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17 21:58

기자들도 쇼를 하라!

조회 수 685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기자들도 SHOW를 하라!

 4월 10일 낮 12시 50분. 점심 뒤 양치질을 할 틈도 없이 휴대전화가 울어댔다.

“SK텔레콤 본사에 차량 돌진! 빨리 가!”

 군대 무전만큼이나 간결한 지시를 받고 달려간 현장에는 보기에도 아까운 벤츠 승용차가 회전문에 박힌 채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관 그리고 SKT쪽 직원들에 의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현장 수습 작업이 우리에게 중계차를 불러 세팅할 시간을 주지 않을 것처럼 보였고, 회사에서는 다른 어떤 지시 대신 동영상 휴대전화 하나를 보내왔다. 그때부터 나의 신분이 취재기자임과 동시에 중계 감독 겸 중계 카메라맨 그리고 사운드맨이 됐다.

 동영상 휴대전화로 현장 분위기를 가장 잘 잡을 수 있는 위치 선정부터가 우선.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부분만 보여줄 수 있는 동영상 휴대전화 화면으로 가장 현실감 있는 화면을 잡을 수 있는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송수신 상태 체크. 아무리 급한 상황의 생중계라지만 회사 안의 뉴스 부조와 연결해서 화질과 오디오 상태를 점검하며 미리 방송 부분을 맞춰봐야 가장 기초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점검 역시 필수다. 동영상 휴대전화와 부조의 연결이 끝나면 이번에는 오디오 전송을 위한 휴대전화까지 연결해야 방송 준비가 끝난다. 아직은 동영상 휴대전화를 통해서 화면과 오디오를 동시에 ON-AIR까지 시키기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동영상 휴대전화를 이용한 중계를 할 때는 사실상 전화기 두 대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방송 참여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나의 본연의 업무인 취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한다. 누가, 언제, 왜 이런 사고를 치게 됐는지를 알아야 떠들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원고는 없다. 전화기 두 대를 들고 있으려면 원고를 줘도 볼 수 없다. 이쯤 되면 동영상 휴대전화와 방송의 만남이 약간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긴 한숨과 함께 땀나는 생방송을 끝내고 나면 내가 한 쇼(SHOW)를 돌아본다. 아직은 중계차량을 동원한 생방송 참여가 가장 보편적인 방송 현실. 하지만 동영상 휴대전화는 뉴스 중계라는 부분에 있어서 비용과 장비, 인력의 제한을 단숨에 뛰어넘는 획기적인 장비임에 틀림없다. 취재기자 한명과 동영상 휴대전화 한 대만 현장에 있으면 (물론, SNG와 같은 중계 장비를 이용한 것과는 아직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기존의 전화 연결을 통한 방송 참여 방식을 훌쩍 뛰어넘게 됐으니까.

 획기적인 시도인 만큼 아직 보강, 개선돼야할 부분이 많다. 동영상의 화질이 아직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 카메라를 움직이게 되면 화질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정지화면 역시 CCTV보다는 낫지만 방송용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오디오 송출 역시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다. 지금은 오디오 전송을 위한 휴대전화 한 대를 더 연결해서 두 대를 가지고 방송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해 화면의 입모양과 실제 소리가 차이가 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야간에는 외부 조명 시설이 없는 한 현장을 보여줄 수 없는 치명적인 한계도 가지고 있다.

 아직은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동영상 휴대전화의 남발일 것이다. 통상적인 방송 화질과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현장 연결을 감행할 때는 분명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최대한 빨리 전해야하는 상황이어야 하고, 시청자들을 그 뉴스를 보고 그만큼 놀랄 것이다. 하지만 현장성만 강조해 남발하다보면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뭔가 큰일이 났나보다”하는 불안감을 주게 될 것이고 이러한 일이 잦아지면 나중에는 양치기 소년처럼 돼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홍선기 / YTN 보도국 사회팀 기자


  1. No Image

    <줌인> "카메라기자의 눈, 더욱 날카롭게 빛나야 할 때"

    “카메라기자의 눈, 더욱 날카롭게 빛나야 할 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 두 계절이 미처 지나가지도 않은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통령 최측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 지상파 및 보도·종합편성 채널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입법...
    Date2008.09.01 Views5630
    Read More
  2. KBS 온새미에 대해 아시나요?

