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79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DSC_0002.JPG

 

 



<진도 팽목항 취재후기>
 
 진도 팽목항 그곳은...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정반대편에 위치한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그 참사의 아픔이 가장 큰 곳,
도시 전체가 슬픔에 빠져버린 경기도 안산에서 병원·장례식장 취재를 다니길 1주일째...
 그들을 지켜보던 마음이 점점 무거워질 무렵, 나는 진도 1차 취재단 교대를 위해서 선배5명과 함께 2차 취재진으로 선발되었다.
 아무 준비없이 맨몸으로 현장에 투입됐던 1차 취재단의 상황을 들었기에 우리 2차 취재단은 나름대로  현장에 필요한 장비와 옷가지등을 챙겨 준비를 단단히 했다.
 2012년 입사, 이제 겨우 만 2년차에 접어든 내가 감당하기에 이번 참사의 피해규모와 무거움은 너무 컸고 진도로 향하는길내내 그 참담한 현장에서 촬영기자로서 무엇을 어떻게 기록하고 전달해야할것인가라는 고민이 컸다.
 
 그렇게 도착한 진도 팽목항, 발을 내딛자마자 들려오는건 차디찬 바닷물속에서 7일만에 뭍으로 데려온 자식의 시신을 본 어머니의 절규와 같은 곡소리였다. 세상 그 어느 장례식장과 영결식을 돌아다녀도 그렇게 사람 가슴을 파고드는 비명소리같은 큰 슬픔의 곡소리는 없으리라.
 부모로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그것도 내 눈에 뻔히 보이는 바다속에 갇혀 있는걸 알면서 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자신들에 대한 분노와 한이 섞인 소리였다.
 
 팽목항에 1차 취재진에게 인수인계 받은 사항은 첫째, 절대 접근해서 취재하지말라. 둘째, 절대 웃음을 보이지말고 떠들지도 말라.
 대부분 취재는 건물 윗층에서 가족대책 본부에서 떨어져 멀리서 땡겨 찍으라는 것이였다.
진도에서 취재진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 보단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의존해 오보를 연발하고 실종자 가족들의 입장은 들어주지 않는 믿을수 없고 상처만 준 그런 존재였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며 그리고 입사해서 현장을 다니면서 가졌던 직업적 사명감과 가치가 흔들리는 순간이였다. 근접취재가 금기시 되어버린 현장에서 기획취재로 실종자 가족 24시라는 첫 취재미션이 떨어졌다. 참 난감한 상황이였다. 멀리서 촬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찌 실종자가족의 24시간 생활모습을 담으라는 것인가? 잠시 고민과 걱정에 빠져있다가 일단 움직여보자며 우선 취재기자 선배와 취재원을 찾기로 했다. 꽤 오랜시간 끝에 운좋게 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됐다.
 우선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이 바닷가를 바라보고 따뜻한 차도 한잔 권하며 진심을 가지고 그분에 말에 귀를 기울였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또 언론에 관해 가족들이 갖고 있는 서운한 감정을 풀고자 노력했다. 그는 자신의 손주를 찾을수있는데 도움이 된다면 또 자신의 의견이 편집되지 않고 방송에 나간다고 약속한다면 취재에 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결국 믿지 않는다며 취재에 반대했고 결국 실외에서 할아버지의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따라다닐수 있었다.
 할아버지 그리고 거부는 했지만 마음을 조금씩 열어주던 그 가족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이 취재가 더 두려워지기도 했다. 가족들 의도와 다르게 뉴스내용이 나가 또 한번 상처를 줄까봐 걱정이 됐다.
 그랬기에 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노력했다. 여태껏 뉴스방송에서 못담았던 그 목소리를 우리가 현장에서 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 저녁때 진도 팽목항에 해수부 장관이 찾아왔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가족대책본부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나갈수 없게 되면서 팽목항 분위기는 급속하게 차가워졌다. 이젠 건물위에서도 멀리서 촬영하는것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가족대책본부 주변에 있던 촬영기자들뿐 아니라 중계카메라 감독들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조금 늦었지만 우리는 방송사 촬영기자 풀단을 짜기로 했다. 풀단이란건 인력 효율성 문제로 그리고 여러 취재원들이 들어갈수 없는 상황등에 대표로 대부분 이루어진다.
 물론, 이번 상황도 큰틀에서는 취재가 제한된 상황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팽목항의 분위기를 조금 진정시키고 우리도 자정적 의미로 과도한 취재 경쟁과 무리한 가족들 취재에 대한 반성의 의미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뉴스특보체제에 맞춰 24시간 정신없이 취재를 하며 방송뉴스제작을 위해 뛰어다니다보니 어느덧 일주일이 흘러 3차 교대자가 내려와 나도 교대하는 날이왔다.
 진도 팽목항 등대로 향하는 길에 빽빽히 매달려서 바닷바람에 날리는 노오란 리본들을 보며 한창을 걸었다. 내가 과연 슬픔에 빠진 원망에 가득찬 그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존재였을까 아니면 나도 단순히 그들을 소재로 뉴스 컨텐츠를 생산하러온 그런 뉴스 제작자는 아니였을까?
 노란 리본에 담겨있는 간절한 바람이 담긴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니 괜히 더 미안한 마음에 콧등이 시큰거렸다.

