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72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크기조정.jpg

 

 

 

크기조정2.jpg

 

서울 촌놈 제주로 이직하다
  나는 작년에 처음으로 제주 땅을 밟았다. 여행으로라도 한번쯤 다녀왔을 법도 한데 서른이 넘도록 기회가 닿지 않았다. ‘제주도 한번 못 가봤다’는 말에 ‘서울 촌놈’이라며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제주에 정착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여느 직장인처럼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며 부푼 기대를 안고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마침내 만난 제주는 눈이 부셨다. 일주일간 제주도를 일주하며 아름다운 풍경 하나하나에 시선을 빼앗기고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살면서 매일 이 풍경을 렌즈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울로 돌아갔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제주에 매료된 나는 회사를 옮겨 제주도로 내려오게 되었고, 그렇게 그리던 제주를 매일 카메라로 담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의 제주와 현지인의 제주는 같은 공간의 다른 섬이었다. 관광객의 눈으로 바라본 제주의 쏟아지는 햇살과 아름다운 바다, 야자수가 늘어서있는 휴양지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었다. 제주의 산은 험하고 바다는 사나웠다. 제주는 많은 오름과 척박한 땅, 높은 한라산을 품고 있고, 언제나 바람이 심해 파도가 거칠기 때문이다.


  제주에 정착하는 데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선 무엇보다 육지와는 다른 제주만의 문화를 이해해야 했다. 제주는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고 한다. 화산활동은 제주를 돌이 많은 척박한 땅으로 만들었고,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서 늘 바람의 피해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는 제주 여인들을 남편 없는 가장으로 만들어 험난한 생활전선으로 내몰았고, 제주 여인들은 바다로 나가 물질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밭일을 하는 등 두 몫의 일을 하였다.

  또한 4.3이 할퀴고 간 역사의 상처는 긴 생채기를 남긴 채 제주 사회 내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환경, 역사적인 면들이 제주의 문화를 만들었고, 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제주 정착의 어려움
제주어를 알아듣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혼디손심엉 벵삭이 웃는 제주. 느영나영 모다들엉 제주를 지꺼지게. "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모두 손잡고 함께 웃는 제주, 너와 내가 모여 제주를 즐겁게하자 라는 뜻이다. 

유네스코에서 가장 빠르게 소멸하고 있는 언어로 제주어를 손꼽았고 젊은 사람들은 제주말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주어는 제주 사람들에게 통용되고 있는 말이다. 바람이 많이 불고 어업을 주업으로 하는 제주의 특성상 짧고 빠르게 말해도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지금의 제주어가 되었다고 한다.


시골에서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과 인터뷰를 할 때에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속사포처럼 나왔다. 제주어를 듣고 있자면 내가 외국에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다시 물어보는 일이 다반사였다. 물론 지금도 100% 다 알아듣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무슨 얘기구나 하는 정도는 알아듣게 되었으니 그래도 한 10%정도는 제주사람이 된 것 같다.


제주에서의 인상적인 취재
아직까지 선배들에 비해 취재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주에서의 가장 인상적인 취재는 눈이 오던 날의 한라산 취재이다. 눈 내리는 한라산은 겨울왕국 그 자체였다.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식물들과 풍경이 나타났고, 윗새오름에 드넓게 펼쳐지는 눈밭 위로 솟아오른 백록담은 구름에 둘러싸여 신령한 느낌마저 주었다. 특히 구상나무에 펼쳐진 상고대는 눈과 바람이 빚어낸 한라산의 보석 같았다. 한라산의 아름다움은 눈과 바람에 맞서기에 충분한 대가를 주었다.

 

제주도는 마법 같은 곳이다. 인구 60만, 관광객 천 만 시대에 들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에 차있고, 4.3추념일 지정, 지방선거 등등 굵직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적응해야할 부분도 많고 배워야할 것들이 태산 같지만 마법 같은 제주도에서 제주만의 것들을 올곧게 지키는 일들(특히 제주바다 수중취재 등)을 취재하고 싶다. 제주에서 초보 카메라기자가 점점 영글어 알찬 열매를 맺는 모습을 기대해주시길!