    ‘KBS 온새미’에 대해 아시나요? "뉴미디어 방송환경에서 영상기자만의 독자적 방송서비스 모델개발의 계기됐으면" 지난 5일, 여의도에서 ‘KBS 온새미’를 기획한 KBS 영상취재팀 박진경 기자를 만났다. ‘KBS 온새미’는 ‘KBS 뉴스’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Date2008.08.30 Views5524
    Read More
  3. No Image

    당신의 '야근' 어떠십니까?

    당신의 ‘야근’… 어떠십니까? 응답자의 85% 야근 후 체력적 부담 느껴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전광선)는 최근 촛불 집회 등으로 야간 취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카메라기자들의 야근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
    Date2008.08.23 Views5301
    Read More
  4. No Image

    <줌인> 촛불 정국에서 살아남기

    촛불정국에서 살아남기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1인 미디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현장을 생중계해서 기성 언론이 받쳐주지 못하는 현장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속보성과 현장성에서 기성 언론을 압도해서 많은 관심을...
    Date2008.08.22 Views5535
    Read More
  5. 집회 취재 - 이것이 한국 카메라기자의 진면목이다!

    집회 취재 - 이것이 한국 카메라기자의 진면목이다! 서울에 부임한지 3년, 한국에 있으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 집회 현장에 취재를 가게 된다. 2005년 11월, 부산 APEC 때 있었던 집회 취재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BEXCO를 향해 행진하는 수 만 명의 사람...
    Date2008.08.22 Views5842
    Read More
  6. 시청은 뜨거운 사랑의 불길에 빠져 있다

    시청은 뜨거운 사랑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네크라소프 시청은 뜨거운 사랑의 불길로 휩싸여 있다. 국민이 나라를 너무나 사랑한다. 국민이 그들의 가족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연일 세레나...
    Date2008.08.20 Views5788
    Read More
  7. 2008 베이징 올림픽 준비 끝났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준비 끝났다 “베이징 올림픽 준비 이상무” 중국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준비 완료를 선언했다고 올림픽을 40일 앞둔 지난달 29일 중국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하루전날인 28일, ‘냐오차오’(새둥지)로 불리는 올림픽 주경기장...
    Date2008.08.20 Views8217
    Read More
  8. No Image

    <줌인> 역사를 기록하는 자의 숙명

    역사를 기록하는 자의 숙명 미국산 수입 소고기 문제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촛불집회가 밤늦게까지 진행되고 72시간 연속 집회까지 이어지면서 카메라기자들은 육체적으로 한계에 달했지만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
    Date2008.07.14 Views5954
    Read More
  9. No Image

    카메라기자 최고의 권위의 상 "한국방송카메라기자대상"

    우리나라에는 방송인들의 사기진작과 우수 프로그램에 대한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방송사, 협회, 시청자단체 등에서 주관하는 방송관련 상들이 많이 있다. 카메라기자가 수상 할 수 있는 방송관련 상들의 심사기준과 출품요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Date2008.07.14 Views5836
    Read More
  10. 제가 거짓말쟁이 기자라고요?

