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값 폭행사건과 재벌2세

by MBC 김태효 posted Dec 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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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bol’

위키피디아 영영사전에서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땐 단어의 뜻을 잠시 고민 했었다. 발음그대로 읽으면‘채볼(?)’이라고 발음되어지는데, 한글을 영어로 고유명사화 시켰다는 정보로 단어를 유추한 필자는‘체벌을 한국의 교육방식 중 하나’라고 여긴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사전에 등재해 사용하는 단어를 뜻하는 것으로 잠시 혼동했었다. 잠시 뒤 영영사전의 풀이(a large, usually family-owned,business group in south korea)를 보고는 그 뜻을 알아차렸다. 한국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기업의 형태, 재벌. 재벌경영
이 한국경제에 끼친 영향과 성과 그리고 폐해에 대해 얕은 경제지식을 가진 본인이 평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대기업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재벌2세들의 경영일선 등장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긴장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대에 100만원?’,‘ 맷값으로 돈을 지불했다?’,‘ 대기업 재벌2세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직접 노조원을 때렸다?’처음 제보 내용을 접했을 땐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제보자를 처음 만나 폭행사건의 구체적인 정황과 사건 경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이 사람이 얼마나 진실한가부터 의심해야했다. 제보 내용이 있는 그대로 기사화되면 폭행사건의 당사자인 최철원 사장과 m&m, 그리고 나아가 SK그룹이 받을 사회적 비판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트럭운전기사 조수를 시작한 제보자는 평생 모은 돈으로 탱크로리 트럭을 마련했고 차량할부금과 높아지는 유류비를 감당하기 위해 졸음을 쫓아가며 운전대를 잡아야했다.

‘물류를 멈춰서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를 기치로 출범한 화물연대는 화물운수 노동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불합리한 운송제도와 치솟는 유류비 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맞서 화물운수노동자들이 연대의 깃발을 들었다. 평소 남들의 어려움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제보자 O 씨는 주변 동료들의 추천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화물연대 울산지부 탱크로리 지회장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SK에너지의 하청을 받아 아스팔트를 운송해오던 울산지역 5개 탱크로리 운송업체의 운송료 인하 담합에 반발
해 파업을 이끌었던 O 씨와 동료들은 운송료 현실화와 운수노동자들의 지위 개선에 관한 여러 성과를 쟁취해 냈고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O 씨는 운송업체의 눈엣가시로 여겨지게 되었다.

SK에너지의 일방적인 운송업체 변경으로 m&m이라는 운송업체에 재계약 해야했던 O 씨는 계약에서 배제되었고 O 씨의 동료들은 화물연대 탈퇴서를 재계약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야했다. 이에 반발한 O 씨는 홀로 상경해 SK에너지 본사에서 화물트럭을 이용해 1인 시위를 해왔다. 이미 노조활동으로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O 씨는 본인의 지입차량을 정리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건 m&m 최철원 사장과 합의하기 위해 본사를 찾았고 거기서 폭행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폭행의 내용과 화물연대 노조원 회유 사실이 방송되자‘믿기지 않는 폭행사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고‘돈으로 해결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재벌2세의 행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쌍방이 합의한 폭행사건은 죄가 아니냐?”는 우문에 김칠준 변호사는 폭력행위는 사회 통념에 위배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합의한 폭행이라도 행위자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다는 답을 해주었다. 더구나 폭행을 저지르고 강압에 의해 합의를 종용했다면 더 큰 문제이고 돈이면 모든 행위가 정당화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이번 사건을 통해 경종을 울려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술한 대로 한국 대기업의 경영형태인‘재벌’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평가하기 이르다하더라도 재벌2세들이 기업 경영 일선에 등장한 이상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영철학과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 노조와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 기업경영자로서 이뤄낸 가시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검증되고 평가가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재벌가의 2세들이 최철원 사장과 같이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업경영에 임하는지, 사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에 대한 동경과 철학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재벌가2세들에게 해보고 싶다. 이윤추구가 기업의 목적이지만 재벌가2세들이 서구에서 주장하고 자랑하는 전문경영인보다 더 확고하고 올바른 경영철학을 가지고,‘ 자신들의 기업이 조화롭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나가는지.’항상 고민하며 경영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태효 / MBC 시사영상부

※ <미디어아이> 제77호에서 이 기사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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