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방송, 박원순 시장 시신 보도… “시청자 혐오감 자극”

by KVJA posted Sep 10,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일부 방송, 박원순 시장 시신 보도… “시청자 혐오감 자극”

KBS “시신 모습 안 쓰기로 내부 지침 수정”…협회, 9월부터 교육 실시




(사진) 일부 방송, ‘가이드라인’ 어기고 박원순 시장 시신 보도.png

▲ 지난 7월 10일 MBC뉴스 갈무리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언론의 영상 보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의 시신 운구 장면을 그대로 방송해 지난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는데도 많은 언론사의 보도 태도는 크게 개 선되지 않았다. 


  KBS, YTN, TV조선, 채널A, MBN, 아리랑TV 등은 지난 7월 10일 경찰과학수사대원들이 박 시장의 시신을 운구하는 장면을 흐림 처리해 내보냈다. OBS는 이 영상을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경인투데이>와 <오늘> 등 뉴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출연자의 배경화면으로 시신 운구 모습을 흐림 처리 없이 그대로 게재 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방송사 뿐만 아니라 온라인 매체 10여 곳도 박 시장이 들것에 실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는 장면을 찍은 통신사의 사진을 구매해 흐림 처리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도했다.


  이에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한원상)는 7월 10일 회원사에 긴급 공지를 띄웠다. 협회는 박 시장의 사체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자살,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과 장례식장에서 일어나는 인격권과 관련된 초상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며 ‘방통심의 위의 제재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으니, 가이드라인을 참조해 달라’고 밝혔다.


  영상기자협회의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살한 사람의 시신은 촬영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자살 관련 영상을 보도할 때 주요 사건의 현장 생방송 중에 자살한 사람의 시신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을 때는 방송사가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건물 옥상과 같이 높은 곳에서 지상을 비추는 영상, 현장에 있는 핏자국을 그대로 보여주는 등 자살의 과정이나 방법 등을 연상시킬 수 있는 영상 기법도 사용해선 안 된다.


 KBS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모친 보도 당시 방통심의위 쪽에서 ‘모자이크 처리라도 하지 그랬냐’는 얘기가 나와 ‘부득이한 경우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개정했고,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박 시장의 모습을 내보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권고 결정 이후 KBS는 부직포로 싸인 시신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촬영이나 노출을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 원거리나 모자이크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자체 가이드라인을 정리한 바 있다.


  KBS는 박 시장의 시신 영상이 나간 뒤 내부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굳이 그 화면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다시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KBS 관계자는 “최근 미디어 트렌드를 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고, (협회의)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도 맞지 않아 지난달 ‘자살 및 사망 사건 보도 영상취재 및 편집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며 “자살이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시신 촬영이나 편집본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OBS의 한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 해당 장면을 촬영하지 못해 해당 영상을 전혀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진행자와 출연자의 배경화면에 박 시장의 운구 장면이 흐림처리 없이 게재된 데 대해 “뉴스 프로그램의 어깨걸이에 쓰는 스틸 사진은 영상편집 쪽에서 담당하지 않아 전혀 몰랐다.”며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뉴스나 영상 보도에서 시신을 노출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혐오감을 자극할 수 도 있고, 고인에 대한 인권 침해도 될 수 있기 때문에 방통심의위 규정과 관계없이 보도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또 “이번 사안은 언론사 간 과열 취재 경쟁, 뉴스 취재원의 인권 경시 풍조 같은 것들이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해당 영상을 보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시청자와 독자들은 뉴스매체 전반의 잘못이라고 보기 때문에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 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면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39, 정신 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안경숙 기자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