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63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동남아 순회특파원을 다녀와서>

지난 6개월이 나에게 준 것들

 지난 해 9월 MBC순회특파원제도의 첫 바통이 나에게 건네졌다. 타사의 아이템 중심의 순회특파원제도와 달리 해외의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한 곳에 거점을 두고 주변국가들을 취재하는 우리 회사의 순회특파원제도는 나의 첫 발걸음부터 무겁게 만들었다.

 ‘내가 만들어내는 첫 번째 결과물들이 이 제도의 유지와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주시할 거라.’는 생각. 그것 때문에 작년 9월 싱가포르로 떠나는 비행기의 좌석은 너무나 불편했다.

 그러나, 이런 부담과 우리 부문구성원들의 많은 관심 덕분에 좀 더 진지하게 6개월을 생활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큰 과오 없이, 후텁지근한 열대의 뜨거운 하늘을 뒤로하고,  봄기운의 상쾌함을 느끼며 다시 서울의 취재현장에서 가벼운 발걸음을 떼어 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서울을 떠나며 함께 가는 취재기자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만드는 동남아뉴스는 지금까지 TV에서 보아왔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는 가난하고 낯선 나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또 우리와 많은 관련이 있는 동남아 나라들의 현실들을 제대로 알려주는 뉴스로 만들어 봅시다!’

 그래서 순회특파원 기간 동안 ‘놀라운 세상’식의 볼거리성 뉴스보다는 동남아 국가들이 이뤄내고 있는 빠른 정치경제적 발전과 사회 변화,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도 자기 문화를 지켜 나가는 동남아시아적 독자성이 갖는 한국과의 연관성들을 우리 뉴스에 소개해 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또, 나에게는 1997년 IMF사태 이후 경제적 이유로 많은 방송사들이 영상기자특파원을 대폭 감축했고, 이후로 복원이나 신설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 되고 있는데, 과연, 영상기자특파원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율성이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를 내 스스로 경험하고, 실증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조금은 피곤한 길을 택했다. 최근 많은 특파원의 취재물들이 현지방송사의 방송화면을 그대로 카피해 기자의 크레딧화면 (스텐드 업)만을 삽입해 리포트하는 방식을 아예 배제하고 힘들어도 비행기에 몸을 싣고, 10여 시간 걸리는 비포장도로의 차량여행도 감수하며 현장을 직접 취재해 나갔다.

 그 결과, 급한 속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서울에서 외신화면을 사용한 한 두 번의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가 제작한 리포트 중 중 거의 100% 가까운 영상이 한국 기자의 시각으로 내 자신이 현장에서, 영상취재한 화면으로 채워졌다.  또, 메인뉴스에서부터 아침뉴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아이템을 직접 영상편집하고 인터넷으로 송출했다.

 이런 제작 방식에 속도가 붙으면서, 지난 6개월 동안 동남아시아의 여러 지역을 돌며 취재, 제작한 아이템을 따져 보니 60여개에 이르렀다. 전체 기간을 따져 보면, 3일에 한 개씩 리포트를 제작해 송출, 방송한 것 인데, 동남아지역의 교통사정과 취재사정을 감안해 보아도, 이 리포트의 숫자는 동일한 지역을 취재권역으로 하는 타사 특파원들의 리포트 숫자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고 리포트 품질에 대한 평가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순회특파원기간 중 발생한 몇 건의 사건사고도 현지 카메라맨을 고용해 뉴스를 제작하는 타사의 특파원들 보다 좀 더 빨리 대응하고, 우리 방송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현장의 영상을 갖고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취재, 보도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도 해보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6개월을 돌아보았을 때, 내가 얻은 또 하나의 소중한 성과는 내가 속한 보도영상부문과 영상기자들의 현실과 미래를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따져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뉴스현장에서 다양한 현실들과 마주칠 때마다, 외신화면을 그대로 카피한 화면과 방송사고에 가까운 영상과 오디오가 방송되어도 보도영상분야의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조직적인 모니터와 공식적 비판의 피드백이 없는 영상기자들의 현실이 눈앞에 떠올랐다.

