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90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MBN 유용규 1.jpg

 

  

수습 취재기자 동기들과 함께 서울지역 경찰서로 투입된 지 3일차, 나는 강남라인 배치 후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두 시간마다 라인 선배에게 특이사항과 경찰서를 돌며 알아낸 정보를 보고한다. 혼자서 형님이라 불리는 취재원 경찰들과 부딪치며 하루 18시간 이상을 경찰서에서 있게 된다. 현재시간 1115, 보고시간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보고거리를 찾지 못 한 답답한 마음과 긴 밤과 새벽에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송파경찰서 민원실에 앉자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민원인끼리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순간 보고 거리가 되겠구나 생각하고 귀를 쫑긋 세우고 수첩에 그들의 이야기를 몰래 받아 적기 시작했다.

 

민원인들의 말에 의하면 20년 전 사기범 잡힌 사건 같았다. 평소 교회에서 알고 지내던 성실한 민 집사는 딱한 사정을 핑계로 사기를 벌였다. 정씨 부부는 피해자에게 자신의 잠실 33평 아파트를 담보로 84년에 8600만 원가량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경찰서에는 가해자의 형을 만나 사기당한 돈을 받기 위한 목적의 자리였다. 나는 84년 즉 공소시효를 1년 남겼다는 피해자의 말에 졸린 기운이 달아나 더 집중하여 듣게 되었다.

 

가해자 민 씨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이름도 바꾸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미국에 피신해 있다가 이름도 바꾸고 미국 시민권으로 들어왔기에 첫 번째 입국 당시 한국에 입국 했을 때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인천공항입국 공소시효를 1년 남긴 시점에 공항 입국 심사대에 설치한 지문인식기로 인해 경찰이 잡아넣은 사건이었다. 그전에 이름을 바꿔 한국에 들어온 적 있었으나 그땐 지문검색이 안되던 시점이었다. 이후 아무 것도 모르던 가해자는 공항 입국 시 지문 인식으로 공항에서 잡혔다고 한다.

 

이 피해자 말고 다른 사람들도 돈 3000만원 빌려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가해자의 형이 최대한 다 갚는 쪽으로 하겠다고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의사를 전달하였다. 시간이 걸리지만 갚겠다며 민원실에서 이야기 하던 자리였다.

 

엿듣다 보니 보고시간을 넘겨 현재 상황까지 대충의 내용을 요약하여 라인 선배에게 보고하고 더 엿듣겠다고 보고했다. 다 엿듣고 모자란 부분을 물어보기 위해 용기 내어 민원인에게 접근하였다. 나의 회사와 기자 신분을 밝히고 명함을 건네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피해자들은 원치 않는다며 피했지만 사실 관계를 듣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기 원해서 물어봤다라고 말을 건네고 몇 가지 질문을 빠르게 건네고 대답을 짧게 듣고 헤어졌다.

 

사건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해자의 이름과 나이 피해자 부부 중 한사람의 이름과 나이, 피해금액, 피해자의 공소시효 시점 등 기사가 나갈만한 사실이 되었음에 짜릿함을 느꼈다.

 

라인을 담당하는 선배에게 취재 한 정보들을 종합하여 보고 하였다. 선배는 수고했다며 알아낸 정보들을 데스크에 보고 하였고, 아쉽게 방송뉴스로 만들기는 영상과 소재가 조금은 빈약한 사건이라고 조언 해 주었다. 송파 수사과장의 사실 진위 여부 파악 후에 다음날 아침 인터넷에 단신 기사로 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경찰서 취재를 통해 작성된 내 첫 기사를 봤을때, 말로 표현 못하는 뿌듯함이 3일간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실제 인터넷에 단신으로 기사화 되어 실리게 되고, 나름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고 열심히 취재 했다. 같이 경찰서를 돌고있는 취재기자 동기들도 내가 한 단신기사를 보고 부러워하며, 카메라기자 말고 취재기자 하라는 농담도 주고받고 했다. 이후에도 노력한 결과 한 차례 단신기사가 더 실렸고, 지구대에 신고접수된 공포탄피 발견 사건을 보고하였다. 부족한 잠을 채우려는 마음보다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러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2주간, 288시간의 경찰서 생활이 종료되었다.