 

 

 

 

유성주 / KBS 보도영상국


  1.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5.18 지난 시간의 이야기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5.18 지난 시간의 이야기 깊게 팬 주름 곁으로 맺히지도 않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침나절부터 서서히 끌어 오른 대리석 바닥 위로는 흰 치맛자락이 물결일 듯 내려앉아 있었고, 목에 두른 검정 스카프는 어머니들의 푸념과...
    Date2017.07.21 Views1859
    Read More
  2.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취재를 마치고

    ‘그들의 광주 우리의 광주’ 취재를 마치고 5.18은 왜 발생했을까.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고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발포 명령자가 밝혀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 광주MBC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시작해...
    Date2017.07.21 Views1620
    Read More
  3. [U20 월드컵]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과 한국의 아쉬운 16강 탈락

    [U20 월드컵]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과 한국의 아쉬운 16강 탈락. 6월 11일 끝이 난 U20월드컵은 잉글랜드 우승, 한국 16강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비디오판독(VAR) 과 일명 ‘ABBA'라는 새로운 승부차기 방식이 도입되어 눈길을 ...
    Date2017.07.20 Views1501
    Read More
  4.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취재기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취재기 지난23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뇌물 혐의 첫 공판이 있던 아침. 법조 포토라인은 각각의 포인트마다 수십 명의 취재진들로 들썩였다. 서울구치소, 법무부 호송버스 하차 포인트, 417호 대법정으로 이어지는 중앙지법 출...
    Date2017.06.06 Views2083
    Read More
  5. 19대 대선취재기 - 조기대선이라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

    19대 대선 취재기 - 조기대선이라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 지난 3월 10일, 헌재에서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과 동시에 조기 대선의 막이 올랐다. 반기문의 불출마 선언 이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었던 터라 두달...
    Date2017.06.06 Views1669
    Read More
  6. 19대 대선취재기 – 대선 취재 영상의 핵심요소는 ‘사람’

    19대 대선취재기 – 대선 취재 영상의 핵심요소는 ‘사람’  국회를 출입하면서 대통령선거를 경험하는 것은 행운이다. 각 정당의 에너지가 축약된 역동적인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짜릿함이 있다. 그리고 신명나는 만큼 무한 책임이 뒤따른다. 한 컷 한 장면이 ...
    Date2017.06.06 Views1745
    Read More
  7. ‘모바일, 그 다음’을 엿보다

    ‘모바일, 그 다음’을 엿보다 아리랑TV 임현정 카메라기자 ‘세계 모바일산업의 축제’라 불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 2017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27일부터 4일간 열렸다. 문과생출신이지만 개인적으로 모바일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모바일의 ...
    Date2017.05.23 Views1704
    Read More
  8. 세월호 인양 취재기 “서울MBC에서 오셨어요? 저리 가! 빨리 저리 안 가?”

    세월호 인양 취재기 “서울MBC에서 오셨어요? 저리 가! 빨리 저리 안 가?” 1080일. 오랜 시간 바다 안에 있던 세월호가 반잠수선의 도움을 받아 목포신항에 접안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로 인양작업이 순탄치 않았던 것과는 달리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
    Date2017.05.23 Views1983
    Read More
  9. ‘가슴 뛰었던 첫 출장, 뜨거웠던 쿠알라룸푸르’ - 말레이시아 출장기

    ‘가슴 뛰었던 첫 출장, 뜨거웠던 쿠알라룸푸르’ - 말레이시아 출장기 YTN 촬영기자 최광현 2017년 2월 21일. 13일 동안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목적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김정남 피살 사건 취재를 위해서였다. 출장 통지를 받고 부랴부랴 짐을 싸 인천...
    Date2017.05.22 Views2296
    Read More
  10. 특검 취재 후기 - 내 인생에 중요한 역사적 한장면

