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 50일을 넘기며

by 안양수 posted Sep 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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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 50일을 넘기며

“사장의 징계와 협박에도 불구, 우리는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

 빨강 파랑의 투쟁 구호전단, 복도 벽면을 메워버린 성명서, 낙하산 사장 반대 출근저지 상황판, 이것들이 현재 YTN 사옥의 모습이다. 경조사, 인사, 공지사항 등이 올라있던 사내 홈페이지는 사측, 노측의 성명과 사원들의 현 사태 의견들로 빼곡히 들어섰다. 봄날에 시작된 구본홍 사장 내정의 홍역은 더운 땡볕을 지나 선선한 결실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5월 29일 YTN 임시 이사회 구본홍 사장 내정'

 설과 소문으로 나돌던 구본홍 특보 사장 내정설은 노조의 강력한 항의 성명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고 이렇게 YTN사태는 시작되었다. 6월 5일 비대위 출범과 함께 노조는 성명을 발표한다.

[노조성명] 대통령 선거 특보 출신은 YTN사장이 될 수 없다! 구본홍씨는 즉각 사퇴하라!!

 두 달을 목 놓아 외쳤다. 구본홍씨는 YTN 사장이 될 수 없다. 대통령 선거 당시 언론특보로 활동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앞장섰던 이가 바로 구본홍씨 아닌가? 국내 유일의 24시간 보도전문 채널인 YTN이 국정홍보 방송인가? 이것이 정녕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정부’가 추구하는 ‘국민 소통’ 방식이란 말인가? (중략)

 이제 YTN 노동조합은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의 명분과 원칙은 분명하다. 언론 공공성과 공정 방송을 사수하려는 YTN 구성원들의 의지는 그 어떤 시도로도 꺾이지 않을 것이다. 지난 십 수 년 간 구성원들의 피와 땀으로 존폐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가며 이룩해 놓은 YTN의 위상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없다. ‘논공행상’이나 ‘언론 장악 음모’의 희생양이 되게 할 수는 없다. 그동안 우리는 성명이나 회사 안에서 우리의 주장을 펼쳐왔다. 지극히 상식적인 우리의 주장에 이명박 정부와 구본홍씨가 귀를 기울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략)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구본홍씨는 즉각 사퇴하라! 이명박 대통령도 자신의 당선을 도운 특보 출신이 언론사 사장에 나서는 것은, 언론 통제나 언론 장악 음모를 역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7월 14일 YTN 본사 1차 임시 주총 노조 실력 저지로 무산’

 소액주주로 YTN 주식을 보유한 직원의 수가 굉장히 많다. 임시 주총은 예상과 달리 노조의 격렬한 항의에 막혀 무산 될 수밖에 없었다. 고함과 함께 부당성을 이야기했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1차 주총이 무산된 사측은 7월 17일 2차 주총을 상암동 DMC에서 열었다. 1차 주총 때 60여명의 용역 직원을 부른 사측은 2차 주총 때는 250명의 용역 직원과 비밀통로 그리고 회의장 봉쇄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한 끝에 노조원의 항의와 눈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0초 만에 사장 선임을 통과 시켰다. 7월 17일 저녁 노조는 긴급 성명을 발표한다.

[노조성명] 싸움은 이제 부터다    

 아무도 상상치 못했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

YTN 모든 구성원들이 두달 여 동안 목 놓아 외쳤던 낙하산 사장 반대 목소리에 회사는 결국 용역 깡패를 동원한 불법 주주총회로 맞섰다.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던 수많은 조합원들은 용역직원들의 벽 앞에서 분노의 눈물을 삼켜야했다.

 자유로운 의사 개진은 가로막혔고 이사 선임 안건은 40초 만에 날치기 통과됐다.  

선배로 믿었던 간부들은 구본홍 씨측의 들러리로 전락했다.

때문에 우리는 이번 주총이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

이번 주총의 불법성과 편법성을 철저히 되짚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

 이른바 '사장'에게 묻겠다.

 조합원들의 분노를 힘으로 밀어 붙이고 YTN에 입성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언론사 주총장에 용역 깡패를 동원하고 선배와 후배를 갈라놓은 뒤 화합과 단결을 이야기하려는가?

 구본홍 씨는 앞으로 YTN에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말라.

모든 구성원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자랑스런 일터 YTN의 명예에 더이상 누를 끼치지 말라. (생략)

 이렇게 시작된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은 상황판에 50일이라는 숫자를 넘겼다.

 출근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신중한 선택을 기대’ ‘현실을 직시’하라는 사장 성명은 징계 협박, 인사 횡포로 이어졌고 노조 또한 비상 총회를 열어 보도국 회의 저지, 인사 불복종 등 강력한 항의를 벌였다.

노조원 총파업 투표 또한 마친 상태다.

 언론사 초유의 인사 횡포 불복종 투쟁은 10일, 출근 저지 투쟁은 50일을 넘겼다. 노조는 입수한 징계자 명단을 공개했다. 요즘 사내 게시판에는 ‘나도 처벌하라’는 희한한 징계 동참 성명이 계속 되고 있다.       

 나도 처벌하시오!”

 6명 고소, 그리고 76명 징계 심의.

나름 전략적으로 선택한 명단이겠지요. 딱 그 숫자만큼만 회사에 항명한 것이라 믿고 싶겠죠.

그들만 처벌하면 항복할 것으로 생각했나요? 물론 심의 과정에서 숫자는 더 줄겠죠.

제 이름이 명단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일단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를 예쁘게 봐주신 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혜택(?) 사양하겠습니다. 같은 편이 아니니 저도 잡아가세요.

명석한 분들께서 혹시 실수로 빠뜨린 것은 아니겠죠? 나름대로 채증을 하셨다면 잘 살펴보세요.

저 역시 많은 노조원들과 더불어 주주총회를 저지하려 했고 사장실을 점거한 채 구호도 외쳤으니 말이죠.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는 노조원들은 훨씬 많답니다. 명단에서 빠지면 회사편이 될 거라는 착각은 말아주세요. (생략)

“몸은 떨어져 있지만......”       

 지국 근무자로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사우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사측의 일방적인 징계·고소 대상자 명단에 오른 82명의 선후배, 동기들의 이름을 봤을 때 미안한 마음에 전화 한 통화도 할 수 없었습니다.

YTN을 사랑하는 대다수 노조원들이 같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당한 인사조치는 즉각 중단돼야 하고, 진행될 경우엔 신00 선배 뒷자리에 저희들의 이름도 올려 주십시오.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마음으로 응원하는 권00, 고00

 영웅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투사가 되고 열사가 되고 있다. 타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생업인 언론 종사자가 되레 뉴스 인물로 주목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시계가 아침 6시를 알린다. 조근이 아니라 투쟁 김밥을 먹기 위해 회사로 간다. 이제 외투를 걸치지 않으면 꽤 쌀쌀하다. 우리의 명분과 투쟁이 엄청난 아픔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래도 겸허히 받아야 한다. ‘공정방송 사수’ 언론사는 공정해야 한다. 사회의 약자 목소리 또한 들어야 한다. 이 가치를 찾기 위해 아침을 맞이한다. 매일 아침 먹게 되는 투쟁 김밥은 질리기도 하련만 언제까지 먹게 될지 몰라 김밥과 친해져야 될 거 같다.

박진수 / YTN 보도국 영상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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