 

288시간의 경찰서 취재를 마친 나는 현재 현장에서 카메라를 메고 취재하는 카메라 기자로서 취재를 하고있다. 하지만 그전에 기자임을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기자이며, 진실을 카메라로 기록 하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단순히 현장을 담기만 하는 카메라기자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현장 너머에 진실을 표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앞으로 경찰서를 돌며 능동적으로 취재 했던 기자로서의 취재소양을 잊지 않고, 사실에 입각한 취재의 중심에 서는 기자로 남고 싶다.

 

 

 

 

 

 

 

유용규 / MBN 영상취재1부  

 

 


  1. No Image

    <국정감사 취재기>

    2015 미완성 국정감사 “국정감사 종합일정 아직도 안 나왔어?!” 다들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보통 2~3일전 국감 상임위 일정이 나와야 하는데 국감 시작 전날 늦은 오후에 세부 일정이 나온 것이다. 일제히 컴퓨터 앞에서 각 회사별 국감일정 전파보고와 평소 ...
    Date2015.11.21 Views950
    Read More
  2. <알래스카 취재기>

    “현지 코디의 중요성” 알래스카 북극의 대자연, 오로라, 빙하, 북극곰으로 유명한 알래스카는 1867년 전 미국이 구소련으로부터 720만 달러에 사들였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90억 원 정도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구매를 했지만 석유, 가스등의 자원은 천문...
    Date2015.11.21 Views5441
    Read More
  3. <평양 체류기>

    평양, 7년만에 방북 KBS는 지난 8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평양에서 열린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2010년 5.24 대북재재조치 후 7년 만에 방북입니다. 그 사이 남북간 군사적 초긴장상태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고...
    Date2015.11.21 Views5458
    Read More
  4. No Image

    <평양 체류기>-KBS 김대원

    Date2015.11.21 Views538
    Read More
  5. <지역 취재기>

    “광수야, 오늘은 하늘에서 한 번 훑어야 할 거 같은데...” 데스크 지시가 떨어진다. ENG카메라만 챙기던 내가, 챙겨야 될 준비물이 하나 더 생겼다. 그건 바로 카메라가 달린 비행물체, ‘드론’이다. 처음엔 모든 게 어려웠다. 전에 RC카나 RC비행기를조종해봤...
    Date2015.09.03 Views6037
    Read More
  6. <아프리카 취재기>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아프리카 입사 20년만에 아프리카에 갈 기회를 얻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 동안 그 기회를 애써 잡으려 하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묘한 곳이다. 가고 싶으면서 가고 싶지 않은 곳.. 에볼라, 테러, 기아, 해적.. 나의 마음을 주...
    Date2015.09.03 Views5478
    Read More
  7. No Image

    내가 만난 메르스

     “메르스? 그게 뭔데?” 5월 20일 오후 4시. 간단한 스케치와 인터뷰만 하면 된다는 데스크의 귀띔으로 국립의료원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담당 기자와 나눈 대화이다. 중동에서 발생한 감기 바이러스이고 전염력이 있긴 하나 우리나라는 기후가 달라 걱정...
    Date2015.09.03 Views2227
    Read More
  8. MERS 이후 두 달..... 지금은.

    5월 중순, MBC 뉴스의 보건 의료를 담당부서인 사회1부는 대형병원의 ‘중동환자 모시기’ 경쟁에 대해 기획 취재 중이었다.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으나 상대적으로 의료시설이 부족한 중동의 환자들이 국가의 지원을받아 외국병원으로 장기입원치료를 받고 있...
    Date2015.09.03 Views5055
    Read More
  9. <유라시아 취재기>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생방송을...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첫 번째 생방송이 예정된 곳이다. 누군가는 헤어지는 연인과 아쉬움에 진한 키스를 나누고 누군가는 여행의 시작에 들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첫 생방송을 무사히 하기 위해 서울 신호...
    Date2015.09.03 Views5832
    Read More
  10. No Image

    쇼카손주쿠(松下村塾)와 아베 신조

    지난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도록 최종 결정했다. 일본은 이 시설들이 '서양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일본의 방식으로 산업화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
    Date2015.09.02 Views1290
    Read More
  11. <호주 취재기>Working&Holiday 출장

