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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잡이로 ‘초심’을 잡아본다!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취재 후기-



뜻밖의 만남

  “형!” 누군가 날 형이라 부르며 내 팔을 건드렸다. 집회 현장에서 날 형이라 부를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의아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이게 웬걸. 대학교 후배였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친구들과 광장에 왔는데 내가 보여 반가워서 말을 걸었다고 했다. 카메라가 신기하다는 둥, 화면발이 안 받으니 자긴 찍으면 안 된다는 둥, 농 섞인 대화가 오고 갔다. 그러나 곧 후배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형, 좋겠어요. 직업도 있고 보람된 일도 하시고 요즘 우리는 등록금 때문에 장난 아니에요.”라는 말과 함께 후배는 약간 기가 죽은 모습으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후, 난 다시 뷰파인더를 바라봤다. 조금 전과 비교해 현장이 다르게 느껴졌다. 학생들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광장에 모여 목청을 드높였다. 그리고 난 그들을 기록하려고 현장에 와있다는 것을 후배를 통해 새삼 다시 느꼈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REC버튼을 누르는 엄지손가락엔 힘이 들어갔다.

현장 분위기를 전하다

  주인공들은 축제를 즐겼다. 야구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간 파도타기로 흥을 돋우었다. ‘노찾사’의 노래가 울려 퍼질 때는 박자에 맞춰 손을 흔들었다. 또한, 무대 앞에서 학생대표가 연설할 때는 이내 진지해졌다. 학생 대표의 말에 동의하며 박수를 보내는 순간엔 비장함까지 묻어나왔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 아주머니, 그리고 나이 든 할아버지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열기는 더해갔다.
  집회 후, 학생들은 청계천에서 시청으로 거리행진을 했다. 약 1시간 가까이 계속된 행진이었지만 큰 이탈 없이 시청까지 이어졌다. 시청에선 수백의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로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경찰의 방송에 삼엄한 분위기가 흘렀다.
  ‘폭력사태가 벌어진다면…?’이란 가정을 해가며 머릿속이 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냉정하게 관찰하자는 주문을 외우면서 사방을 주시한 긴장된 순간이었다. 다행히 학생들은 도로에서 구호한 번 더 외친 후, 거리행진을 마쳤다.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긴장했지만 평화롭게 끝난 집회였다.

현장에서 생각하다

  등록금은 비싸다. 많은 국민이 나와 같은 생각일 거로 생각한다.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비싸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알바를 하느라 학업에 지장을 받는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과 비교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취업 경쟁력도 잃게 될 우려까지 생긴다. 또한, 등록금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 중,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졸업 후에도 비정규직에 저임금이라는 덫까지 걸려 신용유의자로 전락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등록금이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관여했다는 사실을 면하긴 어렵다.
  반값이다! 30%인하다! 숫자놀음은 중요치 않다. 다만,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사라질 수 있는 현실적인 등록금 책정으로 대학생이 대학생다운 생활을 해야 한다.

이제 갓 돌잡이 한 촬영기자
  집회 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 오늘 취재하며 느꼈던 것을 되돌아본다. 아직 경험이 미천한 신참 촬영기자인 나에게 이런 작업은 매우 어렵다. 후배를 만난 날이어서 그런가. 후배 눈에 난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지 자못 궁금해졌다. 집회의 본질을 그대로 담아내는 열정적인 기자로 비쳤으면 좋겠다. 그러나 금세 자신이 없어졌다. 기계적으로 소위, ‘그림이 될 만한 곳만 찾아다니진 않았는지.’ 반성이 밀려온다. 그러고 보니, 7월이 됨으로써 촬영기자가 된 지 정확히 1년이 흘렀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던 다짐을 한 지도 1년이 된 셈이다. 그러나 그 간에 난 초심을 잃고 흔들린 적이 몇 번 있었다. 촬영기자를 준비할 때의 확고했던 믿음이 현직에 와서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부끄러웠다.
  아기는 태어나서 처음 맞는 생일에는 돌잡이를 한다. 나 역시 촬영기자로 태어난 첫 번째 생일인 만큼 스스로 돌잡이를 시켜본다. 무엇을 잡을까? 특종을 잡는 내는 ‘예지력?' 욕심이 굴뚝이지만 참는다. 고민 끝에 다시 한 번 ‘초심’을 잡아본다. 초심을 잡고 진실을 포착하고자 노력하는 촬영기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되새긴다. 이번엔 죽을 때까지 안 놓을 작정이다.


MBN 영상취재부 배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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