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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당과 캠프 소통 ‘삐걱’, 국민의힘-후보자와 캠페인 돋보이는데 성공”
“1인미디어의 영향력 커진 취재환경의 변화를 체험한 선거”

간담회 일시: 4월19일 오전
장소:국회 소통관
진행: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 
참석자: 최영구 MBN 기자(민주당 담당·1진), 
            장재현 MBC 기자(국민의힘 담당·2진), 
            문진웅 MBN 기자(국민의당·정의당 담당·3진), 
            박주영 MBC 기자(민주당 담당·4진) 
윤석열.png이재명.png 


윤후보, 청중에게 전하는 메시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웠고, 
            기성정치인과 다른 프랜들리한 모습들 돋보여
이후보, 선거기간 내내 대통령후보로 발전하는 모습은 
            마치 한 인물의 훌륭한 성장드라마를 보는 듯.  


미디어가 전하는 대선 정보 늘었지만, 지지자 중심 정보 생산 문제
“영상전문가인 현장 영상기자들의 새로운 취재질서 개선 고민해야”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아래 나) : 영국의 <더 타임즈>가 한국 대선을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불쾌한 선거”라고 평가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선거전이 미래지향적이지 못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영상기자들은 이번 대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총평 부탁드립니다.

 최영구 MBN 기자(아래 최) : 대선의 전 기간을 취재한 영상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은 영상 공보의 측면에서 보면 질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과 이재명 후보 캠프간 공보라인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유세 현장을 취재할 때 늘어난 1인미디어들 때문에 영상기자들이나 1인미디어들이나 제대로 취재하기가 힘든 상황이 많았습니다. 취재질서와 안전을 지키며 취재에 참여한 이들이 안정적인 영상을 취재할 수 있도록 유세와 선거운동의 현장을 준비하면 좋은데, 그게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의 공보 쪽에 이에 대한 개선의견을 전해도, 당 공보팀과 캠프 쪽 공보라인의 소통이 잘 되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이나 실수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민주당과 캠프의 공보 담당자들은 1인미디어들이 밀착 취재를 해야 후보와 유세현장의 분위기가 지지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취재현장이 좀 더 질서 있게 조성되어 전국의 많은 시청자들과 온라인 접속자들에게 안정되고 차분한 영상을 전달해 줄 수 있었다면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유권자들에게도 후보의 좋은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현장의 취재환경을 후보와 선거 캠페인이 돋보일 수 있도록 조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성공한 것 같습니다. 

