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7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지워진 영상기자, 가려진 진실



사측이 원하는 ‘카메라’라는 존재


2012년 8월 17일 김재철 사장은 보도영상부문을 갈기갈기 해체했다. 경영진은 끊임없이 영상기자 직군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들에게 우리는 어긋난 존재였다. 방송 제작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아니 필요 없는 직군으로 규정했다.

2013년 당시 김장겸 보도국장은 뉴스화면이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로 영상기자 네임슈퍼를 화면에서 지웠다. 누가 뉴스를 촬영하는지가 중요치 않다는 명확한 메시지였다. 영상기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무명인이 되었다. 끊임없이 모멸감을 주며, 짤리지 않고 월급을 받는 것만도 감사할 것을 강요했다.

2012년 부문이 폐지된 지 정확히 5년이 지난 어느 날, 경영진들은 아예 영상기자들의 생사여탈권마저 손에 쥐고자 대규모 영상기자 경력채용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경영진이 원하는 ‘카메라’라는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유령’ 같은 존재. 이름이 없다. 속해 있는 조직이 있어도 그곳에서 주변인이다.

왜 취재하는지 묻지 않고 촬영하는 기자. 찍으라는 대로 찍고 궁금해 하지 말고. 가능한 편집도 하지 말고. 묻지 않는 영상의 폐해는 심각했다.

세월호 관련 정부 규탄집회 리포트 편집과정에서 ‘박근혜OUT’ 같은 이름이나 사진, 피켓 화면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공공연히 이뤄졌다.

날씨 중계에서마저 세월호 관련 내부지침이 내려졌다. 광화문에서 날씨 중계가 있을 때마다 세월호 천막, 현수막이 화면에 보이지 않게 하라는 지시가 아침뉴스편집부를 통해 중계피디에게 전달됐다. 설치된 중계카메라를 억지로 틀어서 방송하는 일들이 뉴스 중계현장에서 버젓이 일어났다.

백남기 씨 사망사건 초기, MBC뉴스는 민중총궐기 관련 리포트를 연일 보도하면서 정작 백남기 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현장 그림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야근자가 수소문한 끝에 영상을 확보했음에도, 장기간 핵심 영상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를 직업적 사명으로 갖고 있는 듯 한 여기자까지 등장했다. 8월 13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 ‘전쟁위기설, 전망은?’ 아이템에서, 우리는 인터뷰이보다 화면에 더 많이 등장하는 기자를 볼 수 있었다.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기자의 질문 장면, 본인이 전문가인지 인터뷰어인지 헷갈릴 정도의 영상편집. 가능한 모든 영상테크닉을 동원해 자신의 모습을 화면에 가득 채운 리포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기사보다 기자 자신을 빛내기에 집중하는 아이템이 나가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보도영상!


컨트롤 타워의 부재


컨트롤 타워 공백이 생기면서 업무의 중복이 빈번히 발생했다. 부서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부서 간 취재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서울모터쇼’ 컨셉트카 관련 취재에 경제부 영상기자, 일산 주재 사회부 영상기자, 울산MBC 영상기자 그리고 자회사 6mm 취재진이 같은 취재현장에 몰리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졌다. <KBO, 경찰청의 MOU>, <철도노조 탄압중단촉구 기자회견>, <최저임금 관련 양대 노총 기자회견>, <의료민영화 반대 서울대병원 파업> 등 그 예는 무수히 많다.

효율적 인력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업무량에 따라 부서별 인력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손을 놓고 있는 부서가 있는 반면, 어떤 부서는 취재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인력수급에 대한 문제는 아직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처럼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정년퇴직 등 떠나가는 영상기자들이 늘어나지만 정작 신입사원의 충원은 전무한 상태다. 영상기자 수가 점점 줄어들어 청와대, 국회, 국방부, 검찰 등 주요 출입처에서 공동취재에 필요한 인력을 빼면 사안·사건별로 발생하는 풀(공동취재)단을 꾸리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영상낙종의 빈도가 높아지며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흘러간 5년.... 채증의 현장


경영진의 계속되는 학대 속에서 영상기자회 구성원의 삶은 조각조각 산산이 부서졌다. 셋방살이에 주인 눈치를 보듯 살아야 했다.

전문성 없는 취재인력을 비난하거나 MBC보도영상의 질적 하락을 고민하기보다, 삶의 질과 자존감 저하를 먼저 고민해야 했다. 더 이상 기자의 삶을 살 수 없고 ‘카메라’라는 도구적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껴지는 자괴감과 절망을 감당해야 했다.

