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영향력 큰 유명인 자살 보도, ‘기본’을 지키려면?

by KVJA posted Sep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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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영향력 큰 유명인 자살 보도, ‘기본’을 지키려면?

“방통심의위,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살펴야”…언론인 단체가 회원들의 교육 기회 마련해야



((사진) 사회적 영향력 큰 유명인 자살 보도.png

▲ 지난 7월 10일 MBC뉴스투데이 갈무리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가 만든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 따르면,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으며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특히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의 경우 모방 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하고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하며 △유명인 자살보도를 할 때는 이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7월 10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자살예방센터도 언론사와 인터넷신문 등에 협조문을 보내 ‘사건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인해 유족 등이 상처 받지 않도록 하고, ‘극단적 선택’ 등 특정 사망원인을 암시하는 표현은 삼가 달라’며 ‘특히 유명인의 사망 사건에 대한 보도는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만큼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7년에 내놓은 ‘미디어 관계자를 위한 자살 대책 추진을 위한 안내서’ 도 자살 보도에 대한 지침이 잘 드러나 있다.


 안내서에는 △눈에 띄게 기사를 배치하지 않고, 과도하게 보도를 반복하지 않기 △자살을 감각적인 단어·제목으로 표현하거나 자주 있는 일로 간주하거나 긍정적인 문제 해결 방법인 것처럼 소개하지 않기 △자살에 사용한 수단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기 △자살이 발생한 현장과 장소를 상세히 전하지 않기 △사진, 비디오 영상, 디지털 미디어 링크 등은 사용하지 않기 등 언론이 자살 관련 보도를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6가지로 정리되어 있다.


 WHO와 기자협회 등이 자살 보도에 대해 권고 기준을 만든 것은 언론 보도가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자살자 수가 전년에 비해 증가한 데 대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유명인 자살 사건이 다수 있어 모방 자살 효과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을 밝혔다. 2013년 자살예방 센터 자료에 따르면, 유명인 자살 이후 2개월간 자살자 수가 평균 606.5명 증가했고,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유명인 자살사건으로 인한 모방자살 효과가 하루 평균 6.7명이라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자살한 유명인 가운데 언론에 많이 보도된 15명에 관한 신문·TV 기사량, 통계청 모방 자살자 수를 정량적으로 모델링해 분석한 결과 “유명인 자살을 알리는 언론보도와 모방 자살의 상관관계가 통계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도 있다. 당시 연구를 맡았던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유명인 자살 이후 언론보도에 노출된 횟수와 모방 자살의 연관성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향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시장 사건에서 드러났듯, 자살·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는 개선이 더디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언론사가 내부적으로 관련 보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MBC의 한 영상 기자는 “어떤 보도가 문제가 됐을 때 당장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보도 관행을 바로잡고 반복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며 “회사 차원에서 교육은 물론 꾸준히 모니터를 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이 취재윤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교육밖에 방법이 없다.”고 단언한다. “영상 분야는 전문 기술이 없는 개인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그들과 차별성을 갖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 윤리 교육을 통해 일반인과는 다른 수준 높은 영상을 제작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지금은 언론 매체가 경영이 어려워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되지 않고, 대학에서는 윤리나 이론보다는 기술적인 교육에 치우치다 보니, 영상기자들은 기술적으로는 탁월하지만 윤리적인 의식이 국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인 단체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스스로의 이익을 지키려면 회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예방센터의 한 관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수습기자 교육 때 자살 보도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매년 9월 기자협회와 같이 사건기자나 연예부 기자를 대상으로 자살 보도 세미나를 열어 왔는데,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자살 관련 보도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을 교육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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