 편집기 앞에 앉아, 버튼을 누를 때마다, 편집의 어려움을 새삼 느끼며, 어느 순간부터 영상편집을 회피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이제는 날아갈 능력을 상실한 거리의 비둘기와 오버랩 되어 머릿속을 빙빙 맴돌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 부문의 선후배들이 노력해 구축한 인터넷 송출 시스템을 사용해  인터넷송출을 할 때 마다, 20만원하는 작은 영상전환장치 하나가 노트북과 연결되어  인터넷선을 통하면 전 세계 하늘을 돌고 있는 수백억짜리 위성들의 엄청난 위력을 대체하고 10분에 몇 백반원이나 하는 송출요금을 절감하는 놀라운 현실을 목격했다. 하지만, 이 결과물들이 과연, 우리부문에서 어떻게 축적되고 있고, 알려지고 있으며, 영상기자와 보도영상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지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들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제 현실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도 뉴스의 공정성과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직업군 개개인의 경제적, 경영적 효율성과 이익을 높이기 위해 뉴스의 마지막 제작단계까지 영상기자들이 좀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도록 요구할 것이다. 또, 자기 혁신의 구체적 증거와 결과물들을 제시할 것도 요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비판과 자기혁신에 소홀하고,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들의 축적을 통해 사람들이 영상기자의 경제, 경영적 효율성과 가치를 공감할 수 있는 실증에 실패한다면, 우리 영상기자들이 수시로 자신의 회사와 협회보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보도영상의 독립성, 인원증원이나 특파원의 신설 등의 주장들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큰 스트레스이자 공허한 집단이기주의로 보여 질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많은 방송사들에서 순회특파원이나 영상기자특파원의 신설, 증원을 위해 많은 노력들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물들이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나 조직 이기주의를 해소하는 출구가 되어 버리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꾸준한 자기 혁신과 자기 평가가 철저하게 이뤄져야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영상기자의 도약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축적물과 결과물들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나준영 / MBC 탐사스포츠영상팀 차장


  1. No Image

    <줌인> "카메라기자의 눈, 더욱 날카롭게 빛나야 할 때"

    “카메라기자의 눈, 더욱 날카롭게 빛나야 할 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 두 계절이 미처 지나가지도 않은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통령 최측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 지상파 및 보도·종합편성 채널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입법...
    Date2008.09.01 Views5630
    Read More
  2. KBS 온새미에 대해 아시나요?

    ‘KBS 온새미’에 대해 아시나요? "뉴미디어 방송환경에서 영상기자만의 독자적 방송서비스 모델개발의 계기됐으면" 지난 5일, 여의도에서 ‘KBS 온새미’를 기획한 KBS 영상취재팀 박진경 기자를 만났다. ‘KBS 온새미’는 ‘KBS 뉴스’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Date2008.08.30 Views5524
    Read More
  3. No Image

    당신의 '야근' 어떠십니까?

    당신의 ‘야근’… 어떠십니까? 응답자의 85% 야근 후 체력적 부담 느껴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전광선)는 최근 촛불 집회 등으로 야간 취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카메라기자들의 야근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
    Date2008.08.23 Views5301
    Read More
  4. No Image

    <줌인> 촛불 정국에서 살아남기

    촛불정국에서 살아남기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1인 미디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현장을 생중계해서 기성 언론이 받쳐주지 못하는 현장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속보성과 현장성에서 기성 언론을 압도해서 많은 관심을...
    Date2008.08.22 Views5535
    Read More
  5. 집회 취재 - 이것이 한국 카메라기자의 진면목이다!

    집회 취재 - 이것이 한국 카메라기자의 진면목이다! 서울에 부임한지 3년, 한국에 있으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 집회 현장에 취재를 가게 된다. 2005년 11월, 부산 APEC 때 있었던 집회 취재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BEXCO를 향해 행진하는 수 만 명의 사람...
    Date2008.08.22 Views5842
    Read More
  6. 시청은 뜨거운 사랑의 불길에 빠져 있다

    시청은 뜨거운 사랑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네크라소프 시청은 뜨거운 사랑의 불길로 휩싸여 있다. 국민이 나라를 너무나 사랑한다. 국민이 그들의 가족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연일 세레나...
    Date2008.08.20 Views5788
    Read More
  7. 2008 베이징 올림픽 준비 끝났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준비 끝났다 “베이징 올림픽 준비 이상무” 중국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준비 완료를 선언했다고 올림픽을 40일 앞둔 지난달 29일 중국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하루전날인 28일, ‘냐오차오’(새둥지)로 불리는 올림픽 주경기장...
    Date2008.08.20 Views8217
    Read More
  8. No Image

    <줌인> 역사를 기록하는 자의 숙명

    역사를 기록하는 자의 숙명 미국산 수입 소고기 문제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촛불집회가 밤늦게까지 진행되고 72시간 연속 집회까지 이어지면서 카메라기자들은 육체적으로 한계에 달했지만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
    Date2008.07.14 Views5954
    Read More
  9. No Image

    카메라기자 최고의 권위의 상 "한국방송카메라기자대상"

    우리나라에는 방송인들의 사기진작과 우수 프로그램에 대한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방송사, 협회, 시청자단체 등에서 주관하는 방송관련 상들이 많이 있다. 카메라기자가 수상 할 수 있는 방송관련 상들의 심사기준과 출품요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Date2008.07.14 Views5836
    Read More
  10. 제가 거짓말쟁이 기자라고요?