기자 개개인이 자신에 삶을 부끄럽게 느껴서인지 연대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끊어야 했다. 그나마 주어진 현실에 자신을 구겨 넣어 적응한 시기도 잠시였다. 치욕의 하한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경영진은 ‘유령’으로 살아가는 영상기자에게 최소한의 양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사내 집회현장에서 공정방송을 외치는 동료들을, 영상취재지시로 교묘히 이름 붙여 채증하도록 요구했다.

2017년 6월 30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MBC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는 동안 근로감독관과 근로감독관실을 출입하는 이들의 동태를 하나도 빠짐없이 촬영할 것을 요구했다. 7월 5일, 불법 채증에 대한 노동조합의 항의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근로감독관실 촬영지시는 중단되었다.

수치심과 죄의식에 상처받은 영혼은 조각난 유리잔과 같다. 금이 간 이후에는 다시 온전한 존재로 돌아올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난 10년간 눈앞에서 MBC뉴스가 철저히 망가져가는 과정을, 우리는 손 놓고 지켜봐야만 했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동안 우리는 청춘을 흘려보냈고 처절한 아픔과 쓰디쓴 좌절을 맛봐야 했다.

공정성, 신뢰도, 시청률 등 모든 방송지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모들 당했다. ‘엠빙신’으로 조롱당하며, 가장 먼저 퇴출되어야 할 언론사로 지목받는 씻을 수 없는 모욕도 견뎌야 했다.


MBC 파업 시위 권혁용.jpg




하지만 우리는 이 긴 싸움을 통해 더 단단해졌다. 힘차게 돌입한 이번 파업을 통해, 10년간의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낼 것이다. 새로운 MBC를 만들 것이다. 정권이 바뀌는 것과 무관하게, 흔들림 없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으로 MBC를 탈바꿈 시킬 것이다. 공정방송 MBC를 재건하는 것이 우리의 정명이다.


손재일 / MBC


  1. 남북정상회담 취재준비에 분주한 방송사

     남북정상회담 취재준비에 분주한 방송사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와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남북정상회담 주관통신 지원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에서부터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 아리랑국제방송 이승열 사장,연...
    Date2018.05.04 Views407
    Read More
  2.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이하며...우리에게 남은 숙제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이하며...우리에게 남은 숙제 ▲사진제공: 한국사진기자협회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45분 취재 회의가 끝날 무렵 회의실에 뉴스속보 하나가 전달됐다. “서해바다 진도 해상 여객선 좌초” 곧바로 보도국 기자들은 하나같이 휴대폰을 ...
    Date2018.05.04 Views378
    Read More
  3.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30주년 기념식, 카메라기자상 시상식 열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30주년 기념식, 카메라기자상 시상식 열려 지난 2월 22일 서울 마포구 스텐포드호텔에서 제30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 협회 창립30주년 기념식과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
    Date2018.03.15 Views742
    Read More
  4. (줌인) 영상저널리즘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영상저널리즘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2013년 5월 미국에서 8번째로 큰 신문사인 ‘시카고선 타임즈(The Chicago Sun Times)’는 퓰리처 상을 탄 베타랑 존 화이트(John H. White)를 포함한 28명의 정규직 사진기자들을 해고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들을 고용해서 ...
    Date2018.03.15 Views616
    Read More
  5. KBS 이사회, 고대영 사장에 대한 본격 해임절차

    KBS 이사회 해임제청안 상정 지난 10일 KBS 이사회는 서울 여의도 KBS에서 비공개 임시 이사회를 열고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이사회에 공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129일 동안 지속된 파업을 끝내고 공영방송 정상화가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
    Date2018.01.12 Views407
    Read More
  6. 더불어 사는 '살기 좋은 공간' - 스마트 시티 <下>

    ‘함께 살아가는 방법’ 그러면 이런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C 씨, 그의 옆집에 사는 아저씨를 그 동네에선 ‘오꾸빠(Okupa, 영어의 Occupy)’라고 부른다. 오꾸빠는 2008년 금융위기 ...
    Date2018.01.12 Views411
    Read More
  7.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 30주년

    카메라기자의 권익과 영상 발전을 위해 노력한 30년 지난 11월 7일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권력의 탄압과 언론자유를 수호하는데 앞장서 온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1987년 11월 7일 프레스...
    Date2018.01.10 Views541
    Read More
  8.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광주시의회와 '한츠페터상 제정 논의'

    광주시의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제안에 검토 입장 지난 12월 7일 한원상 회장이 광주시의회를 방문해서 이은방 의장과 면담을 가지고 '위르겐 힌츠페터 상' 제정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한원상 회장, 이은방 의장, 김영범 부국장(MBC), 서재덕 부장(K...
    Date2018.01.10 Views386
    Read More
  9. 더불어 사는‘살기 좋은 공간’ - 스마트 시티 <上>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궁극적인 생존의 문제와도 같은 맥락에 닿아 있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 현재 무엇이 필요한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2050년 세계인구가 98억 명으로 증가하게 된다면, 도시는 더욱 커지고, ...
    Date2018.01.10 Views278
    Read More
  10.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트로피, 작가에게 들어본다<1>본상 트로피