 장재현 MBC 기자(아래 장) : 2002년 노무현-이회창 대선, 2007년 정동영-이명박 대선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대선 취재였습니다. 이른바 ‘레거시 미디’ 영향력이 감소하고, 1인미디어가 본격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선거였습니다. 유권자들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해서인지 당이나 캠프에서도 기성 미디어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취재 환경이 과거에 비해 열악해진 게 사실이고, 그걸 체감한 대선이었습니다.
1인미디어들이 늘어나고 그들이 전하는 정보는 많아졌지만, 각각 자신들의 시청자와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전달하면서 후보와 선거운동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지금의 선거보도 행태나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언론과 방송, 1인미디어의 보도도 중요하지만,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 등을 살펴볼 수 있는 TV토론 횟수를 늘려, 유권자들이 후보를 판단하고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문지웅 MBN 기자(아래 문) : 정의당과 국민의당 후보들의 활동을 담당했습니다. 소수정당에 대한 기존 매체들의 보도량이 거대정당에 비해 적고, 선거유세 현장 또한 거대 양당의 규모와 분위기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취재하는 입장에서도 힘이 안 났습니다. 국민의당은 초반에 유세 차량 사고가 있었고, 막판에는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취재처를 잃은 모호한 신세가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첫 대선 취재였는데, 역사적인 현장을 기록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였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박주영 MBC 기자(아래 박) :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선거운동을 취재했습니다. 이번 대선 취재는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해서 후보의 선거운동을 아예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기존 방송사들도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실시간 방송을 하기도 했지만, 유투브 등에서 활동하는 유투버들도 현장에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공보팀이나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도 현장에 온 유투버들을 각 각의 취재자로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영상기자들이 아직은 유투버들과 현장에서 어떻게 공존할지 정리가 안 된 부분이 많아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예전 대선 취재와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포털을 통한 속보 경쟁이 유튜브라는 또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그 파괴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선거였습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관람을 갔는데, 유료로 티켓팅을 하고 온 관중들이 있기 때문에 취재 가능한 구역과 취재 시간도 경기의 ‘특정 몇 이닝’으로 제한하기로 하고 KBO의 취재 비표를 받아서 동행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유투버들은 정식 취재 비표를 받지 않고 자기들이 지지하는 후보와 같이 경기장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경기를 관람하러 온 관중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런 일은 유투버들이 보다 질서 있게 현장에서 함께 취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또, 대선취재를 경험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선거일 전 6일부터 투표 마감 시간까지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한 제도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언론사들이나 각 정당은 이 기간에도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여론의 추이를 다 알고 있는데, 유권자들만 이를 모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권자들도 정보를 알고 전략적 판단하고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서 최선은 아니더라도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정보가 선거 기간 내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공개적인 정보가 된다면 선거보도와 방송 준비도 좀 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 : 전반적으로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1인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네요. 취재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경호 등 안전 차원에서도 현장질서를 잘 확립해야 하는데 지금의 취재현장 모습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장 : 이번에는 양당 후보가 모두 당내 기반이 약하다 보니, 양쪽 모두 기존 정당의 공보 조직과 캠프 쪽 조직이 분리되어 운영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1인미디어들이 캠프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오히려 특수한 경우가 발생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취재현장에서 주요 언론들의 영상취재를 시청자와 독자들의 보편적 접근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우선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박 : 이번만의 특수성이라기보다는 플랫폼 중심으로 취재·보도 환경이 변화하면서 이런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속보성은 더 강해질 것이고, 현장라이브가 더 강화되면 공보 쪽에선 거기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방송사의 영상기자들이 역사적으로 현장을 기록한다는 생각, 속보에선 밀리더라도 정확한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취재하고 기록 한다고 해도 당장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은 정말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최 : 이번 대선 취재 공중파풀단에는 6개사 24명이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영상기자협회 회원이 아니거나 소속사 회원이기는 하지만 풀단 소속기자들이 아닌 사람들이 뒤섞여 취재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영상취재풀(pool)단은 ‘협회 소속사와 그 회원으로만 구성하고 동일한 취재협력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원칙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어 왔는데, 이번 대선취재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정리도 필요해 보입니다. 

 나 : 취재 과정에서 본 후보들의 특징이나, 뉴스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나요. 

 장 : 윤 후보는 유세 초반부터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는데, 점점 횟수가 잦아지고 완성도도 높아지더라고요. 유세 중반으로 가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렇게 ‘프렌들리’한 점은 이재명 후보나 타 후보에 비해 장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당 관계자들하고 얘기하다가 자기 생각과 안 맞거나 의견이 틀어지면 라이브에 잡히는데도 불쾌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데, 이 점이 기성 정치인하고는 다른 스타일이라 지지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최 : 이재명 후보는 유세가 끝나고 취재기자들과 이야기할 땐 굉장히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는데, 영상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좀 더 편하고 친근하게 대해서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박 : 이재명 후보를 경선 때부터 취재했는데, 이런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후보도 점점 성공적으로 자신을 발전시켜 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이미지 메이킹도 다양하게 시도했는데, 머리색을 예로들면 처음엔 흰색이었다가 후보가 된 뒤엔 검정색으로 바꼈고 선거운동 중간에 회색으로 바뀌는 등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잘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경선에서 이겨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을 때만해도 현장에서 느낀 이 후보는 ‘샤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지율이 올라가고 현장에서 대중들이 보내주는 피드백을 받으면서, 윤 후보처럼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아니어도 올라와서 손 흔들고 유세 현장을 누비는 모습이 마치 록스타와 같았습니다.  한 인물의 성장드라마를 보듯이, 한 명의 정치인이 대중의 지지를 받은 대선후보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문 : 시장에 가면 안철수 후보는 걸음걸이가 굉장히 느립니다. 상인들의 가게에 방문해 떡을 사먹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 기다리고 있으면 30분이 지나도 안 옵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걸음걸이가 경쾌하고 빨라서 취재하는 우리가 천천히 가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두 후보 사이를 오가며 선거운동을 취재하고, 두 후보의 면모를 알아가는 것은 바쁜 선거취재의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장 : 시장취재 이야기가 나와서인데, 과거 선거에서도 시장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후보 입장에선 유권자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서는 선거운동이 될 수 있겠지만, 뉴스 가치는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언론도 다음 대선 때는 뉴스 가치에 경중을 두고 취재하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일일이 시장유세를 커버하긴 하지만, 이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봅니다.

