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 299

by TVNEWS posted Dec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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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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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8도 시군구에서 모인 299인의 재선 희망 국회의원들! 이들의 프로듀서는 바로 뉴스를 보고 있는 당신. 국민 프로듀서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가장 혹독하게 피감기관을 질책하게 될 299명의 의원들. 2019년 총선의 승기를 잡을 멤버는 100% 국민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 각 소속 정당의 의원은 국정 감사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튀어서 방송 뉴스에 활약상을 보여야 한다. 국정 감사 뉴스를 본 당신은 내년 총선에서 어느 의원에게 한 표를 던질 것인가. It's~show time!!

 

국감장 풍경 #1- 스타를 불러 어필하기

 

 국감 첫날 풍경은 무조건 뉴스에 나온다. 때를 놓치지 않고 손혜원, 조경태, 김수민 3인의 의원은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문체위 국감장 증인으로 출석 요구.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정곡을 찌르는 질의 없이 본질을 벗어난 질문만 이어나가다 감독직 사퇴하라며 악을 쓰며 결론 맺은 손혜원 의원은 다음날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쉐프복이 익숙한 백종원 대표는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국감 셋째 날에 산자위에 출석했다. 그가 국감장에 등장하자 취재를 온 기자들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대며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골목상권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야 할 의원들은 그의 화려한 언변에 오히려 빠져버리며 마치 백종원의 사업 노하우를 들어보는 특강 시간이 된 것처럼 맥없는 국감이 되어버렸다.

 

국감장 풍경 #2- 특이 소품으로 어필하기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대전에서 탈출했다 사살된 퓨마 사건에 대해 당국의 과잉대응을 지적하기 위해, 정무위 국감장에 맹수 퓨마를 데리고 올 수 없어 닮았다고(?) 생각한 벵갈 고양이를 데려왔다. 누가 봐도 새끼 고양이를 통해 퓨마를 연상할 수는 없을 텐데 그 어린 녀석을 국감장까지 데려와 퓨마 얘기를 꺼내야 했을까? 동물 학대를 지적하기 위해 또 하나의 학대를 자행한 셈이다.

 

 과방위 국감에서도 다양한 소품이 등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맷돌을 가져와 손잡이를 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이 어처구니가 없다며 질의를 시작했다. 방송에서 수없이 패러디해서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비유였지만 박 의원은 그렇게 꿋꿋이 질의를 이어나갔고 그의 시도는 별다른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같은 자리에서 박성중 의원은 로봇 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가정용 로봇 클로이를 가지고 나와 직접 불러 명령을 실행하는 시연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클로이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질의 시작부터 주변으로부터 안타까움을 샀다.

 

 김수민 의원은 금박의 검정 저고리와 샛분홍 치마로 된 개량 한복을 입고 문체위 국감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본인이 입은 퓨전 한복은 고궁 출입 시 무료입장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과한 규제라며 문화재청을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 손혜원 의원도 한복을 입고 나왔지만, 김수민 의원의 화려한 단장은 국감장이 아니라 패션쇼에 가야 할 복장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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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 풍경 #3- 오늘 당신이 획득한 점수는?

 

 국회 본청 2층에 위치한 각 정당의 국정감사 상황실에도 진풍경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상황실 앞 게시판에는 매일 국감 활약 우수의원을 선정해 게시하고 있었다. 당 관계자와 얘기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국정감사 활약을 가지고 경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일일 우수의원으로 선정될 수 있는지 사뭇 궁금하다.

 

 민주평화당은 칠판 크기만 한 상황판에 국정감사 기간 동안 인터넷에 뉴스가 나온 모든 소속 의원들의 기사를 인쇄해 상황판에 빼곡히 붙여 놓았다. 14석의 군소 정당이지만 국회 안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당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씁쓸히 누르는 Rec 버튼

 

 국감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튀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299명의 국회의원 들. 어떻게 보면 이번 국정감사는 그들에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른 4년을 보장받 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이 들어선 셈일 것이 다. 한정된 질의 시간 내에는 오직 자신만 이 최대한 돋보여야 한다. 피감 기관의 답 변은 제대로 듣지 않고 질의 중 방해하는 세력이 있으면 호통으로 물리쳐내 의도하 는 답만을 얻어내기 위해 질문의 포화를 쏟아 붓는다. 하지만 열심히 뱉어낸 질문의 내용은 부실하고 포장만 과대한 상당수 국 회의원들의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 라지지 않은 것 같다. 이를 통해 그들이 의 도하고자 하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 는 나도 알고 TV로 뉴스를 보는 국민들도 이제 너무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2주의 시간 동안 국정감사를 가까이서 지 켜보면서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위에서 목격한 갖가지 풍경들이 과장된 쇼 임을 잘 알지만. 현장의 모든 상황을 기록 해야 하는 직업의 운명을 거부할 수 없기 에. 오늘도 씁쓸한 마음으로 Rec 버튼을 누른다.

 

 

 

강광민 / 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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