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용역은 절대 목숨걸지 않는다>

by TVNEWS posted Jul 22,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수정 삭제

No Attached Image

종편 채널들이 개국을 앞두고 경력과 신규 인력 채용에 한창이다. 그러나 우려
했던 대로 카메라기자 채용에 있어 정규직 대신 용역과 도급 형태로 가져갈 모양
새다. 아직 정확히 확인 할 수는 없지만 모 종편이 최근 카메라기자 외주 용역 공
개입찰을 실시 해 서너 군데 용역업체가 응찰 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정황이 포
착되고 있다.

종편 채널의 경영진이 카메라기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려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돈’때문일 것이다. 좀 그럴듯하게 표현하자면 경영 혹은 임금의
‘효율성’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 값싼 임금으로 부려먹고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해고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는 또한 정규직으로 뽑은 PD, 기
자, 행정직들과는‘한 식구’가 아니라는 살벌한 선긋기이기도 하다. 같은 배를 탄
‘운명 공동체’는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다.

경영학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당장 향후 3년 내 생존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종편 채널의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경영 행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언론과 방송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볼 때는“아예 언론 할 생각이 없구나!”
라고 읽혀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방송은 모두 다 알다시피‘팀’으로 일해야 한다. 특히 언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보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의‘팀웍’이 우
선적 조건이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일어난 수많은 재난과 사고 현장은 이 두
역할자의 눈과 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도하기 위
해 수많은 기자들이 목숨을 걸어왔다. 적아를 구분하지 않는 포탄 속에서의 이
라크 전 취재가 그랬고 곧 무너질지도 모를 삼품 백화점 붕괴현장 지하 구조현
장에서도 그랬고 불과 작년 여름 태풍 취재를 하다 카메라를 움켜 쥔 채 산화한
선배의 마지막 모습이 그러했다. 이들이 한 컷 영상을 찍기 위해 하나 뿐인 목숨
을 거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언론인이라는 사명감! 그것은 자신이 속한 매체의 한
일원이며 팀이라는 공동체 의식 속에서 뼛속 깊게 함양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도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쟁, 재난 지역의 취재 시에는 용
역직으로 업무를 도와주는 오디오맨은 절대 보내지 않는 것이 방송사의 관례이
기도 하다. 그것은 그들에게 그만한 열성이 없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보다
는 그들에게 목숨을 걸 만큼의 응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것이 적확
한 표현 일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언론인이라면 때론 한 컷, 한 마디의 보도를 위
해 목숨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용역, 도급 파견직 카메라기자가 그럴 수
있을까? 절대 없다고 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상시적인 저임금과 해고의 위협,
이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진짜 목숨 걸지 못하는 더 큰 이유는 바
로 공동체로부터 유리된 소외감 때문일 것이다. 즉 현재 한국사회에서 용역, 파
견직이란 자기가 속한 매체 즉 언론사를 위해 죽도록 일 해 봐야 결정적인 순간
에는 한 식구가 아니라는 소외와 차별이 돌아올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역은 제 목숨 걸어 취재할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제도가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제도로‘언론’흉내를 내려는 싸구려
‘사고’가 잘못된 것이다.

그러므로 종편채널 스스로 진정한‘언론’임을 포기하겠다는 대외 선언에 다름
아닌 카메라기자 용역채용 방침을 철회하기 바란다. 더불어 이 대목에서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만드는 원로 선배들의 카메라기자 용역업체 추진 사업도 즉각 중
단되어야 할 것이다. 채 2년도 못 누릴 제 잇속 차리기에 수 십년 쌓아온 카메라
기자의 명줄이 끊길 판이다. 아무리 후안무치한 집단도 동업자와 후대의 등을 치
지는 않는다는 점, 뼈저리게 상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