    특검 취재 후기 KBS 영상취재부 최만용 지난해 12월 12일. 대한민국 국민의 모든 관심이 쏠린 방송사 여섯 개 특검 취재반 카메라기자들이 대검찰청 카메라기자실에 모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영수 특검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고 그 과정이 ...
    Date2017.05.22 Views1724
    Read More
  11. <일본지진취재기> 강진 속에서 흔들리지 않음을 배우다

    <일본지진취재기> 강진 속에서 흔들리지 않음을 배우다 “여진 느끼셨어요? 좀 많이 흔들리는데요..ㄷㄷ” “잉? 난 모르겠는 디 ㅋㅋㅋ” 새벽 1시, 숙소에서 각자 잘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날 촬영한 영상 파일을 백업하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
    Date2017.04.21 Views1804
    Read More
  12.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지난 토요일(12월17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수단체의 집회 인원이 많은 날이었다. 안국역에서 경복궁 오른쪽을 돌아 다시 안국역으로 돌아오는 행진 인원들은 거짓말 안 보태고 10만 명은 되어 보였...
    Date2017.04.21 Views1913
    Read More
  13. 우리는 카메라 ‘기자’ 이다

    우리는 카메라 ‘기자’ 이다 참 회 록 -윤동주 -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
    Date2017.04.21 Views2038
    Read More
  14. <민중총궐기집회> 새내기 기자의 첫 취재 현장속에서

    11월 13일, 입사하지 얼마 되지 않아 매일 양복을 입고 다니는 제게 선배가 퇴근하기 전에 와서 말했습니다. “내일은 무조건 편한 옷으로 입고 와라. 많이 뛰어야 할 테니까” 2008년 광우병 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될 것이라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
    Date2015.12.29 Views5353
    Read More
  15. <IS 파리테러 취재기>

    파리 테러 그 후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주말을 앞둔 파리지앵들이 긴장을 풀고 파티를 즐기던 그날 밤. 파리 시내 한복판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의 표적이 되었다. 불길의 상징인 13일의 금요일이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한 파리 시민은 아무도 없었...
    Date2015.12.29 Views4986
    Read More
  16. <YS장례 취재기>

    첫 국가장 그 취재현장 속에서 지난 11월 22일 새벽,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로 서거했다. 혈압 등 지병으로 19일부터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에 상태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고인이 입원했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지고 국, 내외 많은 언론...
    Date2015.12.28 Views3314
    Read More
  17. <YS장례 취재기>

    거산(巨山)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오랜만에 근무가 없는 주말. TV 전원은 꺼두고 편히 쉬기로 마음먹은 지 이틀째 날. 조용하던 핸드폰에서 뉴스 속보가 연이어 울렸다. ‘[속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얼마 전만 해도 SNS를 통해 병상에서 V자를 그리며 건...
    Date2015.12.28 Views4531
    Read More
  18. 촬영기자로 살아가기 - 정두운 / YTN제주

    촬영기자로 살아가기.... 1. 멋진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 ENG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묵묵히 가야 한다. 해발 1950미터 한라산 촬영이라도 잡힐 때면.... 1500 고지 능선을 숨이 막혀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움켜잡고 오백나한 영실기암...
    Date2015.11.23 Views5138
    Read More
  19. <지역 취재기>

    G1 창사14주년기념 보도다큐멘터리 가능성의 바다 관광블루오션 동해 (G1강원민방 홍성백 기자) 꿈과 목표 평소에 수중촬영에 관심이 많아 회사업무와 교육을 병행하여 현재 모 단체의 인스트럭터로 있고 마찬가지로 인스트럭터인 유세진 선배와 함께 수중팀...
    Date2015.11.21 Views5265
    Read More
  20. No Image

    <사이버 폭력 취재기>

    21세기 신 주홍글씨 사이버 폭력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린다. 캐나다 벤쿠버는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렸다. 몇 년 전 자살한 소녀의 집으로 가는 길은 비가 내려서인지 우울함이 더 했다. 생소한 이름일수도 있고 들어본 이름일수도 있는 아만다...
    Date2015.11.21 Views1266
    Read More
  21. No Image

    <국정감사 취재기>

    ‘얘기’되는 국정감사는 어디에? 실질적으로 국감 마지막 날이었던 10월 8일 국회의 국방위 국정감사장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에 대한 날선 공방으로 긴장감이 가득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증인으로 나온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을 ...
    Date2015.11.21 Views10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