    제가 거짓말쟁이 기자라고요? 제2, 제3의 마녀 사냥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며 한 네티즌이 자신이 목격한 현장이라며 ‘아고라’에 글과 사진을 올린 후, 지난 6월 1일 새벽 집회 당시 전의경의 집단 폭행으로 20대 여성이 숨졌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
    Date2008.07.14 Views5982
    Read More
  11. “디지털이 바꿔 놓은 뉴스취재의 기록 ”

    “디지털이 바꿔 놓은 뉴스취재의 기록 ” 1. ‘디지털 뉴스 핸드북’은 어떤 책인가? 구지 정의하자면 ‘취재메뉴얼’이자 ‘디지털 길잡이’ 쯤 되겠다. 그렇다고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하시지는 말기를. 이 책 안에는 ‘디지털 방송 환경’에서 뉴스 제작에 필요한 딱...
    Date2008.07.04 Views5752
    Read More
  12.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인터뷰 주자는 YTN 부산지국 전재영 차장이다. 전 차장은 거리상의 문제와 더불어 개인적인 사정(둘째 아이 출산 임박)으로 서면 인터뷰를 청해왔다. 이번 인터뷰는 메일로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는 식으...
    Date2008.07.04 Views6236
    Read More
  13. 카메라기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자 특혜

    카메라기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자 특혜 팔이 저리고,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스르르 눈이 떠지고 잠에서 깨며 눈앞에 펼쳐져 있는 책을 본 후에야 여기가 도서관인 것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점심 먹고 또 졸았네… 어제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중...
    Date2008.07.04 Views6002
    Read More
  14. <줌인> 취재 시 안전사고 예방할 수 있다

    취재 시 안전사고 예방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취재하던 일간지 사진기자가 환영, 반대 시위대간의 충돌도중 날아온 각목에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이 있었다. 집회나 시위도중 폭력사태가 일어나...
    Date2008.06.26 Views6050
    Read More
  15. 삼성특검을 계기로 본 포토라인, "협력과 신뢰가 중요"

    삼성특검을 계기로 본 포토라인 단상(短想) “각 기자들 간의 협력과 신뢰가 중요해” 긴 시간 삼성특검을 취재하면서 지루하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막상 끝내고 글을 쓰려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단조로운 일상도 있었고 하루가 힘들 정도로 격렬한 날도 있어...
    Date2008.06.26 Views6226
    Read More
  16. No Image

    대전MBC 카메라취재부가 기술국 영상제작부로 통합되는 어이없는 일이

    “안정적이고 떳떳하게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대전MBC 카메라취재부, 기술국 영상제작부로 통합되는 어이없는 일이 부에 대한 욕망과 본능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과 총선의 결과가 신자유주의자들의 압승으로 나타났고, 그로인해 노동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
    Date2008.06.26 Views10314
    Read More
  17. 기대와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을 겪고 나서

    제목 없음 기대와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을 겪고 나서 첫날! 너무도 힘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게 없으니 아무것도 안보이고 답답하고 스스로 한심한 생각만 들었다. 내용을 모르니 재미도 없고, 컨벤션 센터는 너무 넓어 다리만 아프고… 괜히 Sony랑...
    Date2008.06.26 Views5863
    Read More
  18. 건강한 사회인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집에 일찍 좀 오렴

    자랑스러운 내 딸, 카메라기자 오 령 “건강한 사회인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집에 일찍 좀 오렴” 꽃샘추위가 바로 얼마 전에 지나간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화사한 꽃들이 앞 다투어 피기 시작한지도 오래구나. 벌써 때 이른 무더위에 여름이 머지않은 듯 한...
    Date2008.06.25 Views6078
    Read More
  19. 새내기 아내의 눈으로 바라본 내 남편, 카메라기자

    새내기 아내의 눈으로 바라본 내 남편, 카메라기자 솔직히 생소했다. ‘카메라기자’라는 이름! 결혼한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나로서는 방송국의 카메라기자 아내로서의 느낌을 말하기가 여러모로 부족하다. 사실 방송 뉴스조차 매일 모니터해주지 못하고 있...
    Date2008.06.25 Views5758
    Read More
  20. <인터뷰>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OBS 경인TV 영상취재팀 유병철"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 “차근차근 보답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처음 원고제의를 받았을 때는 이런 저런 이유로 적잖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참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쓰지 않던 편지 형식의 ...
    Date2008.06.25 Views674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