 나 : 각자 생각하는 선거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 순간이나 승패를 가른 장면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장 : 지난 3월 3일 새벽 3시쯤 단일화 속보가 떠서 아침 일찍 기자실로 달려왔습니다. 선거가 며칠 안 남은 시점에서 ‘윤-안 단일화’는 선거의 방향을 결정짓는 ‘터닝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후보가 격차를 많이 줄여오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단일화가 그 기세를 주춤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 : 단일화를 선언한 날이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기간’이었습니다. 분명히 정치적 타이밍을 꼼꼼히 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 : 초반에 지지율이 벌어져 있을 땐 윤석열 후보가 정책을 내놓고 하다가, 격차가 줄어드니 상대 후보와 현 정부를 비방하면서 초조함을 드러내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단일화 이후 후보의 발언 수위가 조절되기 시작했고, 여유를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선거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최 : 대중 유세현장에서 윤 후보가 청중에게 하는 말들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그래서인지 귀에 잘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같이 훌륭하고 역량 있는 정치인이 대중적 지지를 못 받고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대중을 향한 말의 명료함과 메시지의 정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재명 후보도 훌륭한 철학과 지식, 논리를 갖고 있었지만, 이런 면에선 밀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 이번 대선을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후보 검증이나 팩트 체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스스로를 평가해봤으면 합니다.

 장 : 유세 현장은 짜여 진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다 보니 후보들의 진면목이 드러나긴 어렵습니다. 현장기자인 영상기자 입장에서 볼 때 유권자들이 현장에 많이 모이는 것보다 그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정견과 정책에 대한 정보와 메시지를 주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스케치나 부가성 취재도 좋지만 후보의 공약을 더 알려주고, 메시지에 포커스를 맞춰서 보도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유권자가 후보 검증을 제대로 하려면 지금보다 TV토론 횟수가 늘어나야 하고, 군소 후보들에 대한 토론도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거대 정당이 모두 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유권자들이 당의 규모를 떠나 대선후보들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박 : 영상기자는 당장 쓰이지는 않더라도 언제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현장에 가면 꼼꼼하게 기록하고 취재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우리가 기록한 기록물의 내용과 분량에 비해 너무 많은 것들이 선거캠프 쪽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미지만 소비되고, 빠르게 사라지는 콘텐츠로 전락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보도가 질적으로, 또 가치중립적으로 완성도 있게 나가기 위해 영상기자를 비롯해 취재기자와 데스크들도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나 : 지난 3월 ‘이달의영상기자상’ 심사에서 ‘대선기간 중에 취재, 보도한 작품이 전혀 출품 되지 않아 놀랐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좀 더 다양한 영상보도와 프로그램이 나오지 못한 것은 현재의 뉴스제작 시스템, 취재보도 환경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 : 대선이라는 이벤트는 엄청 큰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때문에 방역 지침을 준수하려면 전체 취재 인원이 제한이 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취재 결과물을 공유하는 ‘풀(pool) 취재 시스템’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풀 시스템을 활용하면 방송사별로 단독으로 취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각사가 내보내는 영상이 거의 복제 수준으로 똑같아집니다. 저는 이것이 이번 대선기간 중 주목할 만한 영상취재 보도물이 많이 없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나 : 시청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이벤트를 따라가지 않고 그런 것을 분석하고 다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뉴스보도나 기획을 원합니다.

 박 : 대선기간 중 어느 방송사에서 한 후보 쪽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고 제안을 했는데 경호 문제, 다른 미디어와의 형평성, 팬데믹 상황에서 후보를 밀착취재 하는 것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거취재에서 철저하게 통제된 인원, 철저하게 약속된 협업이 아니면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여지가 없습니다. 타사들도 여러 기획을 했을 텐데 팬데믹이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원천적으로 접근조차 잘 안 됐고, 추가적 콘텐츠 생산 기회가 박탈됐습니다.

