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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가정의 달 특집 - 카메라기자와 가족 Ⅳ>

친구, 영웅, 가족.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이름 - 아버지

 과거의 문화가 문자 중심의 문화였다면 현대에서는 이미지를 넘어선 영상이 거의 모든 문화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소설보다 영화나 드라마를 더 선호하고, 제품에 대한 긴 설명보다는 이미지로 구성된 광고 영상에 매혹된다. 특히 방송은 텔레비전이라는 대중매체를 매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에 더 의존하고, 또 그래서 영상은 방송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그 영상을 만드는 데는 영상을 계획하고 구성하는 사람과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 중에서 우리 아버지는 바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의 기억에서 아버지는 자신의 일을 매우 사랑하시는 분이었다. 언제나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는 분이었다. 카메라기자로서의 아버지는 여러 어려운 상황과 수없이 맞닥뜨리며 살아오셨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마 그 중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은 전쟁터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전쟁 현장과 같은 사건의 취재에 대해서는 국제적,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터라 깊은 인상을 받지 못하였다. 때문에 내가 어렸을 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아버지의 모습은 바로 공장의 화재 현장을 취재하고 난 뒤 온몸에 검은 재를 묻혀서 돌아온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모습을 보고나서야 나는 그 동안 아버지께서 단 한 편의 뉴스 영상을 위해 위험도 마다하지 않고 현장에 뛰어들며 일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이후로부터 나는 점차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 어떤 일인가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장소가 방송국이었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를 따라 방송국에 자주 드나들었고 방송국 안의 여러 군데를 볼 기회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아버지가 작업 중이시던 편집실이었다. 그 당시 아버지께서는 영국에 출장을 다녀오고 나서 계속 집에 늦게 들어오셨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에게 약간의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인지 막상 아버지가 일하시던 곳을 둘러보니 그 전에 가졌던 아버지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 이후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종종 생겼었는데, 그러면서 나는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사건 취재 이외에도 아버지께서는 카메라기자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하셨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내가 고등학생 일 때 데스크 영상을 제작하시던 모습이었다. 9시 뉴스가 끝난 뒤 비록 채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영상이었지만, 그 짧은 영상 안에는 이 전에 아버지께서 찍으시던 험난한 사건 현장이나 전쟁터가 아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장면들 - 자연 풍경은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아름다운 정 - 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뉴스가 끝난 후에 아버지가 찍으신 영상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또 자신이 만든 영상물이 하나 씩 늘어나는 것에 즐거워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아버지가 부럽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나의 생활이나 가치관 등 많은 것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마음이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오던 아버지의 모습들은 점차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변했고, 후에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나의 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지금의 우리 나도 아버지처럼 내가 만들어 낸 작품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아버지를 소재로 한 것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데서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늘 권위적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자상하기만 하고, 또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의 아버지이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는 그러한 아버지가 다른 가족들 - 특히 자녀 - 과의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감동을 자아낸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모습이 반드시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것과 같아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 때문에 행복하지만 때로는 가족 때문에 슬퍼지기도 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때로는 사회생활에 적응해나가는 것이 힘겨워 지기도하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지금의 삶에 적응해버린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이 오히려 우리의 아버지의 모습과 같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좋아한다. 우리에게 잘 대해 주시는 아버지가 좋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가 좋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좋다.

주희진 / 연세대학교 인문학부 1학년 (MBC 보도국 영상취재1팀 주원극 부장 장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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