  1.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5.18 지난 시간의 이야기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5.18 지난 시간의 이야기 깊게 팬 주름 곁으로 맺히지도 않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침나절부터 서서히 끌어 오른 대리석 바닥 위로는 흰 치맛자락이 물결일 듯 내려앉아 있었고, 목에 두른 검정 스카프는 어머니들의 푸념과...
    Date2017.07.21 Views1859
    Read More
  2.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취재를 마치고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취재를 마치고 5.18은 왜 발생했을까.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고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발포 명령자가 밝혀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 광주MBC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시작해...
    Date2017.07.21 Views1620
    Read More
  3. [U20 월드컵]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과 한국의 아쉬운 16강 탈락

    [U20 월드컵]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과 한국의 아쉬운 16강 탈락. 6월 11일 끝이 난 U20월드컵은 잉글랜드 우승, 한국 16강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비디오판독(VAR) 과 일명 ‘ABBA'라는 새로운 승부차기 방식이 도입되어 눈길을 ...
    Date2017.07.20 Views1501
    Read More
  4.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취재기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취재기 지난23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뇌물 혐의 첫 공판이 있던 아침. 법조 포토라인은 각각의 포인트마다 수십 명의 취재진들로 들썩였다. 서울구치소, 법무부 호송버스 하차 포인트, 417호 대법정으로 이어지는 중앙지법 출...
    Date2017.06.06 Views2083
    Read More
  5. 19대 대선취재기 - 조기대선이라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

    19대 대선 취재기 - 조기대선이라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 지난 3월 10일, 헌재에서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과 동시에 조기 대선의 막이 올랐다. 반기문의 불출마 선언 이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었던 터라 두달...
    Date2017.06.06 Views1669
    Read More
  6. 19대 대선취재기 – 대선 취재 영상의 핵심요소는 ‘사람’

    19대 대선취재기 – 대선 취재 영상의 핵심요소는 ‘사람’  국회를 출입하면서 대통령선거를 경험하는 것은 행운이다. 각 정당의 에너지가 축약된 역동적인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짜릿함이 있다. 그리고 신명나는 만큼 무한 책임이 뒤따른다. 한 컷 한 장면이 ...
    Date2017.06.06 Views1745
    Read More
  7. ‘모바일, 그 다음’을 엿보다

    ‘모바일, 그 다음’을 엿보다 아리랑TV 임현정 카메라기자 ‘세계 모바일산업의 축제’라 불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 2017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27일부터 4일간 열렸다. 문과생출신이지만 개인적으로 모바일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모바일의 ...
    Date2017.05.23 Views1704
    Read More
  8. 세월호 인양 취재기 “서울MBC에서 오셨어요? 저리 가! 빨리 저리 안 가?”

    세월호 인양 취재기 “서울MBC에서 오셨어요? 저리 가! 빨리 저리 안 가?” 1080일. 오랜 시간 바다 안에 있던 세월호가 반잠수선의 도움을 받아 목포신항에 접안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로 인양작업이 순탄치 않았던 것과는 달리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
    Date2017.05.23 Views1983
    Read More
  9. ‘가슴 뛰었던 첫 출장, 뜨거웠던 쿠알라룸푸르’ - 말레이시아 출장기

    ‘가슴 뛰었던 첫 출장, 뜨거웠던 쿠알라룸푸르’ - 말레이시아 출장기 YTN 촬영기자 최광현 2017년 2월 21일. 13일 동안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목적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김정남 피살 사건 취재를 위해서였다. 출장 통지를 받고 부랴부랴 짐을 싸 인천...
    Date2017.05.22 Views2296
    Read More
  10. 특검 취재 후기 - 내 인생에 중요한 역사적 한장면

    특검 취재 후기 KBS 영상취재부 최만용 지난해 12월 12일. 대한민국 국민의 모든 관심이 쏠린 방송사 여섯 개 특검 취재반 카메라기자들이 대검찰청 카메라기자실에 모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영수 특검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고 그 과정이 ...
    Date2017.05.22 Views1724
    Read More
  11. <일본지진취재기> 강진 속에서 흔들리지 않음을 배우다