    호주 취재기 Working&Holiday 출장 뉴질랜드의 2주간 취재를 마치고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특파원현장보고> 제작을 위해 한국을 떠나와서 마지막 아이템 ‘워킹홀리데이 체결 20년, 스스로의 권익을 돕는 한국 워홀러’ 취재를 위해서다. ...
    Date2015.07.22 Views5859
    Read More
  12. 석연치 않은 죽음, 음악인 신해철 ..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늘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던 그래서 천재 뮤지션이라 불리던 신해철. 하지만 고인이 된 지금 그에게 따라 붙는 말들은 의료과실, 부검…….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들인 만큼 그의 삶의 마지막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10월 31일 이른 아침 고인과 고인의 영정사진이...
    Date2014.12.30 Views6751
    Read More
  13. <시리아 난민 취재기> 요단강, 이 쪽의 사람들 - 카메라에 민감한 정서

    요단강, 이 쪽의 사람들 - 카메라에 민감한 정서 11월 23일 00시 05분, 인천공항에서 요르단으로 출발했다. 아부다비를 경유하여 가는 여정은비행시간만 13시간이 걸리는 꽤 먼 길이었다. ‘UN난민기구’가 관리하는 요르단 내 ‘시리아난민캠프’와 거기에서 나와...
    Date2014.12.30 Views7043
    Read More
  14. <YTN 독도 취재기> 또 다시 밟아본 우리 땅 독도

    또 다시 밟아본 우리 땅 독도 대한민국 최동단의 땅, 독도 두 개의 섬과 90여개의 바위로 이뤄져 있으며 화산분출로 생겨난 천정굴, 코끼리바위. 한반도지형, 천국의문 등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생태계 보호지역이다. 최근 계속되는 일본의 영유권 주...
    Date2014.12.30 Views7125
    Read More
  15. 홍콩시위 취재 - 홍콩평화시위를 다녀오다

    퇴근시간 무렵, 동료들과 맥주 한 잔 마시기로 하였기에 “퇴근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서려 했다. 내근데스크가 조용히 와보라고 한다. 왜일까? 내일 조근일정이 갑자기 생겼나 싶었다. 궁금함을 가득 느끼며 가까이 가니, “현상이 너 홍콩가야...
    Date2014.11.18 Views6939
    Read More
  16. 북한 최고위급 3명 전격 남한 방문 취재기 - 좋을 땐 당장 통일 될 것 같은 느낌

    좋을 땐 당장 통일 될 것 같은 느낌! 토요일 여유로운 주말 근무의 시작을 충격과 놀람으로 몰고간 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다음가는 실세가,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동시에 남한으로 입국한다는 속보였다. 통일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황병서 총정치국장...
    Date2014.11.18 Views7084
    Read More
  17. 국감취재기 - 고난의 연속이었던 2014 국감

    고난의 연속이었던 2014 국감 지난 16일 오후, 가을의 선선함에도 국회의 한 상임위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열리고 ...
    Date2014.11.18 Views7343
    Read More
  18. 아시안게임취재기 - 인천, 아쉬움만 남았던 15일

    인천, 아쉬움만 남았던 15일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대회 시작 전 출입용 AD카드를 본인이 직접 방문하여 ‘활성화’해야 한다기에 지정된 장소중 하나인 주경기장을 찾았다. 어차피 출입 시마다 사진과 대조할 텐데, 뭔 ‘활성화’인가?! 테러위협으로 보안을 강...
    Date2014.11.18 Views7195
    Read More
  19. 아시안게임 취재기 -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우리사회가 지금 축제를 축제답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인가 스포츠팀에 오자마자 인천 아시안게임 취재명단에 이름이 들어갔을 때 설렘이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폐막 이후의 끔찍한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에. 경기장, 시설...
    Date2014.11.18 Views6991
    Read More
  20. <스위스취재기> "빅토리녹스, 작지만 커다란 꿈을 만드는 공장"

    “빅토리녹스 작지만 커다란 꿈을 만드는 공장“ 스위스는 국토의 대부분이 알프스산맥의 능선에 걸쳐있고 고원과 깊은 계곡, 호수가 많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지가 발달되었으며 세계 최고의 관광산업국가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뛰어난 풍...
    Date2014.11.18 Views7550
    Read More
  21. No Image

    MBN수습취재기 - 종이와 펜을 든 수습촬영기자

    종이와 펜을 든 수습촬영기자 “마포라인 수습 양현철입니다. 현재 위치 마포경찰서이고 23시 보고하겠습니다.” 일주일 간 진행되는 경찰서 생활의 첫 보고가 그렇게 시작됐다. 경찰서 생활의 대해서는 선배들이나 주변에서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투입 며칠 전...
    Date2014.11.18 Views261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