    본상 트로피 휴먼을 상징한다. 형상이 의미하듯 조리개를 넓게 혹은 좁게.....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것들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삶의 가치를 보다 넓고 깊게 추구함을 테마로한 트로피이다. 박진환 / 장인미술 작가 ⋅현 장인미술 작가 ⋅춘천 에디오피아 6.2...
    Date2018.01.10 Views471
    Read More
  11.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트로피, 작가에게 들어본다<2>굿 뉴스 메이커상, 특별상, 공로상 트로피

    굿 뉴스 메이커상, 특별상, 공로상 트로피 큐브는 한 개의 꼭짓점에 3개의 면이 만나고, 모두 6개의 정사각형 면으로 이루어진 3차원 정다면체다. 그것은 완벽한 기호를 지향하여 인간이 만든 구조적인 세계를 조형적으로 압축해 낸다. 그러한 세계는 아스키...
    Date2018.01.10 Views387
    Read More
  12.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상장 작품 작가에게 들어본다.

    신창세기 ( Re-Genesis) 나는 1999년 삼베 위에 옻칠을 하면서 지금까지 신창세기라는 작품을 (Re-Genesis) 계속 발표하고 있다. 이번 그림을 대나무와 나팔을 모티브로 삼은 것은 기자들이 사철 푸르고 속이 비어있는 따뜻한 대나무와 같이 마음을 비울 때 ...
    Date2018.01.09 Views216
    Read More
  13. 줌인-과유불급(過猶不及)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맨 왼쪽)이 진행한 '특집방송 11시 50분 청와댑니다'에 출연한 남관표 안보실 2차장, 김현철 경제보좌관(오른쪽부터). 출처: 청와대 페이스북 ‘특집방송 11시 50분 청와댑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진행하고 남관표 안보실 2차장, 김...
    Date2018.01.09 Views308
    Read More
  14. 다시 뛰는 MBC 영상기자

    뉴스콘텐츠취재 2부 재건된 부서팻말 MBC 파업을 승리로 이끈 영상기자들 공정방송을 위한 73일간의 총력 투쟁이 언론노동자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시사매거진2580의 제작거부,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폭로부터 영상편집부의 왜곡·조작 보도지침 폭로 기자회...
    Date2018.01.09 Views718
    Read More
  15. KBS 파업은 현재...

    KBS의 기자들은 8월28일 시작한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기협의 제작거부를 기점으로 KBS양대노조도 파업을 잇달아 시작하였다. KBS노조는 총파업 선언 이후 지명파업을 거쳐 방송법이 개정되면 사퇴하겠다는 고대영 사장의 말에 11월...
    Date2018.01.09 Views329
    Read More
  16.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도운 폴 슈나이스 목사

    1980년 <5⋅18 광주 민주항쟁>의 진상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알린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사(ARD)의 도쿄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2016년 1월 사망). 힌츠페터에게 광주의 소식을 처음 알린 사람은 당시 일본에서 동아시아 선교사로 활동한 독일인 폴 슈...
    Date2017.11.04 Views564
    Read More
  17.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추진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추진 광주광역시 “지원 적극 검토”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한원상)는 1980년 당시 ‘5·18광주민주항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독일 제1공영방송 소속 위르겐 힌츠페터(2016년 1월 사망)의 기자정신...
    Date2017.11.03 Views460
    Read More
  18. MBC노조 “부당한 ‘보도영상지침' 내렸다” 폭로

    세월호, 촛불시위 등 축소⋅왜곡...... “김장겸 사장 등 관련자 법적 대응 방침” MBC 보도국이 뉴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와 촛불 집회 등과 관련해서 ‘불공정한 보도영상지침'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여기에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이 관...
    Date2017.11.03 Views423
    Read More
  19. 지역 방송사, 지방자치단체 홍보영상 의존도 심각해

    지역 방송사, 지방자치단체 홍보영상 의존도 심각해 방송의 객관성⋅공정성에 부합한 지 검토 필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영상보도윤리’지켜나갈 것 지역 방송사들이 인력난의 이유로 지방자치...
    Date2017.11.03 Views396
    Read More
  20. KBS·MBC 총파업, 경영진 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 촉구

    KBS·MBC 총파업, 경영진 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 촉구 방통위, 방문진 업무 검사 이어 ‘보궐이사’ 2명 선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이사 2명을 선임하면서 ‘공영방송 개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국...
    Date2017.11.02 Views4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CLOSE