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고령화 대비 대책 ‘전무’

by KVJA posted Jul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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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고령화 대비 대책 ‘전무’



영상기자 전문성, 경험에 바탕둔 새로운 업무강화 방안 마련 절실



고령화하는 영상기자 1.jpg




탐사보도, 대기자, 전문기자, 선임기자, 팩트 체커, 보도 리뷰 등 관훈클럽이 2015년 개최한 ‘정년연장 시대 언론인의 전문성 강화 및 활용 방안’ 세미나에서 제시된 대안들이다. 2016년부터 60세 정년이 의무화되면서 취재 분야에서 이러한 모델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여전히 ‘진행중’이다. 하지만 영상 분야는 시니어 언론인들의 업무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취재기자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전문기자제도 영상 부문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영상 기자들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조직 차원의 고민과 대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니어 영상 기자들의 업무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제도가 있는 방송사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취재 기자의 경우 영상 기자에 비해 인원이 훨씬 많아서인지 시니어 기자에 대한 역량강화, 새 업무개발 방안이 일찍부터 논의가 돼 왔는데, 영상 기자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는 한 번도 없었다.”며 “동료들끼리 사석에서 나누는 얘기가 전부”라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선배들 가운데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회사는 당장 부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뭔가를 시도해 볼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시니어 기자들이 정년까지 제 몫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개인에게만 맡겨 놓는 것은 회사측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고령화하는 영상기자 2.jpg



기자들은 영상 분야에도 하나의 주제를 갖고 경력과 전문성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전문기자, 영상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지 확인하고 걸러내는 영상 에디터, 현장에서 보내온 영상을 온라인용으로 재가공하는 온라인 콘텐츠 전담, 영상 기자가 기획부터 내용 구성, 촬영, 편집을 모두 맡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카메듀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이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육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기자는 “최근 편집기가 바뀌어 부서원들이 교육을 받았다. 장비가 새로 들어오면 부서 카톡방에 올라온 매뉴얼을 보고 각자 익힌다.”며 “이런 경우가 아니면 회사 차원의 교육이나 연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 악화로 인력이 부족한 지역 방송사의 형편은 더 심각하다. 지역 방송사의 한 기자는 “서울은 현장을 뛰다가 다른 부서로 옮기기도 하고 보직을 맡을 기회도 있는데, 지역은 인원이 적다 보니 마지막까지 현장에 있다 다음날 퇴직하는 실정”이라며 “회사 차원의 교육은 기대하기 어려워 최신 영상 문법이나 트렌드는 유튜브를 찾아보며 익히고, 드론 자격증은 외부 교육을 이수하고 땄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전문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사내외 연수나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조사한 ‘2019 한국의 언론인’에 따르면, 응답자의 95.9%가 연수나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지상파 3사는 98.6%, 종편·보도전문채널은 97.4%, 지역 방송사는 응답자의 100%가 ‘연수나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재교육을 더욱 절실히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어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재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방송사 언론인들의 응답을 보면, 불참 이유에 대해  ‘교육 시간이 업무 시간과 겹쳐서’(33.9%)와 ‘업무가 많아 시간이 없어서’(30.4%)라고 응답했다. 이는 다른 신문사나 통신사, 인터넷 언론사의 응답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로, 재교육을 위한 회사쪽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고참 영상 기자들은 어떤 교육을 원할까?


한 방송사의 간부는 “고참 기자들은 관련 분야에 대한 정보가 늦고, 새로운 장비에 대한 운용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편집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꾸면 못 쓰는 경우도 있고, 특히 뉴미디어에 굉장히 약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들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재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2019 한국의 언론인’ 조사에서 기자들은 재교육에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취재보도 관련 전문지식’(53.9%)을 꼽았다. 흥미로운 점은, 취재보도 관련 전문 역량 강화 교육에 관한 수요가 2017년(58.4%)에 비해 감소한 반면, ‘디지털 환경’ 적응에 필요한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는 늘었다는 것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법’은 2017년 31.7%에서 2019년 33.9%로, ‘인공지능·VR·드론 등 IT 활용 기법’은 25.8%에서 30.6%로, ‘코딩 및 데이터 활용 기법’에 대한 수요는 24.6%에서 26.9%로 모두 증가했다. ‘취재보도 관련 윤리 및 법제’ 교육도 33.9%에서 38.7%로 크게 늘었다.


특히 지상파3사의 경우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법’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3.7%, ‘인공지능·VR·드론 등 IT 활용 기법’은 39.4%로, ‘코딩 및 데이터 활용 기법’은 28.2%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교육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방송사의 부장급 기자는 “영상 기자가 촬영해 온 영상을 뉴스에만 방송하고 끝내는 시대는 지났다.”며 “고참 기자들이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재가공해 다양한 채널에 유통시키고,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까지 할 수 있도록 회사가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현장 감각과 경험, 그동안 쌓아놓은 자료를 살려 뭔가를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며 “기자가 가진 재능과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회사가 과감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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