 최 : 처음엔 KBS, MBC, SBS, YTN 등이 서로 겹치지 않게 기획물을 제작할 거라고 협의를 했는데, 현장에 가면 막상 제작팀이 안 보입니다.

 나 : 예전 대선의 경우를 보면, 영상기자들이 정규보도 외에 영상저널리즘적 접근으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보도를 보여주곤 했는데, 이번 대선은 그런 보도들이 나오지 않아 아쉽습니다. 물론 업무강도나 변화한 취재환경을 고려해야겠지만요. 

 장 :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앞으로는 선거취재 현장에서 출입영상기자가 기획된 콘텐츠를 생산하기는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데이터를 갖고 방송사 안에서 기획을 하고 기존 취재물을 재가공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특히 국회같이 매일매일 발생하는 뉴스가 넘쳐나고 풀취재로 돌아가는 특수한 환경에서 새로운 영상기획과 제작을 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박 : 취재된 영상을 재가공하는 것은 기획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이트를 커버하는 취재팀과 기획을 고민하는 취재팀이 함께 협업을 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활성화되는 게 필요합니다. 특히 취재가 제한되고 영상이 매일 비슷할 수밖에 없는 대선취재 환경에선 이런 협업이 기획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나 : 마지막으로 앞으로 대선을 비롯한 선거 취재·보도에 있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 : 다음 대선 때 국회 풀단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걸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엔 편성 시간이 조금씩 다른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온라인 때문에 종일 편성에 가깝도록 하다 보니 각 풀러 간의 입장이 다르고 이견이 발생합니다. 협회 차원에서 선거 기간에 어떻게 풀 운영을 할 것인지 토론해 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총선은 쉽지 않겠지만, 다음 대선 때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문 : 소수정당에 대한 선거보도 비중이 적은 것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보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을 때나, 국민의당에서 유세 차량 사고가 있었을 때 같이 큰 사건이나 사고가 있어야만 소수정당이 주목받습니다. 그렇다 보니 취재현장에서 ‘이게 과연 보도가 될까?’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수정당 후보들의 선거운동과 정책을 소개하는 보도가 좀 더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 : 뉴스편집회의에 들어가 보면 ‘시청자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 있을까?’하는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기자들의 입장에서 기사 가치를 정하다 보니, 기자들의 관심사 위주로 아이템이 선정되고 리포트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균형잡힌 시각을 가진 데스크나 부장들이 이런 부분을 잡아주지 않는 이상 이런 관행은 되풀이될 것입니다. 한 리포트에 여야 후보를 보도할 경우 비슷한 분량을 다룬다는 기준이 있는데, 소수정당도 의무적으로 리포트를 하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기간 작은 정당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비전, 후보의 활동을 시청자와 유권자들이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 이번 대선은 다른 대선에 비해 취재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영상을 업로드하는 업로더(uploaders), 유튜버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통신 환경이 발달하면서 장비를 카메라에 연결해 송출시켜 온라인에 방송되고, 내가 찍고 있는 게 실시간으로 휴대폰으로 모니터되다 보니 취재보다는 중계 카메라맨 같은 느낌이 컸습니다. 

 나 : 영상 저널리스트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는 얘기인가요.

 박 :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영상기자로서의 직무와 가치가 있는데, 이것이 바뀌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영상기자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기술이 달라집니다. 기술이 우리 마음대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되고, 극단적으로는 ‘당신들의 정체성은 뭐냐’는 질문에 봉착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장 : 이번에도 저널리즘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은 다 세워놓고 취재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현실적으로 변화된 환경이 훨씬 더 크게 체감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협회 차원에서 현장의 변화와 영상저널리즘의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박 : 대선 영상취재의 기본이 된 기계적 풀(pool)이 아니라 채널 성격에 맞는 플랫폼이나 운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채널 성격이나 이벤트에 따라 풀참여사의 변화를 두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운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 : 풀 운영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하반기에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위해 분과를 꾸릴 예정인데, 이런 내용도 포함해서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길고 힘든 대선레이스를 기록하고 보도하느라 여러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진행=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정리=안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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