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파업 - 파업, 그 거룩한 이름에 대하여.....

by TVNEWS posted Jun 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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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그 거룩한 이름에 대하여.....
            
                                                                  
  9년 전 겨울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위에서 iTV 정파를 맞으며 눈물 흘렸던 그날이 있었다. 그리고 그날 노조원들은 제대로 된 사주와 괜찮은 방송을 만들어 보자는 일념으로 또다시 길바닥에서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주머니가 얇아져 보험을 해지하고도, 카드값이 연체되어도, 예정되어있던 결혼은 미뤄야 했음에도..... 좌절보다는 희망이 가득했던 시간으로 추억하고 싶다.
그리고 OBS가 개국했다. 방통위의 무책임으로, 힘든 경제 상황으로, 그리고 기타의 여건 등으로, 시작부터 그 출발은 순탄하지 못했다. 정권의 힘을 등에 업고 출발했던 종편에 비하면 너무나 힘든 5년을 보내야 했다. 그 힘든 5년은 직원들의 희생으로 충당되어야 했다.

5년의 희생 속에서 많은 동료들을 떠나보냈다. 중앙 언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이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5년의 희생이 희망에서 절망으로 다가왔음이리라....
그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보고자, 더 이상 떠나는 동료들을 잡을 수 없는 현실을 바꾸어보고자 노동자 최후의 카드를 지난 3월 꺼내들었다.

YTN 노조가 아픔을 겪어야 했고, MBC 노조가 무너지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어쩌면 힘없는 OBS 노동조합의 파업은 무모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과는..... 아직은 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손에 얻은 것 없이 회사로 복귀해야만 했다. 속된 말로 ‘졸라 깨졌다’.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었으나.... 결과는 파업참가자들의 마음을 후벼 파온다. 월급을 못 받아서도 아니었고, 기자가 취재 현장에 가지 못해서도 아니었고, 아나운서가 진행을 못해서도 아니었고, PD가 제작을 못해서 만도 아니었다. 절망을 희망을 바꾸어보고자 했던 마지막 몸부림마저 외면당한 현실을 받아들여만 하는 상황. 당분간은 우리가 만들고자 노력했던 방송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예상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상황이 파업참가자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리라...

21세기 이후 노동자들의 파업은 외부든 내부든 어떤 세력에 의해 색깔이 규정되어 지는 듯하다. 정치파업, 깡패노조, 좌파, 귀족노조 등 어떤 식으로든 노조의 순수한 의도마저 누군가에 의해 변색되어지고 불순한 의도의 움직임으로 보이게끔 만들어 가고자 한다. 쌍용차 노조가 헐값에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걸을 막고자 할 때도, 현대기아차 노조가 야간 근무시간 개선을 위한 파업에 들어갈 때도, MBC 노조가 공정방송을 만들고자 파업을 할 때도, 정치니, 귀족이니 하는 말들은 파업기간 내내 따라 다닌다.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노동’이라고 표현했다. 그 아름다운 일은 하는 사람은 노동자이고, 그래서 노동자는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노동조합, 노조다. 노조의 투쟁과 싸움은 어쩌면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예전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여공들에게 쏟아졌던 똥물과 숱하게 피 흘렸던 70~80년대 노동자의 고통의 시작은 그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투쟁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결국 그런 노동자의 싸움은 우리 사회를 더 밝아질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언론 노동자들의 싸움도 그렇다고 믿는다. 결국 깨어지고 무너지고, 당장은 얻는 게 없을 수도 있겠으나, 그런 우리의 몸부림들이 이 일을 꿈꾸는 우리 후배들과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더 나은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단초가 되리라 믿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렇다고 목소리 내는 게 두려워서, 기득권에 기대어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것이 노동자 자신만을 위한 처사라고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아들의 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불참한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발레학교 면접을 보러간다. 생전 처음 보는 발레학교의 분위기에 주눅이 든 아버지는 면접관에게 별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 면접이 끝나고 아들과 함께 돌아가는 아버지에게 발레학교 원장은 말한다. ‘파업에서 꼭 승리하십시오.’
아무 상관도 없는 광산 노동자에게 무슨 이유로 원장은 그런 얘기를 했을까?
노동자의 싸움은 그 노동자들을 넘어, 그 가족을, 그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일까....... 파업은 참......... 힘들다.............ㅠㅠ


OBS 조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