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영상저널리즘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by TVNEWS posted Mar 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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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저널리즘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20135월 미국에서 8번째로 큰 신문사인 시카고선 타임즈(The Chicago Sun Times)’는 퓰리처 상을 탄 베타랑 존 화이트(John H. White)를 포함한 28명의 정규직 사진기자들을 해고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들을 고용해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이러한 경향은 아이폰 사진(iphone Photography)이 커버 사진으로 사용될 정도로 아마추어 사진들의 영향력이 커진 이 시대에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매체가 그 시대의 지배적인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규정한다라는 플루셔(Vilem Flusser)의 설명처럼,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매체는 매체생산물의 단순한 수용자였던 사람들을 생산자의 지위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시공간이 압축된 새로운 매개 문화(Mediated culture)를 창조하고 있다. 새로운 매체는 새로운 소통방식과 의식 형태로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새로운 매체 문화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재료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가 채우고 있다. 이미지 중심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높은 인기와 텍스트에 기반한 트위터의 상반된 쇠락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지는 새로운 소통방식과 문화에서 그 중심을 차지한다. 매체철학자 볼츠(Norbert Boltz)는 텍스트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디지털 시대의 문맹인으로 표현하면서 이미지는 지식의 저장고의 기능과 함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단위로 작동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텍스트의 매개 없이 공간자체를 전달할 수 있는 VR(Virtual Reality)같은 새로운 이미지 처리 기술의 등장, 텍스트를 영상화하고 이미지로 추상화하는 것이 일상화된 현대의 문화, 또 이미지 자체가 본질이 된 현대 사회 속에서 영상의 중요성은 지겨울 만큼 듣게 되는 일상적인 수사(Cliché)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 과잉의 시대 속에서 영상 전문가들이 해고되어 나가는 모습은 역설적이다. 사진에디터이자 이미지 연구분야의 권위자인 프레드 리친(Fred Ritchin) 뉴욕대 교수는 사진기자들은 혁신 아니면 죽음이라는 양자택일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현대 영상저널리즘은 단순히 눈길을 끄는 이미지메이킹 작업을 넘어 어떻게 의미 있는 사진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혁신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에서 생성되고 공유된 사진은 400억장이 넘으며, 유저들이 경험하는 주관적 진실과 다양한 관점들은 주요 언론사들의 권위적이고 배타적인 프로페셔널 이미지들과 다양한 플랫폼 위에서 충돌한다. 일방향적이고 폐쇄된 주류 언론사들의 정보전달 방식은 비선형적이고 탈중심적이며 다양한 관점이 교차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매체 문화가 지배하는 시대는 수많은 이미지와 영상들을 새로운 소통방식에 맞게 창조하고 가공하고 재구성하는 영상전문가들을 필요로 한다. 리친 교수는 내러티브를 만들 수 있는 이미지 전문가들과 이야기꾼(Storyteller)의 수요는 폭발적이며,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면, 영상기자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영상제작이 대중화된 현대사회는 촬영이라는 영역을 전문가의 작업에서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행위로 변화시켰다. 영상저널리즘은 이미 아마추어와 프로들의 이미지와 영상물들이 섞이는 혼종의 장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퍼텍스트가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과 통신기술의 발전은 영상과 텍스트를 선형적으로 배치하던 기존의 틀을 넘어, 탈중심적이고 다관점적이며 즉각적이고 참여적인 새로운 제작방식으로의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큰 반향을 일으켰던 뉴욕타임즈의 이라크에서 전사한 얼굴들(Faces of the Dead in Iraq)’과 같은 주류 언론의 포토에세이나, 7억명의 사람들<7 Billion Others> 과 같은 비선형적 다큐멘터리는 시도된 지 벌써 십여 년이 넘은 낡은 사례가 되었으며, 최근 주류 언론들이 앞다투어 시도하고 있는 클라우드소싱 저널리즘(Crowdsourcing Journalism) 역시 이제 더 이상 몇몇 언론사들이 시도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결국, 영상기자들이 새로운 시대의 변화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적응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변화된 시대는 영상기자들에게 기획과 프로덕션, 그리고 포스트 프로덕션 전반에 걸쳐 새로운 전문성을 요구한다. 분명한 점은,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이미지의 대중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영상저널리즘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상의 생산과 변형, 그리고 유통이 대중화된 디지털 영상매체의 시대라고 해서 사실의 증거로서의 영상의 가능성을 폄하하는 것은 책임을 방치하는 일이다.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점에서 실체를 규명하는 사건의 인용(Quotation from appearances) 으로서 맥락화된 영상의 역할은 결코 축소될 수 없다.

 

단지, 변화된 시대의 영상저널리즘은 증거로서의 영상이라는 기계적 중립성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서부터, 이미지들의 맥락화와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는 서사로 그 중심축을 옮겨 놓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영상저널리즘의 진정한 가치를 빛내는 작업은 이미지의 중립성 논쟁이나, 이미지의 품질을 논하는 전통적 개념을 넘어, 새로운 매체와 서사전개 방식에 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윤리적 가능성과 그 준비에 달려있다. 영상저널리즘의 재정의와 실천. 이는 이미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이 아니라 직종의 생존이 걸린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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