    <일본지진취재기> 강진 속에서 흔들리지 않음을 배우다 “여진 느끼셨어요? 좀 많이 흔들리는데요..ㄷㄷ” “잉? 난 모르겠는 디 ㅋㅋㅋ” 새벽 1시, 숙소에서 각자 잘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날 촬영한 영상 파일을 백업하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
    Date2017.04.21 Views1804
    Read More
  12.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지난 토요일(12월17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수단체의 집회 인원이 많은 날이었다. 안국역에서 경복궁 오른쪽을 돌아 다시 안국역으로 돌아오는 행진 인원들은 거짓말 안 보태고 10만 명은 되어 보였...
    Date2017.04.21 Views1913
    Read More
  13. 우리는 카메라 ‘기자’ 이다

    우리는 카메라 ‘기자’ 이다 참 회 록 -윤동주 -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
    Date2017.04.21 Views2038
    Read More
  14. <민중총궐기집회> 새내기 기자의 첫 취재 현장속에서

    11월 13일, 입사하지 얼마 되지 않아 매일 양복을 입고 다니는 제게 선배가 퇴근하기 전에 와서 말했습니다. “내일은 무조건 편한 옷으로 입고 와라. 많이 뛰어야 할 테니까” 2008년 광우병 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될 것이라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
    Date2015.12.29 Views5353
    Read More
  15. <IS 파리테러 취재기>

    파리 테러 그 후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주말을 앞둔 파리지앵들이 긴장을 풀고 파티를 즐기던 그날 밤. 파리 시내 한복판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의 표적이 되었다. 불길의 상징인 13일의 금요일이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한 파리 시민은 아무도 없었...
    Date2015.12.29 Views4986
    Read More
  16. <YS장례 취재기>

    첫 국가장 그 취재현장 속에서 지난 11월 22일 새벽,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로 서거했다. 혈압 등 지병으로 19일부터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에 상태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고인이 입원했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지고 국, 내외 많은 언론...
    Date2015.12.28 Views3314
    Read More
  17. <YS장례 취재기>

    거산(巨山)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오랜만에 근무가 없는 주말. TV 전원은 꺼두고 편히 쉬기로 마음먹은 지 이틀째 날. 조용하던 핸드폰에서 뉴스 속보가 연이어 울렸다. ‘[속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얼마 전만 해도 SNS를 통해 병상에서 V자를 그리며 건...
    Date2015.12.28 Views4531
    Read More
  18. 촬영기자로 살아가기 - 정두운 / YTN제주

    촬영기자로 살아가기.... 1. 멋진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 ENG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묵묵히 가야 한다. 해발 1950미터 한라산 촬영이라도 잡힐 때면.... 1500 고지 능선을 숨이 막혀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움켜잡고 오백나한 영실기암...
    Date2015.11.23 Views5138
    Read More
  19. <지역 취재기>

    G1 창사14주년기념 보도다큐멘터리 가능성의 바다 관광블루오션 동해 (G1강원민방 홍성백 기자) 꿈과 목표 평소에 수중촬영에 관심이 많아 회사업무와 교육을 병행하여 현재 모 단체의 인스트럭터로 있고 마찬가지로 인스트럭터인 유세진 선배와 함께 수중팀...
    Date2015.11.21 Views5265
    Read More
  20. No Image

    <사이버 폭력 취재기>

    21세기 신 주홍글씨 사이버 폭력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린다. 캐나다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렸다. 몇 년 전 자살한 소녀의 집으로 가는 길은 비가 내려서인지 우울함이 더 했다. 생소한 이름일수도 있고 들어본 이름일수도 있는 아만다...
    Date2015.11.21 Views1266
    Read More
  21. No Image

    <국정감사 취재기>

    ‘얘기’되는 국정감사는 어디에? 실질적으로 국감 마지막 날이었던 10월 8일 국회의 국방위 국정감사장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에 대한 날선 공방으로 긴장감이 가득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증인으로 나온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을 ...
    Date2015.11.21 Views10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