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서 방송 및 카메라기자의 역할

by TVNEWS posted Jan 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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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럼>


실체와 이미지:


남북정상회담에서 방송 및 카메라기자의 역할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대부분의 친척이 이북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가을만 되면 북녘소식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우리 가족은 지난 9월 1박2일 일정으로 금강산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아프리카 오지를 포함한 세계 여러 곳을 다녀보았지만, 그중에서도 금강산 여행을 위한 ‘입국절차’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까다롭고 황량해 보였다.  북한 입국을 축하라도 하는 듯,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만약 입국증을 구기거나 훼손시키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현대개발 측에서 파견한 남측 안내원들은 열심히 입국증 보관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약 20대의 관광버스가 거대한 군단을 이루며 서서히 남한 측 군사경계선을 지나 비무장 지대로 진입할 때, 차창 밖의 풍경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분단의 세월을 뛰어넘는 듯 한 묘한 감정이 교차되었다. 60년 가까이 사람의 흔적이 미치지 않는 비무장 지대를 지나치면서 자연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그어놓은 분단의 선이 참으로 허망하기에 앞서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다수 남한에 사는 국민을 포함한 세계의 시청자들은 이처럼 직접적으로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 북한 땅을 밟는 경험보다, 영상 이미지를 통해 랜드 마크와 같은 큰 사건을 보고 느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지난 2000년 6월에 있었던 ‘6.15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육로를 통하여 평양을 방문하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7년 전 비행기로 북한을 ‘신속’하게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육로를 택하여 남북화해를 향한 더 많은 ‘느림’의 이벤트를 연출했다고 볼 수 있다.  2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하여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촉진하고 남북경협과 관광 등 여러 방면에 걸친 교류와 협력을 구체화시킴으로, 그간 국민들 사이에 깊게 뿌리내린 냉전적 대결의식을 완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60여 년간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이면서도 의식적으로 동떨어진 민족 간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조성에 일등공신은 방송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생중계되는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은 직접경험에 견줄만한 새로운 북한의 실상을 엿볼 수 있었다. 60년 가까운 분단의 세월을 보내면서 우리국민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像)는 실제에 바탕을 둔 포괄적인 정보라기보다는, 통치자의 이데올로기를 통하여 한번 걸러진 부분적인 정보에 의해 왜곡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에서 국민들 간의 자유로운 왕래나 편지교환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현실에서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전달되는 북한의 부분적인 모습이 ‘가장 가깝고도 먼’ 북한의 모습을 허구적으로 ‘상상’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2차례에 걸쳐 생방송으로 중계된 남북 정상회담 보도를 통해서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의 실상을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북한 측의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는 하였지만, 우리 시각에서 과거의 냉전적 사고를 탈피하여 실제 북한의 지도자, 사회의 모습, 주민들의 삶 등을 보여주고자 노력하였다는데 방송사적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이러한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그간 통제되거나 가공된 정보에 의해 형성된 북한사회의 이미지와 생방송이나 카메라기자들의 보도를 통해 보여주는 실체의 차이로 시청자들은 ‘이미지 충격’(image shock)을 경험하게 되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생방송을 통해 전달된 가장 큰 이미지 충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간 우리 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해서 ‘악의 축’의 중심으로 ‘뿔 달린 괴물’로 묘사해 왔다. 정책적이고 리더로서의 이미지 보다는 ‘태자당(太子黨)’에 속한 귀공자로서 괴팍하고 비정상적인 측면을 강조해 왔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체재유지를 위해 갖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마와 같이 표현되었던 이미지는 생중계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 남을 배려하는 매너 있는 태도, 거침없는 발언과 농담을 통한 유연하고 화기애애한 인간적인 면모를 방송을 통해 보여주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비무장지대의 노란색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을 생중계하고, 육로를 통해 평양을 향한 차속에서 보는 북한사회와 체류 연장을 요청한 예상치 못한 김정일 위원장의 파격적인 행보는 북한에 대한 민족적 동질감을 느끼며 그 사회를 정확하게 인지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이러한 생생한 이미지가 그 자체로서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영상이나 의미 이상의 확대해석은 또 다른 이미지 왜곡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7년 전에 비해서 전송기술이나 기사 배포와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괄목상대할 만큼 발전하였지만, 취재 접근이나 지원과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별로 발전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대화에서 방송과 카메라 기자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7년 전보다 더욱 엄격하게 북한 측의 현장취재 통제로 생방송 뉴스 전달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였고, 북한 측의 ‘세련된’ 취재 통제로 영상 팀의 촬영만 허용되고 방송기자의 리포트가 없는 상태에서 영상만이 서울로 송출된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10월 중순에는 금강산에 이산가족 상봉소가 문을 연다고 한다. 이 또한 새로운 남북교류를 위한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영상적인 측면에서 향후 빈번하게 발생할 남북보도에 대한 매뉴얼을 작성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그러나 실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과 같은 사실적 영상을 제공하기 위한 카메라기자와 방송계의 부단한 노력과 매뉴얼 제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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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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