    제가 거짓말쟁이 기자라고요? 제2, 제3의 마녀 사냥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며 한 네티즌이 자신이 목격한 현장이라며 ‘아고라’에 글과 사진을 올린 후, 지난 6월 1일 새벽 집회 당시 전의경의 집단 폭행으로 20대 여성이 숨졌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
    Date2008.07.14 Views5982
    Read More
  11. “디지털이 바꿔 놓은 뉴스취재의 기록 ”

    “디지털이 바꿔 놓은 뉴스취재의 기록 ” 1. ‘디지털 뉴스 핸드북’은 어떤 책인가? 구지 정의하자면 ‘취재메뉴얼’이자 ‘디지털 길잡이’ 쯤 되겠다. 그렇다고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하시지는 말기를. 이 책 안에는 ‘디지털 방송 환경’에서 뉴스 제작에 필요한 딱...
    Date2008.07.04 Views5752
    Read More
  12.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인터뷰 주자는 YTN 부산지국 전재영 차장이다. 전 차장은 거리상의 문제와 더불어 개인적인 사정(둘째 아이 출산 임박)으로 서면 인터뷰를 청해왔다. 이번 인터뷰는 메일로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는 식으...
    Date2008.07.04 Views6236
    Read More
  13. 카메라기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자 특혜

    카메라기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자 특혜 팔이 저리고,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스르르 눈이 떠지고 잠에서 깨며 눈앞에 펼쳐져 있는 책을 본 후에야 여기가 도서관인 것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점심 먹고 또 졸았네… 어제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중...
    Date2008.07.04 Views6002
    Read More
  14. <줌인> 취재 시 안전사고 예방할 수 있다

    취재 시 안전사고 예방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취재하던 일간지 사진기자가 환영, 반대 시위대간의 충돌도중 날아온 각목에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이 있었다. 집회나 시위도중 폭력사태가 일어나...
    Date2008.06.26 Views6050
    Read More
  15. 삼성특검을 계기로 본 포토라인, "협력과 신뢰가 중요"

    삼성특검을 계기로 본 포토라인 단상(短想) “각 기자들 간의 협력과 신뢰가 중요해” 긴 시간 삼성특검을 취재하면서 지루하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막상 끝내고 글을 쓰려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단조로운 일상도 있었고 하루가 힘들 정도로 격렬한 날도 있어...
    Date2008.06.26 Views6226
    Read More
  16. No Image

    대전MBC 카메라취재부가 기술국 영상제작부로 통합되는 어이없는 일이

    “안정적이고 떳떳하게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대전MBC 카메라취재부, 기술국 영상제작부로 통합되는 어이없는 일이 부에 대한 욕망과 본능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과 총선의 결과가 신자유주의자들의 압승으로 나타났고, 그로인해 노동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
    Date2008.06.26 Views10314
    Read More
  17. 기대와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을 겪고 나서

    제목 없음 기대와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을 겪고 나서 첫날! 너무도 힘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게 없으니 아무것도 안보이고 답답하고 스스로 한심한 생각만 들었다. 내용을 모르니 재미도 없고, 컨벤션 센터는 너무 넓어 다리만 아프고… 괜히 Sony랑...
    Date2008.06.26 Views5863
    Read More
  18. 건강한 사회인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집에 일찍 좀 오렴

    자랑스러운 내 딸, 카메라기자 오 령 “건강한 사회인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집에 일찍 좀 오렴” 꽃샘추위가 바로 얼마 전에 지나간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화사한 꽃들이 앞 다투어 피기 시작한지도 오래구나. 벌써 때 이른 무더위에 여름이 머지않은 듯 한...
    Date2008.06.25 Views6078
    Read More
  19. 새내기 아내의 눈으로 바라본 내 남편, 카메라기자

    새내기 아내의 눈으로 바라본 내 남편, 카메라기자 솔직히 생소했다. ‘카메라기자’라는 이름! 결혼한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나로서는 방송국의 카메라기자 아내로서의 느낌을 말하기가 여러모로 부족하다. 사실 방송 뉴스조차 매일 모니터해주지 못하고 있...
    Date2008.06.25 Views5758
    Read More
  20. <인터뷰>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OBS 경인TV 영상취재팀 유병철"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 “차근차근 보답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처음 원고제의를 받았을 때는 이런 저런 이유로 적잖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참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쓰지 않던 편지 형식의 ...
    Date2008.06.25 Views674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