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취재기
12월 대선,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4.11 총선은 새누리당 승리, 민주통합당 참패, 통합진보당 중간성적표, 자유선진당 몰락, 무소속 부진, 국민생각/진보신당 국회입성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야권의 두축이라 할 수 있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연대 그리고 선거 전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호재속에서 야권이 여유있게 과반을 획득하리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틀리고 말았다. 누가 그랬던가? 선거는 곧 전쟁이라고... 상대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내가 쓰러지는 현실... 보이지 않는 총성이 울려 퍼지는 전쟁과 같은 상황... 우린 약 2개월여를 그속에서 함께 보냈다.

  2012년 1월...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한 민주통합당의 분위기는 4월에 있을 총선에서 무조건 과반을 넘어 제1당이 된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현장을 취재하는 출입기자들도 이전과는 달라진 늘어나는 취재인력, 주위에서 보이지 않던 새로운 인물들의 회의 참석, 공보국의 회의실 이전 제의(인원이 많아서)를 지켜보면서 ‘야! 정말 이번 선거는 야당이 이길 것 같구나’ 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공천이 시작되면서 잡음이 들리더니 연말부터 발목을 잡았던 야권단일후보 문제마저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여기에다가 총선을 얼마 앞두고 터진 김용민 막말 파문건은 큰 악재로 다가왔다. 한명숙 대표를 둘러싼 주위의 분위기가 이처럼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빨리 정리해야 할 일들에 대한 판단이 미뤄지면서 당내 분위기는 몇달만에 바뀌어 버렸다.

  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민주통합당을 출입하는 카메라기자들은 당혹스러웠다. 침체된 당 분위기처럼 상대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영상과 한명숙 대표의 영상이 비교가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이전부터 인기가 있었던 대선후보였지만 한명숙 대표는 인지도 면에서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손이라도 잡아 볼려고 구름떼처럼 몰려들었고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유세현장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 현장에서 부족한 취재인력으로 부감을 촬영하고 싶어도 새누리당과 너무 비교가 되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정도 영상에서의 열세를 면해 간다고 생각할 즈음 총선상황은 양당의 의석수가 비슷하게 가거나 질 수도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4.11 총선 최대 이슈메이커로 떠오른 인물... 막말 파문으로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던 김용민 후보를
만난 유세 현장은 식을줄 모르는 인기로 가득찼다. 이 정도라면 당선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4월 11일 오후6시. 영등포에 위치한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방송3사의 출구조사를 시청하던 한명숙 대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내심 그래도 결과는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 박빙 지역이 많아 그 누구도 예측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한 대표의 미소는 이 후 볼 수 없었다. 10시쯤 박빙지역에서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연초의 그 좋던 분위기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물론 18대 87석에서 19대때 127석으로 많은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문제에 대한 판단 오류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은 무서웠다. 앞으로 남은 대선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야당은 또다시 유권자들의 냉혹한 심판을 받을 것 같다. 민심은 정치인들의 적당히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에서 야권단일화 과정에서부터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곳은 아마 관악을 지역구일 것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김희철 전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선, 그 과정에서의 여론조사 조작 파문, 그리고 이어진 이정희 대표의 재경선 제안, 김희철 후보의 불복과 민주당 탈당, 이정희 대표의 사퇴와 그 대타 격으로 내세운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 관악을 선거는 3자 구도속에서 결국 이상규 후보가 당선되기까지 이처럼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관악을은 헌정 사상 최초로 어렵사리 이뤄낸 야권연대에서 가장 상징적인 지역구로 떠올랐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선거기간에 특히 관악을에 매달렸다. 지역 거리유세 때 마다 허리를 90도 이상 굽히는 낮은 자세로 일일이 지역민들의 손을 붙잡고 작은 목소리로 한 표 한 표를 부탁했다. 나는 15개월 동안 국회에 출입하면서 이정희 대표의 그렇게 간절한 모습을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처럼 관악을 선거는 이상규 후보가 나왔지만 실제로 이정희의 선거이기도 했다. 결국 이상규 후보는 이정희 대표의 도움으로 관악을에서 지역민들의 지지로 당선되었고 통합진보당은 13석을 차지하면서 제3당이 되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수도권에 텃밭을 개척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울산, 창원이라는 전통적 텃밭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해 뼈아픈 결과도 가져왔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12월에 대선이라는 더 큰 싸움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각자의 위치에서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총선유세현장 맨 앞에서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후보들과 각 당 지도부들의 모습이 이제는 언제였던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은 또 우리와 함께 흘러가고 있다.
김대철·제일 /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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