홍병국(필자)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2차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했던 영상기자로서 이번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 우리 민족의 ...
    Date2018.04.26 Views1292
    Read More
  20.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평창 21박 22일의 취재기’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평창 21박 22일의 취재기’   북유럽 선수들도 놀란 상상 그 이상의 추위 영하 20도. 흔히 경험하기 어려운 날씨. 후발대로 출발해 평창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건 칼바람이었다. 평창의 기온을 선발대로부터 통...
    Date2018.04.26 Views1266
    Read More
  21. Into the sea, Under the sea

    바다 속 첫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신혼여행에서 처음 해보았던 체험 다이빙은 나에게 아픔이라는 기억만 안겨주었다. 호주 바다의 아름다운 산호가 곳곳이 펼쳐있었지만, 귀의 통증과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의 부자연스러움은 공포로 다가왔다....
    Date2018.01.11 Views138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