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MBC와 사랑할 시간

by 박주일 posted Feb 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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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07 신입카메라기자입니다>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혹독하게도 추운 겨울이었다. 뉴스에서는 백년만의 따뜻한 겨울이라고 연일 이상고온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합격자 발표를 초조히 기다리는 두 남자의 심정은 매일 매일이 혹한기였다. 그렇게 하루를 떨며 보내던 12월, “축하드립니다. 00일 신입사원 설명회에 나오세요”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며, 그렇게도 따뜻하다는 2006년의 겨울 날씨가 그제 서야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합격이었다.

 사실 MBC는 ‘뜨거움’빼면 남는 게 없는 조직이었다. 두 달여의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연수원을 나서며, 두 명의 신입 카메라기자는 그 열정의 실체를 직접 확인했음에 뿌듯해 했다. 연수원의 교육과정은 각자의 마음속에 빨간 상자 하나씩을 자연스레 품게 해 주었고, 그 상자 안에 MBC뉴스의 영상의 미래가 담겨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제 그 행복했던 시간들을 말해볼까 한다.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일 행복한 시기’라고 칭했던 연수원 교육기간은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선 우리에게는 40여명의 가족 같은 동기들이 있었다. 때로는 든든한 형처럼, 때로는 친근한 동생처럼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기에, 연수원 합숙생활은 끈끈한 동기애로 뭉쳐졌다. 방송은 협업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지금의 이 ‘동기사랑’이, 우리에게 큰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강사진 역시 감동받은 부분이다.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과 선배들의 강의는 방송에 대한 현실적 이해를 가능하게 했으며, 상해에서 진행된 미디어 교육 역시 글로벌 감각을 익히는데 충분했다. 물론 ‘해외’에 나간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우리는 광분(?)한 상태였다.

 비록 우리들이 연수원 생활을 만끽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맘이 편치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현업 배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수습’의 ‘수’자가 짐승 ‘수’자라는 선배들의 진담 같은 농담을 들으며, 우리는 서서히 짐승(?)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간 중간 들려오는 보도국의 살벌한 분위기에 대한 소문들은 우리의 마음을 더할 나위 없이 흉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낭설 아닌 낭설을 들으며, 우리는 보도국에 대한 환상이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평생 원해왔던 일이 결코 호락호락한 수준의 일은 아닐 것이 라는 일종의 자부심이, 우리에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군대마인드를 자연스레 만들어 낸 것이다. 때문에 연수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오히려 다른 직종의 동기들을 챙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우리를 두고 동기들은 ‘스트레스성 정신 착란’이라고 걱정했다.)

 천국 같던 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영상취재부에 첫 출근할 날, 우리는 우리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부서의 분위기에 여러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크게 놀란 것은 바로 너무나 친절하고 친근한 선배들의 면면이었다. ‘다들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할 것이다’는 걱정과는 달리 너무나 세세하게 우리들의 부서적응을 도와 주셨기에, 우리는 맘 편하게 새 둥지에 스스로를 깃들일 수 있었다. 아울러,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습교육이 있었기에, 딱딱하게만 보이던 ENG카메라를 점차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경찰서 스케치나 날씨 영상 등을 실습해보며, 뷰파인더 속에 존재하는 세상과 친근해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점심시간마다 이루어지는 ‘맛집 기행’이었다. 직장생활을 잠시나마 해보았던 우리는, 점심을 무엇으로 때울지를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던 터라, 매일매일 새로운 미각을 발견시켜주는 선배들과의 점심시간이 가장 큰 즐거움의 하나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을밀대’의 평양냉면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맛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렇듯 교육과 친교가 적절히 어울려지면서, 우리의 MBC생활은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겨우 일곱 번. 어색한 사원증을 목에 걸고 MBC에 출·퇴근한 숫자다. 아직은 너무나 낯설고 당황스러울 때도 많지만, 이 숫자가 칠십 번, 칠백 번이 될 쯤이면 우리는 당당하게 스스로를 카메라기자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4800만 국민의 시선을 그려준다는 자신감, 사실을 넘어 진실을 밝힌다는 사명감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이제 우리는 우리가 절실하게 사랑해야할 대상을 만났다. 두고 봐라. 정말 열렬히 사랑할 것이다.

박주일 / MBC 신입 카메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